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나운서의 세계] 아나운서, 방송의 꽃인가? 방송의 주역인가?

입력 2012-08-30 16:22 수정 2012-08-31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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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이라도 한듯 한 획일적인 헤어스타일, 메이크업, 그리고 정장 스타일의 수백명 여성들이 쏟아져 나온다. 방송사 입사 시즌이라는 이야기다. 방송사 입사시즌 여부를 너무나 간단하게 알 수 있는 하나의 기표가 비슷한 모양새를 한 아나운서 지망생들의 출현이다.

2008년 MBC 여자 아나운서 경쟁률이 1926대 1인 것을 비롯해 방송사 아나운서 평균 경쟁률은 500~2000대 1에 이른다. 이같은 상상초월 경쟁률이 말해주듯 아나운서는 대학생 특히 여대생의 가장 선망하는 직업 1순위로 떠올랐다.

최근 연예인을 능가하는 인기를 누리고 있는 KBS 전현무 아나운서가 사표를 냈다. 그리고 교양과 뉴스 프로그램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MBC 간판 아나운서 최윤영도 회사를 떠났다. KBS에서 지난 7년간 사표를 내고 방송사를 떠난 아나운서가 18명에 달한다.

두 가지 상반된 풍경은 이전과 다른 오늘의 아나운서의 정체성과 그 위상을 보여준다. 우리시대의 아나운서는 방송의 꽃일까 아니면 방송의 주역일까.

아나운서를 ‘방송의 꽃’이라고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리고 제작에서부터 프로그램의 진행까지 방송에 핵심 역할을 하던 때도 있었다.

“아나운서 전성시대다. 아나운서들은 방송의 꽃으로서의 역할을 거부하고 있다. 아나운서는 한명의 출연자가 아니라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좌지우지 하는 중요한 방송의 주역이다”라는 SBS 손범규 아나운서의 주장처럼 아나운서를 여전히 방송의 주역으로 보는 시각도 엄존한다. 그리고 “의식과 의지로 붙들어 매왔던 아나운서계의 단일사회의 신화가 깨어지고 말이 아닌 그림(영상)의 문법이 지배하는 뉴미디어, 디지털의 새로운 사회적 환경 속에서 아나운서들은 직위의 급격한 추락을 경험하고 있다”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전규찬 교수의 지적처럼 아나운서 위상과 역할 추락을 주장하는 의견도 존재한다.

분명 연출, 제작에서부터 진행까지 주도적 역할을 했던 방송 초창기의 아나운서는 이제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방송의 보조적이고 장식적인 단순한 역할에만 머물지도 않는다. KBS 강성곤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는 바르고 정확한 우리말을 바탕으로 뉴스, 교양, 예능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사람이다. 일부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는 아나운서의 역할은 일부분일 뿐이다. 아나운서는 프로그램 밖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많이 수행한다. 그것을 언론들이 놓치는 것 같다”며 아나운서 역할 축소론에 대한 이의도 제기 한다.

하지만 새로운 방송 미디어의 등장과 다채널 시대의 도래, 방송의 기술적, 경제적 환경 변화, 아나운서의 조직문화의 변모, 연예인들의 프로그램 장악 등으로 인해 이전과 다른 아나운서의 정체성과 역할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수용자인 시청자들의 아나운서를 보는 바라보는 시선도 변화하고 다양해졌다. 바른 언어의 전령사, 프로그램의 간판이자 수문장, 연예인을 능가하는 스타 방송인, 신분상승을 위한 징검다리, 영상시대의 꽃, 가장 선호한 직업인…시청자들은 아나운서에 대한 다양한 문양의 인식을 갖고 있다.

방송계 종사자와 전문가, 시청자들이 아나운서를 보는 인식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분명 이전과 확연히 다른 아나운서의 정체성과 역할을 보이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리고 “아나운서의 아비투스(일정하게 구조화된 개인의 성향체계)의 순혈주의, 순수주의는 종말을 고했다. 현재 아나운서가 스타급 연예인의 인기를 누리는 것은 더 이상 이상한 일, 일탈적 해프닝이 아니다. ‘아나운서는 아나운서다’라는 동어반복적 코드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아나운서는 아나운서이면서 동시에 연예인이고 스타면서 교수이기도 한 분열적 다중인격체다”라는 전규찬 교수의 진단이 유효성을 획득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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