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업투자자 100만명시대] 전업투자자 왜 늘었나

입력 2012-08-28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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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대학 졸업 후 공무원 시험에 낙방하고 거듭되는 취업 실패로 고심하던 김민호(가명, 32세)씨는 올 초 전업투자의 길로 들어섰다. 1000만원의 투자금은 어머니께 빌렸다. 새내기 투자자인 김 씨는 매일 아침 7시에 기상해 모니터를 켠뒤 밤사이 생인 산업별 주요 뉴스와 뉴욕증시를 꼼꼼히 확인한다. 전업투자로 들어선 초기에는 대선 테마주를 통해 짭짤한 수익을 거뒀지만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지금은 '마이너스(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대박의 꿈을 안고 주식 시장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사진=연합
김씨처럼 증권사 홈트레이딩시스템(HTS)으로 출근하는 전업투자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은퇴 뒤 노후가 불안한 중장년층, 대출 이자 갚는데 허덕이는 직장인, 자영업자, 취업 길이 막힌 20대 대학졸업자들이 생계유지를 위해 전업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경기침체 속에서도 각종 테마주에 투자해 ‘누가 얼마를 벌었다더라’ 라는 소문은 이들을 HTS 속으로 더욱 깊숙히 끌어들이고 있다.

◇주식투자 인구 사상 최대

글로벌 경기침체가 본격화되면서 ‘대박의 꿈’을 안고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투자자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주식투자 인구는 528만명으로 전년대비 10%나 늘어났다. 경제활동인구 4.7명중 1명은 주식을 거래하고 있는 셈이다. 사상최대다. 관계자들은 이 가운데 100만명정도가 전업투자자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전업투자자를 어디까지 보느냐에 대한 논란이 있지만 매일 주식을 사고파는 전업투자형식의 투자자는 끊임없이 증가추세에 있고 전체 주식투자 인구의 20%에 육박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의 시가총액 대비 보유비중은 2010년 24.1%에서 2011년 24.4%로 0.3%포인트 증가했다. 기관과 외국인에 비해 헤지(위험회피) 능력이 부족한 개인투자자들이 매수 후 보유전략인 ‘바이 앤 홀드(Buy&Hold)’를 활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코스닥시장의 개인투자자 비중(61.3%)이 유가증권시장(32.9%)보다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젊은이들과 노인들의 주식투자자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실제로 주식시장 급락에 30~40대들이 본업에 집중하면서 해당 연령층의 주식투자수는 7.6% 줄어든 반면 20대 젊은층과 55세 이상 노년층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늘었다. 청년백수와 베이비부머들이 주식시장에 몰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명중 3명은 손실…‘호구형’ 절반”

문제는 개인투자자들의 투자행태가 비전문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데 있다. 금융투자협회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지난해 -5.2%의 손실을 입었다. 개인투자자들 가운데 60%가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플러스’를 거둔 투자자 비율은 38%에 불과했다.

개인투자자들이 기업들의 펀더멘탈(기초체력)이나 밸류에이션(실적대비 주가수준)보다는 각종 소문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테마주에 개인투자비율이 유독 높은 이유도 여기있다.

기업분석 능력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개인들의 높은 기대수익률은 항상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 개인투자자들의 연간 기대수익률은 기관(17.5%) 보다 2%포인트 높은 19.4%로 조사됐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가 ‘2011년 한국거래소 엑스포’에 참가한 투자자 150명을 대상으로 ‘개인 주식투자자의 투자성향 및 행동특성’에 따르면 전업투자자 가운데 ‘호구형’이 52%에 이른다고 지적했다.

호구형은 남들이 좋다는 주식에 쉽게 혹하고, 손해를 보면 운이 없었다고 생각하는 유형을 말한다. 전업투자를 직업이라고 여기고 자기만의 원칙 하에 각종 자료와 리서치를 분석하는 등 나름대로 전문적인 투자를 하지만 정작 생활 행태는 모니터를 떠나지 못해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주식 폐인형’도 48%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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