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김인철 성균관대 교수 “‘재벌 때리기’ 결국 CEO의 숙제”

입력 2012-09-1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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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을 앞두고 여야는 경제 전반에 걸친 공약사항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유권자의 마음을 흔들 것으로 보이면 무엇이든 공약 리스트에 집어넣는다.

실현 가능성이 별로 없어도, 재정압박이 예상돼도 상관없다.

유권자의 환심을 살 수만 있다면 공약으로 충분한 자격이 있다. 한 표 차이가 나더라도 대권을 거머쥘 수 있으니 표만 올릴 수 있다면 뭐든 할 자세가 되어 있는 셈이다.

이것은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정도의 차이 뿐이지 대선과 총선을 주기적으로 치루는 민주주의 국가의 공통 현상이다.

최근 정치·경제 공약 중 최고 화두는 ‘재벌’ 개혁이다.

소득 양극화를 비롯해 고용시장 불안과 중소기업의 위기가 모두 대기업 때문이라고 믿는 사람이 많아서인가.

다수의 유권자들은 대기업이 정부 도움으로 급성장했지만 이를 망각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사회 전반에 재벌은 끝없는 탐욕에 빠져 법인세와 상속세 등 세금을 탈루하는 건 예사로 자신들의 이윤 극대화에는 혈안이 되어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은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으며 결국 ‘재벌 때리기’라는 해묵은 이슈가 다시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평소에는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던 대기업이 선거 때만 되면 한 없이 약해진다.

이런 일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면서 국가적으로 엄청난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 문제다.

기업의 투자와 생산이 줄면서 실업자가 양산되고 서민생활이 궁핍해진다.

대기업의 국제경쟁력이 약화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경상적자가 계속되면서 정권교체에 따른 정치 불안이 겹치게 되면 외채와 외국자본이 많은 우리나라에는 결코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재벌의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런 식은 곤란하다.

선거 때만 되면 되풀이되는 이같은 현상의 이유는 무엇일까. CEO들은 스스로 답을 찾아야 한다.

대기업의 최고 의사결정은 대기업 총수가 내리는 경우도 많지만 일정기간 고용된 CEO가 내리는 경우가 많다.

CEO는 기업의 실적을 외면할 수 없다. CEO가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의 주식을 대량취득 하였거나 장기스톡옵션을 받은 경우가 아니면 이들의 기업미래는 길어야 자신의 연임기간까지다. 현실적으로 이들의 선택은 두 가지다.

기업 총수의 입장에서 헌신적으로 일을 하든지 아니면 주어진 기간 동안 철저하게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다. 후자인 경우, CEO는 도덕적 해이를 선택할 수도 있다.

기업은 결국 전형적인 대리인 문제 (Principal-Agent Problem)를 겪으면서 큰 손해를 보게 된다.

기업 소유주나 주주들의 직접적 감시와 통제가 쉽지 않다고 판단되면 자신의 집무실을 호화롭게 꾸미고 비서실을 강화하며 회사예산으로 힘있는 외국인을 자주 초청하여 자신의 친구로 만들어 버린다.

그래서 자신이 회사를 떠난 후에도 그들로부터 상호주의에 의거한 혜택을 보고자 한다.

이와 같이 CEO의 도덕적해이가 계열사 전체로 퍼지게 되면 결국 전체가 지탄을 받는다.

총수는 말할 것도 없고 계열회사 CEO들도 분발해서 도덕적 해이라는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은 디지털 시대다.

비리는 쉽게 추적되고 그 소식은 금방 세계로 퍼져 나간다.

실제로 도덕적 해이에 빠진 CEO는 많지 않겠지만 이들의 도덕적 해이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폐해는 엄청나다.

CEO의 대리인 문제, 나아가 도덕적 해이 문제가 해결되면 대기업을 보는 국민의 비뚤어진 시각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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