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김인철 성균관대 교수 “금융소비자를 진정 위한다면”

입력 2012-11-12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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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카드의 고마움을 느낄 때가 많다.

국제학술 대회에 참가하려면 사전 등록비 지불과 호텔 예약을 위해 신용카드가 있어야 한다.

신용카드로 해외에서 거절당한 적은 없지만 나라마다 대우는 조금씩 다르다.

카드사용이 제일 편한 곳이 미국이고 그 다음이 유럽이다.

중국도 괜찮은데 지방으로 가면 상황은 나빠진다.

선진국이면서 신용카드가 잘 안 통하는 곳이 일본이다. 일류 호텔이나 백화점이 아니면 한국 신용카드가 잘 안 통한다.

일본 사람들조차 신용카드를 잘 안 쓴다.

가끔 해외에서 카드가 분실되거나 사기꾼에 의해 복제되기도 하는데 이런 문제가 생기면 해결이 쉽지 않다.

중소기업이나 서민 대부분의 상황도 다르다. 카드 사용이 금융 혜택이 아니라 오히려 금융의 함정으로 이어지면서 고통 받고 있는 사람들이 더 많다.

불법 대부 고리채로 신용 불량자도 엄청나게 많다.

부동산, 금리, 통화의 정책 실패로 가계부채는 이미 1000조원을 넘었다.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도 늘어 가고 있다.

저축은행의 단골 비리사태로 서민 예금자의 희생자는 계속 생긴다.

이들에겐 금융은 서비스가 아니라 해악이다. 대기업은 여윳돈이 많아 이자가 싼 은행돈을 안 쓴다.

그러나 중소기업은 담보가 없거나 약해서 금리 높은 제2금융권의 돈도 잘 못 빌린다.

2년 전 은행이 취급하던 파생금융상품인 KIKO에 잘못 가입했다가 많은 손실을 입은 기업이 있었는데 결국 끈질긴 법정 소송으로 손실금을 일부 찾을 수 있었다.

이 기업은 규모가 큰 수출기업이었으며 원래 환차손을 막으려는 헤징으로 끝내야 하는데 은행 측의 잘못된 권유와 기업 측의 욕심 때문에 투기에 가까운 거래에 나선 것이다.

결국 환율예측이 빗나감으로써 큰돈을 잃게 된 것이었다.

이는 정치문제화 되면서 이때부터 금융사의 영업행위 감독강화가 정치적으로 큰 이슈로 부각됐다.

얼마 전 한국경제학회가 금융감독체계 개편을 주제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논의된 주제는 크게 4가지였다.

국제금융정책과 국내금융정책의 분리·감독정책과 감독집행의 분리·감독기구의 정부조직화 또는 민간조직화 선택문제·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하여 금융사에 대한 건전성 감독과 금융사의 영업행위 감독의 분리 여부였다.

현재 세계경제의 체제 하에서 기업의 해외진출이 잦아지고 카드의 해외사용이 빈번해지는 지금의 글로벌 시대에 거시차원에서 국내금융정책과 국제금융정책을 분리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이다.

최근 금융감독기관에 대한 논란은 한번 생각해볼 문제다.

금융감독에 있어서 독립성과 중립성은 필수 불가결이다.

특정 금융기관이나 특정기업이 도산 직전에 있어도 정치력과 권력의 힘을 빌어 빠져나가면 감독기구로서의 생명은 끝난다.

금융감독기구 자체의 지배구조 안에 정부인사와 민간인사를 혼합하면 독립성도 유지하고 감독의 효율성도 생긴다.

이를 통해 지금 1700명이 넘는 감독원 직원을 전부 공무원으로 전환 안 시켜도 된다.

지원제도를 두어 원하는 사람만 정규 공무원으로 다시 채용하면 된다.

문제는 금융소비자보호 이슈다. 보호는 있고 없고의 이분법적인 의미가 아니다.

정도의 차이로 해석해야 문제가 풀린다. 포퓰리즘 정서를 빌어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만들면 또 다른 무소불위의 괴물 조직으로 변하기 쉽다.

금융소비자보호를 내세우면 안 걸리는 곳이 없다.

금리를 비롯해 통화·환율·부동산·반값등록금·경제민주화정책 등 거의 모든 정책에 손을 대야 할 것이다.

그러나 신용불량자를 비록해 가계부채·깡통주식계좌·깡통주택문제로 고통 받는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것은 여전히 요원하다.

소비자보호처를 금융감독원 안에 출범시킨 것이 겨우 1년 전이다.

당분간은 현 체제를 두고 지켜보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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