대형마트 보안요원들이 ‘좀도둑’ 협박 거액 갈취

입력 2012-11-15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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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본사 본사, 보안업체 재계약 때 절도 적발실적 반영…"구조적 문제"

매장에서 소액의 물건을 훔친 '좀도둑'을 협박, 막대한 합의금을 뜯어낸 대형마트 보안요원 등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절도범을 협박해 거액을 갈취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로 모 대형마트 보안팀장 손모(31)씨 등 3명을 구속하고 보안요원 4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경찰은 해당 대형마트의 지침이 보안요원들의 이런 행위를 유발했다고 보고 대형마트와 보안업체 임직원 등 21명도 경비업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손씨를 비롯한 보안업체 직원들은 2010년 7월부터 올해 7월까지 해당 대형마트의 수도권 10개 지점에 근무하면서 절도범 130명을 붙잡아 감금, 협박하고 합의금 명목으로 2억원 가량을 뜯어낸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폐쇄회로(CC)TV에서 발견한 절도범이 계산대를 통과하면 붙잡아 보안팀 사무실로 끌고 가 본인 동의 없이 신체와 소지품, 차량을 수색하고, 사무실에 감금한 상태에서 "경찰과 가족에 알리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는 대부분 1만~2만원어치 물건을 훔친 여성으로, 보안요원들은 이들을 추궁해 과거 절도 사실까지 허위로 진술하게 하고는 포인트카드로 확인한 매장 방문 횟수에 물건값을 곱하는 방식으로 수십~수백배에 이르는 합의금을 내게 했다.

이들은 이렇게 뜯어낸 합의금을 회사 측 손실보전금에 충당하고 일부는 개인 용도로 썼다고 경찰은 전했다.

현행 경비업법 15조는 경비원이 직무를 수행하면서 타인에게 위력을 과시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고, 업체 등도 경비원에게 경비업무 범위를 벗어난 행위를 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대형마트 본사는 보안요원 운용과 관련, 도난 예방 등 기본적인 경비업무 외에 절도범 적발에 관한 지침을 따로 만들어 각 지점에 내려 보내 이같은 행위를 사실상 유발한 혐의가 있다고 경찰은 지적했다.

이 대형마트는 보안업체와 재계약할 때 절도범 적발 실적을 고려하는 것은 물론, 절도 1건당 합의금 100만원 이상을 받아 손실금을 보전하면 가점을 주고 실적과 금액이 적으면 벌점을 매겨 평가에 반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 '절도 수법을 공유한다'는 명목 아래 합의금액과 손실금 보전 내역 등을 기록한 '사건사고 보고서'를 제출하게 하고, 이를 회사 내부망에 등록하도록 해 보안요원 간 경쟁심을 유발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본사 차원에서 협박, 갈취 등을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는 없으나 업체 재계약에 이같은 평가 기준을 둠으로써 보안요원들이 피해자들을 무리하게 협박해 합의금을 뜯어낼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마트 측은 "합의금액에 따라 가점을 주는 평가 기준은 존재하지 않고, 절도 사실이 확인된 경우 고객이 정상 금액을 계산하고 상품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변제받고 있다"며 "보안업체 팀장의 개인 비리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경찰은 "평가 기준은 분명히 존재하며, 합의금 액수를 맞추려고 절도금액에 더해 허위 영수증을 발급했다는 증거가 있다"며 "이런 식의 허위 영수증 발급은 마트 측에서 관여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라고 반박했다.

예컨대 10만원어치를 훔친 고객과 100만원에 합의를 봤다면, 10만원어치 영수증을 끊어주고 나머지 90만원어치는 고객이 협박에 못 이겨 허위 진술한 과거 절도금액으로 별개 영수증을 발급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서류상에는 합의금의 존재가 드러나지 않고, 이 고객이 그간 100만원어치를 훔쳤으므로 그만큼 변제토록 했다는 뜻이 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와 보안요원 조사 결과 합의금에서 실제 절도금액을 뺀 나머지 금액은 허위라는 진술이 나왔다"며 "이런 식으로 1만원짜리 절도에 대해 300만원까지 합의금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이밖에 대형마트 측으로부터 넘겨받아 조사하던 피의자들을 협박, 훔친 물건값보다 훨씬 큰 금액의 합의금을 뜯어낸 혐의로 인천 모 경찰서 소속 유모(34) 경장을 구속하고 달아난 전직 경찰관 이모(35)씨의 소재를 추적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보안요원들로부터 금품을 갈취당해도 자신의 절도 행위 때문에 경찰에 신고할 수 없다는 약점을 이용한 것"이라며 "다른 대형마트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수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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