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활짝 열린’ 금융권 채용문에 ‘활짝 핀’ 고졸행원의 꿈

입력 2012-09-12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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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우 우리은행장(오른쪽)이 지난 3월 서울 회현동 우리은행 본점에서 열린 고졸 신입행원 채용 설명회에서 설명회를 찾은 고등학생들과 얘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제공
“개인 자산을 관리해 주는 개인 재무상담사(PB)나 외환전문가가 지금으로선 가장 매력적입니다. 궁극적으로는 한 은행의 지점장이 돼 금융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도 친근한 은행을 만드는 것이 꿈입니다.”

입사한 지 이제 1년이 갓 넘은 IBK기업은행 석암지점 지효정(20) 계장의 당찬 포부다.

지효정 계장을 포함한 KB국민은행 목동 파리공원지점의 이지영(19) 주임, 우리은행 본점의 김지수(19) 주임은 20세를 갓 넘긴, 1년 남짓 일한 새내기 행원이라기엔 미래의 자신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고 있었다. 일을 향한 열정과 사랑은 기본이고 맡은 분야에 대한 전문성도 상당했다.

이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소중한 기회를 준 건 지난해부터 활발해진 특성화고 채용 붐이다. 특히 금융권을 시작으로 좁기만 했던 고졸대상 취업 통로가 대폭 넓어졌다.

능력과 열정이 있어도 학력제한에 걸려 발을 들이지 못했던 금융권에 고졸 출신들이 활발하게 그들의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은행 지점장’을 꿈꾸는 지효정 계장, ‘금융 전문가’를 목표로 삼은 이지영 주임, ‘외환 전문가’로 우뚝 서겠다는 김지수 주임이 그 주인공이다.

세 명 모두에게 학력제한이 특히 엄격한 금융권 취업은 단순한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하지만 은행권의 열린 채용이 시작되면서 이들은 원하는 일에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생계를 위해 이른 취업을 생각했던 지 계장은 인천여자 상업고등학교에 진학했다. 그는 “상고에서는 금융권 취업이 불가능하다는 현실로 좌절하고 있던 때 기업은행 채용공고는 눈을 번뜩이게 하는 꿈만 같은 현실이었다”며 “금융권 취업이 목표였던 만큼 자격증 공부 등 관련 취업 준비를 착실히 해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서울여상을 나온 이 주임은 “더 빨리 취업을 해 어머니의 부담을 덜고 싶었던 상황에서 금융권 고졸취업은 소중한 기회였다”면서 “어머니가 자주 거래하던 친근함 때문에 국민은행에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고등학교 때부터 경제·무역에 관심이 많았던 김 주임은 “반짝하는 이벤트에 그치지 않을지 처음에는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며 “지금은 기대 이상의 업무환경과 선배들의 배려로 즐겁게 일하고 있다”라고 처음의 걱정스러운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은행권 입사지원을 결정한 그들은 생각보다 잘 짜인 업무교육과 복지제도에 만족하고 있는 듯했다. 지 계장은 “입사 후 연수원에서 3주간의 교육을 받았다”며 “다음 기수부터는 연수기간이 더 늘어나는 등 인력개발부의 끊임없는 관심과 노력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 계장은 특히 ‘업무멘토’ 제도를 장점으로 꼽았다. 지점에서 정해준 1:1 멘토를 통한 빠른 업무 피드백으로 적응이 수월했다는 평가다.

‘우리언니’라는 멘토제도를 통해 부담감과 어려움 속에서 은행 분위기에 쉽게 익숙해질 수 있었다는 김 주임은 “짝 지어진 책임자급의 선배 고졸 행원과 주기적으로 만나 은행업무 전반의 궁금한 점을 없앨 수 있었다”며 선배 행원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같은 고민을 먼저 했던 선배들의 생생한 경험이 그에게는 그 무엇보다 값진 조언이었다는 것.

이 주임도 기본적인 은행업무, 기본자세, 예절 등을 교육받는 3주간의 연수 후 평가도 받았다며 꼼꼼한 사전 교육에 대한 만족감을 드러냈다.

체계적인 교육과 부서 내 선배들의 배려에도 승진 및 정규직 전환에 대한 불안감 등 분명히 힘든 점은 있었을 법한 그들은 한목소리로 자기계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지 계장은 처음에는 계약직 상태라는 점에 마음이 불안했다면서 “기업은행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가장 높고 노력하면 누구나 정규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실제 현장에서 보았기 때문에 지금은 걱정이 사라졌다”며 “오히려 맡은 업무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욕이 더 커지고 있다”고 씩씩한 모습을 보였다.

