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비상구 어디에]"새 먹거리 찾아라"…캐피털 등 타금융권과 힘겨운 싸움

입력 2012-09-05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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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 경쟁력 확보 비상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저축은행 비리연루, 자본잠식, 금융당국의 규제 등 연이어 불어닥친 온갖 악재로 만신창이가 된 저축은행은 지금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 영업정지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 마무리 단계로 ‘새판 짜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마땅한 ‘신수익원’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저축은행 업계는 ‘새로운 미래 먹거리’ 확보를 위해 금융당국에 저축은행만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책을 요구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영업환경은 점차 악화되고 있고 금융당국 역시 은행,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신협 등 타금융업권과의 형평성을 고려하면 저축은행만을 위한 부양책을 실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주변 여건도 악화일로다. 지난 5월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 이후 진행중인 구조조정은 좀처럼 본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장기화된 건설경기 침체로 PF 부실이 더욱 커지면서 현재 저축은행의 절반 가량은 적자고 5곳중 2곳은 자본잠식 상태다. 여기에 지난 6월 금융당국이 PF대출과 함께 저축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처중 하나인 스탁론(주식매입자금 대출)을 규제하고 나섰다. 또한 처음으로 상품화한 주식 및 전세담보대출 등은 은행권과 캐피털에 점점 잠식당하고 있다.

▲저축은행이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영업환경이 악화된데다 선수익원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캐피털 등 타 금융권과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영업정지된 경은저축은행 직원들이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연합뉴스
◇은행 및 신협·새마을금고 등 타금융권 샌드위치…‘경쟁력’ 부재=저축은행의 전신은 지난 1972년 도입된 상호신용금고다. 초기 저축은행은 제1금융권인 은행의 유흥업소 대출금지 등과 관련된 제도가 폐지된 1998년 이전까지 유흥업소 대출을 주요 수익원으로 삼았다. 제도 폐지 이후 저축은행이 수익창출의 차선책으로 택한 것이 바로 부동산 PF 사업이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직전까지 저축은행은 PF대출 규모를 빠른 속도로 키워나갔다. 그러나 세계경기 침체의 영향이 국내에도 직격탄으로 작용하면서 곳곳의 PF 사업이 중단, 저축은행의 부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부터 부실 저축은행에 대한 대대적인 조사를 실시, 영업정지 조치를 단행했다. 이후 저축은행 정상화를 위해 부동산 PF대출 등 위험자산을 통한 과도한 외형 확대를 지양하고 여신을 다각화하는 방향으로 저축은행을 유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지난해 7월 발표한 ‘저축은행 경쟁력 제고 방안’에는 △영업구역 내 여신전문 출장소 설치 확대 △지방 저축은행의 영업구역내 의무여신 비율 완화 △저축은행중앙회 중심의 개인신용평가 시스템 구축 △우량 담보대출에 대한 ‘포괄여신한도(50%룰 완화)’등이 담겨 있다.

하지만 저축은행 업계는 구조적인 어려움 속에서 여신 다각화 및 확대를 달성하는 것은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시중은행을 비롯한 새마을금고·신협 등 경쟁 관계의 타금융업권 사이에서 저축은행만의 ‘경쟁력’이 없다는 항변이다.

지난 1998년 여신금지업종 제도가 폐지되면서 저축은행은 시중 대형 은행들에게 대출고객(유흥업소에 속하는 골프장·콘도·대형식당·사우나 등)을 빼앗기며 수익 기반이 약화됐다. 이와 더불어 저축은행과 비슷한 기능을 하는 신협 등의 비과세 예금 취급 허용으로 저축은행이 수신을 확대하기란 쉽지 않다.

이런 어려움은 저축은행의 영업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2011회계연도(2011년 7월~2012년 6월) 3분기까지 저축은행 89곳 중 48.3%인 43곳이 적자를 냈다. 이런 이유로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에 낮은 금리로 예금을 유치할 수 있는 ‘비과세 예금’ 취급 허용 등 ‘신수익원’ 확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스탁론’ 규제·높은 진입장벽에 ‘할부금융 시장’은 개점휴업=저축은행 업계가 새로운 수익원 창출에 골몰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당국이 또 하나의 수익처인 ‘스탁론’을 규제하고 나서면서 업계는 울상이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를 통해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아 주식을 사는 연계신용 상품인 스탁론 규제에 칼을 빼들었다. 최근 스탁론 규모가 역대 최고 수준에 달하자 선제적 위험관리에 나선 것이다. 지난 3월말 스탁론 규모 1조1790억원중 저축은행 취급액은 총 8537억원으로 전체 대출액의 72%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난 4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증권업계와 대출 비율을 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주가 하락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를 단행한 투자자의 피해를 막기 위함이다. 금융당국은 스탁론 대출가능 비율을 기존의 절반 수준까지 줄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개인 투자자들은 스탁론을 통해 주식 평가액의 최대 300%까지 금융회사에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저축은행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진출을 허용한 ‘할부금융’ 시장도 개점휴업 상태다. 인프라 구축 등 초기 비용이 많이 드는데다 진출요건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할부금융업에 진출 가능한 저축은행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이 10% 이상, 고정 이하 여신비율 8% 이하,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종합등급 2등급 이상을 받은 곳으로 한정된다.

높은 진입장벽에 할부금융 시장의 터줏대감인 캐피털사 및 낮은 금리와 포인트를 무기로 한 은행과 카드사 등 신규 사업자와의 치열한 경쟁까지 겹치면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전체 할부금융 취급 실적의 약 90%가 자동차에 몰려있는 것도 걸림돌이다. 캐피털사와 자동차 제조사 및 딜러사들간 오랜 시간 맺어온 협업관계를 뛰어넘기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수익성 악화에 직면한 저축은행이 영업망 확대 등 자금조달을 할 수 없는 것도 할부금융 시장에서의 성과를 제한하는 요소다. 또한 저축은행은 취급액의 절반 이상을 영업구역 내에서 마련해야하는 지리적 제약도 받고 있다.

최초로 시작한 ‘주식담보대출’ 등은 타업권에 자리를 내줬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4년 전 저축은행이 처음으로 출시한 주식담보대출의 시장점유율은 지난 6월말 현재 67%로 전년 동기보다 15%포인트나 떨어졌다. 반면 0.3%에 불과했던 보험업계의 시장점유율은 같은 기간 13.5%로 50배 가까이 성장했고 캐피털업계도 18.6%로 점유율이 1.4%포인트 상승했다.

저축은행 업계는 금융감독 당국의 규제가 지금의 상황을 만들었다고 하소연한다. 지난 2010년 자기자본 미만으로 대출한도를 규제하면서 취급율이 줄었다는 것. 보험업계와 캐피털업계는 해당 규제가 작용하지 않고 설사 있다고 해도 자기자본이 커 별 영향이 없다는 설명이다.

‘전세금담보대출’도 처음 시작한 저축은행이 아닌 타금융권에서 더 많은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캐피털업계가 급속히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있고 일부 시중은행은 저축은행의 전세금 담보대출을 갈아탈 수 있는 ‘고금리 제2금융권 대환상품’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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