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 ‘장자(莊子)’에 나오는 약이다. 송나라에서 가업으로 실을 세탁하면서 살아가던 집에 ‘손이 트지 않는 약’을 만드는 비법이 전해져 내려왔다. 한 인사는 이 약 제조비법을 백금을 주고 샀다. 그는 이 약으로 오나라로 가서 전투에 응용했다. 월나라 병사를 얼음 위로 유인해서 공격한 것이다. 오나라 병사들은 손이 트지 않는 약을 발라 대승을 거뒀다. 오왕은 그에게 땅을 떼어주고 제후로 봉했다. 약의 효능은 똑같지만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 들어 시행한 ‘보금자리 주택 정책’이 ‘손이 트지 않는 약’과 같다. 보금자리주택은 집값을 떨어뜨릴 수 있는 정책이다. 집값이 대세 상승기라면 훌륭한 정책이다. 하지만 집값이 하락 추세일 때는 독이 된다.
보금자리주택 가운데 공공임대보다 공공분양이 바로 그렇다. 공공분양은 서민의 주거안정에 기여하겠다는 취지로 출발했다. 훼손된 그린벨트를 활용해 공급가격을 대폭 낮추는 방식이다. 낮은 토지조성원가 덕에 저렴한 가격의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다.
지난 14일 강남보금자리지구에서 공공분양 아파트가 첫 입주민을 맞았다. 2009년 5월 시범 보금자리지구로 지정된 이후 3년4개월만이다. 단지 안을 살펴보니 명품아파트였다. 분양가에 비해 내부 인테리어가 고급스러웠다. 단지 안에서는 폭포수처럼 물이 흘러 내렸다. 강남 그린벨트 지역이어서 공기도 신선했다.
나중에 수서역에서 출발하는 고속철도(KTX)가 들어서면 또 한 번의 호재가 기대된다. 입주민들은 정말 로또에 당첨된 것 같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이지송 사장도 이곳에 높은 애착을 보였다. 아파트 부엌에 들어가는 경첩까지 챙길 정도로 신경을 썼다는 게 LH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장점이 많은 아파트이지만 적용시기가 문제였다. 집값이 하락세로 바뀌었던 2008년 9월에 정책을 내놔 불 난 집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다. 부동산 하락세가 가속화한 것이다.
최근 만난 건설업계 한 임원은 보금자리에 불만이 가득했다. 그는 “LH 산하 토지주택연구원의 보고서는 보금자리가 민간시장 위축에 관계없다고 했지만 보금자리는 시장 위축의 주범이 틀림없다”며 “올 연말 대통령선거가 있을 텐데 다음 정권은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포기하겠다고 천명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보금자리 가운데 공공분양은 더 이상 공급하지 말고, 서민주거 안정을 위해 공공임대만 공급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심지어 부동산 전문가들 중에 아파트 공급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공급물량이 줄어야 물량 부족으로 가격하락 현상이 멈출 것이라는 주장이다.
건설업계 종사자들은 이명박 정부의 부동산정책에 뿌리 깊은 불신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차기 대선 후보가 부동산정책을 내놓을 때 보금자리주택 정책의 변화를 기대하는 분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