이 주임은 “분명히 노력하고 있는데도 생각지 못한 곳에서 실수할 때 등 자신의 한계에 부딪힐 때 종종 힘이 들다”고 고백했다. 처음 접하는 금융용어와 신속한 일 처리가 처음에는 많이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내 금융 관련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채웠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1년이 채 되지 않은 기간이지만 직장인으로서의 책임감이 묻어났다.

김 주임 역시 내년에 예정된 정규직 전환시험을 잘 치르고자 꾸준히 공부하고 있었다.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기회를 잡고 또 다른 기회를 스스로 만드는 3인방은 지금 자신들 모습의 8할은 부서원들이라고 지칭하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지 계장은 지점장을 포함해 총 16명이 일하는 기업은행 석암지점(영업점) 개인 고객팀에서 신속창구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공과금 수납, 입출금, 환전 등 간단한 업무와 더불어 예·적금 신규, 신용카드 업무 등 상담업무도 함께 처리하는 만능 직원이다. 4시 이후 마감업무를 끝내고 나서는 고객관리, 마케팅 업무도 진행하고 있다. 지 계장은 “부서 구성원들의 꼼꼼한 지도와 조언으로 일을 잘해낼 수 있었다”며 “다음주에는 부서 계장님 댁에 놀러간다”고 부서원과의 친근함을 한껏 자랑했다.

또한 짧은 기간이지만 은행을 찾는 고객들에게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보람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지 계장은 “예금 만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고객이 중도해지하려는 것을 예금담보 대출로 돌리는 등 금융상식에 어두운 고객을 도왔던 일이 기억에 난다”며 “고객의 진심 어린 감사의 눈빛은 빡빡한 일상의 활력소”라고 웃어 보였다.

목동 파리공원 지점에서 입출금 및 제신고 등 온라인 창구업무를 맡은 이 주임에게 약 1년간 함께한 15명의 지점 식구들은 항상 격려와 조언을 아끼지 않는 소중한 존재다.

우리은행에서 일하는 김 주임은 일하는 틈틈이 사이버 연수로 펀드투자상담사 강의를 듣고 있다. 본점 영업부라 일이 많이 바쁘지만 부서원들의 배려로 꾸준히 능력을 키워가는 것. 김 주임은 “업무시간 중 모르거나 힘든 업무가 있을 때 정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라며 부서원들에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걸 잊지 않았다.

이들은 한배를 탄 동기들과도 가끔 만남을 가지며 일의 피로를 없애기도 하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김 주임은 연수원 동기들과 우스갯소리로 대학진학도 같이하자는 말을 나눈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기회를 더 가치있게 활용하고자 산업체 특별전형 및 야간·전문대학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며 “각자 아는 정보 등을 공유하며 서로 힘을 북돋는다”고 설명했다.

이 주임 역시 “동기들과는 실수했던 사항 등에 대해 서로 조언을 나눈다”며 “이 시간을 통해 보다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게 된다”고 귀띔했다. 사회생활이 처음인 그들에게 주된 화제는 단연 고객과의 웃지 못할 에피소드. 지 계장은 “고객 유형별 대처법을 정리하는 등 동기들과의 모임을 통해 고객대면 요령 팁을 많이 얻었다”고 말했다.

금융권에 첫발을 디딘 특성화고 출신들은 지금 주어진 기회에 감사한다고 입을 모았다. 업무 및 앞으로 승진에 대한 기본적인 제한이 없는 만큼 본인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국민은행 이지영 주임은 “‘회사에 어울리는 사람을 선택한 것뿐이다. 결코 능력이 없는 것이 아니다’ 는 국민은행 면접 때 면접관이 한 말”이라며 “떨어져도 이를 발전의 기회로 삼았으면 좋겠다”라고 같은 상황의 고졸 취업 준비생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우리은행 김지수 주임은 “평소에 신문과 뉴스를 통해 금융권 관련 소식을 꾸준히 접하는 등 준비된 사람만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실질적인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기업은행 지효정 계장은 “‘특성화’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도록 스스로 경쟁력을 쌓는다면 기회를 줬을 때 쟁취할 수 있다”며 “최근 사회의 주목에 부응하는 자신이 되도록 부단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부단한 자기계발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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