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 '온기']"이 기회 전세탈출"…젊은층·실수요자 '중소형 아파트' 몰려

입력 2012-10-2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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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서초·종로지역 법원경매 현장 가보니…

지난 23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부동산 경매 입찰 현장. 오전 10시부터 시작된 경매 현장에는 100여명의 인파가 몰렸다. 시작 전부터 경매장 밖에선 당일 진행되는 경매 물건의 목록이 적힌 전단지를 뿌리는 경매포털 관계자와 금융기관 대출관련 중개업자 등이 수요자들을 맞았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부동산 전문가인 투자자가 절반이었던 예전과 달리 이날 법원에는 중년부부와 모녀간 등 가족단위 인파와 30대 직장인들이 몰렸다. 저마다 은퇴 후 보금자리, 신혼집 등 내집 마련을 위한 사람들임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이들은 중소형 아파트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단독 입찰이 됐던 수익형 부동산 투자자나 넒은 평수의 아파트 구매자보다 높은 경쟁을 거쳤다. 이는 예전보다 실수요자의 비중이 늘어났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 투자자 비중 줄고 실수요자 늘어 = 법원 경매서무과에 따르면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에도 경매가 있는 날 법원을 찾는 사람은 줄지 않고 있다. 경매는 일반적으로 부동산 경기와는 달리 꾸준히 물건이 나오고 싼 가격에 주택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수요자는 끊이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예전에는 투자자들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부동산 경매에 참여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로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는 데다 경매 대중화가 실현되면서 전 과정이 투명하게 진행돼 이익을 얻기가 까다로워지자 투자자가 줄어들게 됐다.

투자자 A씨는 “요즘 매매 거래가 뜸한데다 전세 가격까지 뛰어 싼값에 아파트를 장만하려는 실수요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모여든다. 이 때문에 낙찰 경쟁률이 높아지고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어 섣불리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대세는 중소형 아파트 =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강남구와 서초구를 비롯해 동작구, 종로구, 중구 등 서울 중심지역의 물건들의 경매를 담당하고 있다. 강남과 강북의 주요 물건들을 처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울의 주택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이 지역에서 경쟁률이 가장 높았던 물건은 소형 아파트였다. 1·2인 가구가 늘면서 작은 평형의 아파트가 큰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경매 현장에서도 높은 낙찰 경쟁률을 보인 물건들의 공통점은 100㎡ 이하의 중소형 아파트였다. 또 오피스텔과 다세대주택(원룸)의 낙찰도 단시간에 이뤄지기도 했다.

실제로 강남구 수서동에 위치한 한 아파트(33㎡)는 6명의 사람들이 몰려 이날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 물건은 결국 한 장년 남성에게 돌아갔다. 은퇴를 앞두고 있는 이 남성은 “투자 목적이 아닌 직접 살기 위해 경매에 참가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동작구 사당동에 위치한 82㎡의 아파트에는 주부와 부부 등 3팀이 몰려 실수요자들의 경쟁이 이뤄졌다. 최종 낙찰자는 40대 주부가 선정됐다. 입찰에 실패한 두 팀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법원을 나섰다.

이날 낙찰이 완료된 물건들 대부분은 중소형 아파트나 다가구(원룸)였다.

◇낙찰가율, 경쟁률 하락 ‘실수요자, 이때 노린다’ = 경매는 2005년부터 2007년까지 호황을 이뤘다. 그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경매 시장은 침체되기 시작했으나 2010년부터 작은 평수의 물건을 위주로 다시 살아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이 한몫했다.

2009년 이후 현재까지 낙찰가율이나 경쟁률은 감소하고 있다. 실수요자들은 경매시장에서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줄자 자연스레 경쟁자가 줄어들고 물건의 유찰도 계속되면서 낙찰가가 계속 떨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충분한 검토와 시기를 잘 잡으면 싼 값에 내집 마련의 꿈을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금융위기 이후 최근 3년간 통계를 살펴보면 서울지역 아파트 낙찰건율은 2009년 59.65%에서 이듬해 56.53%, 2011년 31.59%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9월까지 58.07%로 다시 상승했다. 평균 감정가가 6억대인 서울지역 아파트의 낙찰가율은 2009년 86.75%에서 올해 76.72%까지 떨어졌다. 경쟁률도 7.52대 1에서 4.78대 1로 낮아졌다.

이 같은 추세는 일반주택과 다가구(원룸), 다세대(빌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소형 아파트·다세대 경매 쏠림 지속될 듯 = 앞으로도 소형 아파트와 원룸을 찾는 사람들은 줄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투자로 수익을 거두는 시대는 갔다’고 할 만큼 부동산 경기 회복이 쉽지 않은 데다 실수요자가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경매 현장을 찾는 발길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신제근 굿옥션 팀장은 “2007년 이후 경매 대중화가 이뤄지면서 컨설팅 업체도 생겨 진행 과정이 투명하게 처리되다 보니 현장에는 실수요자 중심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팀장은 “시장 환경이 변하다 보니 투자자의 경우 고도의 전문가가 아니고선 현 상황에서 수익을 올리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경매시장은 복잡한 법적 권리관계가 얽혀 있는 만큼 전문 투자자는 앞으로 철저한 권리관계 분석에 의한 이익을 챙기는 추세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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