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프열전] SBS ‘신의’ 로케이션매니저 정지열

입력 2012-10-12 13:42 수정 2013-04-12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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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량 같은 마음으로 시작해야 되요. 인생계획이 치밀하게 있으면 지치거든요.”

SBS 월화드라마‘신의’로케이션 매니저 정지열(42)씨는 인터뷰가 있던 날도 촬영에 한창인 고구려 대장간마을에서의 촬영 현장을 진두지휘하고 있었다. 정지열씨는 1990년대 대학생 시절 아르바이트로 섭외 일을 시작해 십 수년 동안 한 우물을 판 전문가다. 현재 ‘신의’에 참여하고 있으며, 최근작으로는 ‘태왕사신기’ ‘탐나는도다’ 등의 촬영 배경이 그의 작품이다.

과거 섭외로 통칭됐던 로케이션 매니저는 한 드라마의 로케이션 촬영지 섭외 뿐 아니라 장소를 제공하는 지방자치단체 및 업체, 민간과 드라마 사이에 다리 역할을 한다. 작가, 연출과 더불어 한 드라마의 프리프로덕션 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제작 분야기도 하다.

“예전처럼 드라마 촬영 장소를 섭외하고 끝나는 개념이 아니에요. 사전에 행정업무부터 촬영 후 지속적인 사후 관리가 필요합니다. 관리 주체가 지자체인지, 민간인지에 따라서도 많이 다르고요. 가장 우선 되는 것은 서로간의 약속을 잘 조율하는 일이에요. 그 다음은 현장 관리를 잘 해줘야 합니다. 우리가 촬영하고 간 후 그 자리가 깨끗해야 하잖아요. 욕먹으면 그 다음일이 힘들어져요.”

최근 들어 각 지자체에서 드라마 장소 제공을 많이 하지만 기업이나 민간에는 비용을 지불하고 촬영에 들어가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다보니 시간 약속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됐다. 촬영이 지연됐는데 시간을 넘긴 장소 협조가 불가능해 현장에서 쫓겨나는 일이 발생할 경우 연기자를 비롯해서 전 스태프들이 로케이션 매니저만 바라보고 있게 된다.

“20대 때는 내가 발굴한 장소가 명소로 부상하는 데서 보람을 느꼈어요. 일종의 공명심 같은 거겠죠. 지금은 한 드라마가 시작돼 끝날 때까지 물 흐르듯 마무리 하는 게 보람입니다.”

로케이션 매니저가 하는 일을 옆에서 지켜보면 “부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정지열 씨는 “1년에 10만Km를 다닌다”는 단편적 설명으로 로케이션 매니저의 이동 거리를 표현했다. 혹자는 일도하고 여행도 다닌다고 부러움을 표할 지모를 일이다.

“친구들이 그러죠. 너는 일 하는 게 아니라 여행 다니는 것 같다고…이 일을 하고자 하는 젊은 친구들이 있다면 연예인들과 함께 일한다거나, 여행을 다닌 다거나 하는 점은 좀 배제하고 내밀하게 업무를 들여다봐야 해요. 사회에서 요구하는 소위 스펙은 필요 없습니다. 사람 좋고, 인심 좋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인내심이 있으면 기본기를 갖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 즐겁게 살려고 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더한다면 금상첨화죠.”

할리우드시스템처럼 체계화되어 있지 않은 우리 드라마 제작 시스템에서 로케이션 매니저 영역은 채용 단계부터 공식이 없다. 공채도 없을뿐더러 아직까지 지인의 소개에 의지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공식적인 과정이랄 게 없어요. 이 직업을 희망하는데 방법을 모른다면 우선 드라마 용역회사를 찾아보세요. 그 곳에서도 드라마 파트별로 세분화되어 있어요. 찾아서 경험을 쌓다보면 인맥도 생기죠. 명심해야 할 것은 돈 버는 게 좋은 사람들은 이 분야로 뛰어들지 말아야 합니다. 자기만의 노하우가 생기고 경력이 쌓이면 큰돈을 벌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전에는 동년배에 비해 턱 없이 적은 수입 때문에 수시로 자괴감에 빠질 수 있어요. 그래서 한량 같은 마인드가 필요하다는 거예요.”

▲사진=SBS월화드라마 '신의' 중 충남 부여에 위치한 고려시대 천혈 앞 촬영 모습
◆ ‘신의’ 로케이션지, 이렇게 발굴했다

“연출부 FD 중 막내가 사진을 한 장 내밀었어요. 보는 순간 우리 드라마에서 필요로하는 곳이었죠. 어딘지 물어서 직접 찾아가서 답사를 했는데,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작은 사찰이더라고요.”

드라마의 시작과 끝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천혈은 이렇게 발굴됐다. 때로는 해당 업종의 메커니즘을 모르는 이의 눈이 신선할 때가 있다. 로케이션 매니저 업계도 예외가 아닌가보다. 우연히 천혈을 발굴했다면 은수(김희선)가 다시 현대로 돌아왔을 때 떨어지게 되는 현재의 천혈은 서울 삼성동 봉은사에 있다. 서울 주요 지역의 지표이기도 하지만 ‘신의’ 촬영이 이루어진 때는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이틀 전이었다.

“작가가 대본에 ‘봉은사’라고 지정을 해놨기 때문에 반드시 봉은사를 섭외해야 했어요. 이를 위해서 2개월 동안 공을 들였죠. 봉은사는 단순한 사찰이라기보다 서울 사람들의 문화적 장소가 됐잖아요. 그 곳에도 외부와 접촉을 위해 홍보 담당자가 있어요. 부처님오신 날이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 연등을 다는 등 한참 분주한 때였기 때문에 섭외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아니나 다를까 2개월 동안 봉은사를 오가면서 홍보 담당자와 상의 끝에 장소 섭외를 할 수 있었죠. 주지스님이 흔쾌히 ‘도와주세요’라고 하셔서 이룰 수 있었던 촬영이었어요.”

‘신의’ 는 대한민국 지도를 펼쳤을 때 정확히 디긋자를 긋는 루트로 로케이션지를 옮겨다녔다. 드라마와 MOU 체결이 되어 있는 전남 장흥 세트장을 기점으로 서해 쪽으로는 고려시대 천혈이 위치한 충남 부여를 비롯해 전남 나주, 담양, 완도, 경남 창원을 거쳐서 충북 단양, 강원 속초, 경기 구리세트장까지 한 달에 만 킬로미터의 거리를 누벼야 하는 코스다. 그럼에도 그의 다부진 체격에서는 열정이 뿜어져 나오고, 상기된 표정에서는 한시도 놓지 않는 긴장이 역력하다. 바로 이 모습이 드라마에 반추돼 영상으로 뿜어져 나오는 셈이다.

로케이션 매니저 정지열 씨는 ‘신의’ 이후 다른 작품도 벌써 가시화 되어 있다고 한다. 프리랜서인 그가 자유로울수록 드라마는 다채로워지고, 현장을 누비는 그의 숨결이 거칠 수록 화면은 아름다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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