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 "혼인전계약 활성화 필요하다"

입력 2012-11-0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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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열 법무법인 양헌 대표변호사/KAIST 겸직 교수
웰빙(Well-Being)은 육체적·정신적 건강의 조화를 통한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을 의미한다. 웰빙을 추구하려면 아름다운 인생여행(Well-Dying)을 잘 준비해야 한다. 이런 관점에서 회복 불가능한 준사망 상태하에서 자신의 삶의 질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사전의료지시서에 대해 한번 살펴보자.

우리나라에서는 2009년 김 할머니 사건을 계기로 연명치료중단에서 환자의 자기 결정권확보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했다. 대법원은 사전의료지시의 개념을 환자가 회복 불가능한 준사망의 단계에 이르렀을 때를 대비해 미리 의료인에게 자신의 연명치료 중단 등의 의사를 밝힌 경우로 파악했다. 따라서 환자의 의사가 바뀌었다고 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자기결정권의 행사로 인정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볼 때 네덜란드는 2001년부터 안락사를 적극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그리고 사전의료지시서와 관련해 오스트리아와 독일 등이 비교적 앞선 법제도를 가지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사전의료지시법을 제정해 비교적 상세한 규정을 두고 있다. 작성자가 의사로부터 충분한 설명을 듣고 사전의료지시서를 서면으로 작성하면, 이를 의사가 심사한다. 또 이 서면은 공증을 받거나 변호사의 입회하에 이뤄지고 5년 내에 갱신돼야 한다. 만약 5년이 지나게 되면 더이상 구속력은 없어진다. 다만 참고적인 서면으로서만 그 효력을 가진다. 그리고 불분명한 사항 등은 반드시 법원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사전의료지시서제도를 입법적으로 해결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정부가 환자의 존엄성을 존중하고자 사전의료지시서 제도 도입을 검토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다. 제도 도입에서 사전의료지시서에 사후 장기 기중 등의 부분도 추가해 자신이 미리 의사표시할 수 있도록 제도적 여건을 잘 정비하는 것도 필요하다.

회복 불가능한 사망에 대비해 사전의료지시서가 필요하듯 혼인생활에서도 필요한 것이 혼인전계약(Prenuptual Agreement)이다. 혼인전계약은 혼인이 회복 불가능한 사망의 상태인 이혼에 이르렀을 때를 대비해 미리 당사자 간에 권리의무 등에 관해 명확하게 정리하는 문서이기 때문이다. 즉 혼인전에 이혼 시를 대비해 주로 재산분배 등에 관해 미리 약정을 하는 것을 말한다. 과거 한때 법원은 이의 효력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으나 지금은 그 효력을 인정하고 있다. 그 이유는 이러한 계약이 단지 부자가 자신의 재산을 지키는 방안으로 악용되는 것이 아니라 혼인중과 혼인종료 시의 상호 권리의무를 명확하게 한다는 점에서 그 순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의 혼인은 다양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서는 동성 간의 혼인의 효력도 인정하고 있다.

혼인이라는 신분관계에서도 재산적인 사항뿐만이 아니라 상호 기본적인 권리의무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계약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오히려 합의사항을 상호 인식함으로써 서로 더 긴장을 하게 하는 등 궁극적으로 배우자 간의 상호 존중에도 이바지할 수 있다. 따라서 좀 더 긍정적인 시각에서 혼인전계약을 재조명하고 나아가 이를 적극적으로 활성화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

어쨌든 모두가 행복한 삶을 추구하고 있다.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려면 마무리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이러한 마감을 사전에 잘 대비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을 좀 더 성숙하게 대하는 자세라고 할 것이다. 이러한 준비야말로 자신의 존엄성을 지키고 나아가 진정으로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도록 하는 기본적인 삶의 자세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세계 10대 선진국의 반열에 오른 만큼 이러한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기 위한 법적 인프라구축에 좀 더 관심과 역량이 집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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