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의 움직이는 부동산]시장이 원하는 것

입력 2012-09-06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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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현상은 일정한 방향으로만 진행된다.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 때문이다. 법칙에 따르면 자연현상은 물질계의 엔트로피가 증가하는 방향으로 움직인다. 이는 질서 있는 상태에서 무질서한 상태로 이동하는 자연현상이라고 풀이가 된다. 엔트로피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물리적인 ‘힘’이 필요하다.

부동산시장에 엔트로피 법칙을 굳이 적용한다면 ‘가격 상승’일 것이다. 분양가 상승추세를 보면 알 수 있다.

1997년 6월. 서울 압구정동에 영동 한양1차 936가구가 공급됐을 때다. 분양가격은 3.3㎡에 33만원이었다. 당시 한양1차는 3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1년 뒤인 1978년 10월 서초동 우성2차는 3.3㎡에 70만원으로 급증했다.

이어 1981년에 3.3㎡당 분양가는 100만원을 넘겼다. 당시 잠원동의 신반포13차가 3.3㎡에 105만~112만5000원대를 형성했다. 2002년 4월 들어 3.3㎡에 1000만원 시장을 열었고, 일부 대형 아파트는 1500만원을 웃돌았다.

이처럼 부동산시장에서 엔트로피 증가의 원리는 집값 상승의 형태로 나타났다. 엔트로피 증가를 막기 위한 물리적인 힘은 ‘각종 규제’일 것이다. 업계에서는 대표적인 규제가 ‘분양가상한제’라고 보고 있다. 정부에서도 업계의 희망에 맞춰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추진키로 했다. 문제는 국회에서 개정법 통과 여부다.

하지만 분양가상한제가 집값 급등의 주 원인이라고 보기 힘든 면이 있다. 1989년 10월13일 서울과 부산의 아파트에 분양가상한제가 폐지됐다. 같은 해 토지공개념 관련 3개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그럼에도 집값이 크게 상승하지 않았다.

이어 1992년 3월에는 국회의원총선거, 같은 해 12월 대통령 선거가 치러졌다. 이때 집값 하락세가 이어졌다. 집값이 전국 평균 4.9%나 떨어진 해로 기록됐다. 미분양 아파트 3만6293가구를 떠안은 채 해를 넘겼다.

총선·대선 후 2년이 지난 1994년 미분양이 10만 가구를 넘어섰다. 건설업체의 파산이 늘어나면서 주택규제가 조금씩 풀렸다. 19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주택시장이 초토화하자 정부는 빠른 속도를 규제를 완화했다.

이처럼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했음에도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경기악화가 집값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집값은 2011년 9월11일 이후에 상승했다. 이는 미국의 9·11테러 때문이다. 미국은 9·11테러 이후 경기침체를 차단하기 위해 금리를 인하했다. 그러자 유동자금이 부동산과 증권으로 이동했다. 실제로 2011년 말 국내 땅값은 1.3%, 집값은 9.9% 상승했다.

역사를 보면, 집값 상승은 분양가상한제가 아니라 경기호황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에서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너무 민감하게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정치권은 부동산 관련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길 기대해 본다. 시장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일까? 정부의 정책일까, 심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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