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불황 극복' 특명]저가 판매전략 '봇물'… 이젠 너도 나도 "깎아 드립니다"

입력 2012-08-13 09:20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삼성ㆍLG 100만원 이하 보급형 TV 소비자공략… 벤츠 36개월 무이자 할부 등

대기업들이 불황에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저가 판매전략을 내놓고 있다. 불황에는 저가 제품이 잘 팔린다는 점에 착안해 이익을 포기하고라도 판매 촉진을 위해 가격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또한 프리미엄 시장을 공략하려던 것에서 선회해 저가 혹은 보급형 시장에 진출하고 있거나 고가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을 내놓는 경우도 있다.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요즘 같이 경기가 안 좋은 때는 1원이라도 더 싼 제품이 많이 팔린다”며 “주력 제품을 저가형으로 바꾸기도 하고 마진을 줄어들더라도 가격을 내린다”고 토로했다. 이어 “생존을 위해 이 정도의 희생을 감수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하소연했다.

▲"요즘 같이 경기가 안 좋은 때는 1원이라도 더 싼 제품이 많이 팔린다" 대기업들이 불황에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저가 판매전략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는 런던올림픽 기념 할인 프로모션 행사를 진행했다.(왼쪽 사진) 신세계 백화점은 10일 충무로 1가 본점에서 1년에 두번 진행하는 '해외 명품 대전'을 열었다. 명품을 구매하려는 고객들이 몰려 북적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저가형은 불티나게 잘 팔려=불황이 깊어지면서 소비자들은 고가 제품 쪽으로는 고개도 돌리지 않고 있다. 덕분에 저가형 제품들은 불티나게 팔리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대표적으로 판매가 늘고 있는 제품은 침체에 빠진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홀로 독주를 하고 있는 경차다. 경차는 올 1월부터 7월까지 총 12만4450대가 팔리며 지난해 동기 대비 15%의 성장률을 보였다. 이는 역대 최고치 판매량을 경신한 수치다. 국내에서 자동차가 모두 81만 2672대가 팔려 전년동기 대비 5.7%나 줄어들었다는 점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특히 휘발유보다 연료비가 저렴한 LPG 경차의 경우 작년 동기보다 20%가량 성장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격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세금 면제, 통행료 및 주차 요금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이 있는 경차를 선택하는 실속형 소비자들이 늘어난 까닭이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에 연비가 좋고 세금 및 각종 혜택이 있어 경차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실속형 운전자가 늘어남에 따라 주유소들도 가격 내리기 전쟁에 동참하고 있다. 요즘은 인터넷이나 내비게이션으로 유가정보가 표출되기 때문에 운전자들이 가격이 싼 주유소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에 주유소에서는 고유가로 자동차 운행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을 한 명이라도 더 모시기 위해 기름값을 할인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상대적으로 기름값에 대한 민감성이 떨어지는 강남구 도곡동 쪽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유비가 가장 비싼 동네로 꼽히던 이 곳에서도 1원 단위의 주유비 할인을 경쟁적으로 진행 중이다.

가전 업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우 100만원 이하의 보급형 TV로 소비자들을 모으고 있다. 특히 런던 올림픽과 관련한 할인행사가 진행 중이어서 소비자들은 더욱 저렴한 가격으로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각종 할인 이벤트를 진행하면서 오프라인에서 보급형 TV 수요가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유통 업계에서도 불황에 자체브랜드(PB)를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PB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PB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25%를 넘었다. 이에 이마트는 PB 매출을 2년 내 매출의 35%까지 끌어올릴 계획이고 롯데마트는 회원제 할인점 빅마켓 등을 통해 PB 매출을 늘릴 방침이다.

◇콧대 높던 고가 제품도 깎고, 바꾸고=소비자들의 관심이 온통 저가 제품에 쏠려있자 고가 브랜드도 콧대를 꺾었다.

할인을 기대하기 어려웠던 수입차 업계에서도 앞다퉈 할인 행사를 진행하며 고객 모으기에 안간힘을 힘쓰고 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준대형 모델 더 뉴 E300 엘레강스에 대해 36개월 무이자 할부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포드코리아의 경우는 더 큰 폭의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는 수입차업계에서 팽배한 “제값 다주고 포드를 사면 바보”라는 인식 때문. 포드코리아는 직원판매가에 맞춰 고객할인행사도 다반사로 진행하면서 “(미국에서)사는 가격에 너희도 살 수 있다”는 식의 판매전략을 펼치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의 경우는 신차 구입 후 사고로 인해 차 값의 30% 이상 수리비가 발생하면 최장 3년까지 새 차로 교환을 해주고 있다.

불황과 관계가 없이 승승장구하던 ‘명품’ 또한 기세가 한 풀 꺾였다. 백화점 업계가 매출 부진에서 탈출하기 위해 명품과 모피 등 평소 할인과 거리가 멀었던 제품들도 싸게 내놓고 있는 것이다. 특히 신세계가 지난 10일부터 진행한 세일 행사에는 명품, 모피 등 총 200억원 상당의 물량이 연중 최저 수준인 60~70% 할인된 가격에 판매된다.

가전 업계에서도 삼성전자의 경우 1000만원을 호가하는 스마트 TV를 구형 TV 사진을 찍어올 시 최대 100만원을 할인해주고 있다. LG전자도 2500만원 상당의 84인치 UD TV를 구입할 시 3D 캠코더를 제공하고 3D 안경 3년 품질 보증을 하고 있으며 홈시어터, 일체형 PC, 머피머신, 호텔 스파 중 하나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또 2012년형 3D TV 구입시 최대 100만원까지 캐시백을 해주고 있다.

아예 고가의 제품을 대체해버리는 경우도 있다. 포스코는 내수시장에서 고가의 수입재 대신 열연 고급강을 판매, 이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열연 고급강 수입재의 경우 가격이 비싸고 수급도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에 고객사 입장에서도 포스코의 열연 고급강 판매 확대를 반기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평소 고급 이미지로 할인을 진행하지 않던 명품, 수입차 등의 제품들도 불황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끊기자 할인 혜택을 많이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김호중 소속사 대표 "운전자 바꿔치기 내가 지시"…김호중 대리 출석 녹취는?
  • 높아지는 대출문턱에 숨이 ‘턱’…신용점수 900점도 돈 빌리기 어렵다 [바늘구멍 대출문]
  • [노벨상 선진국 호주下] R&D 예산 GDP 0.5%인데…기초과학 강국 원동력은
  • AI 패권 도전한 日, 라인야후 사태 불 지폈다
  • 도마 오르는 임대차법, 개편 영향은?…"전세난 해소" vs "시장 불안 가중"
  • 中 본토 투자자 ‘거래 불가’…홍콩 가상자산 현물 ETF 약발 ‘뚝’
  • 속보 "슬로바키아 총리, 현재로선 생명 지장 없는 상태"
  • [종합] 뉴욕증시 3대지수 사상 최고치 경신…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 오늘의 상승종목

  • 05.14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2,090,000
    • +6.65%
    • 이더리움
    • 4,199,000
    • +3.86%
    • 비트코인 캐시
    • 644,500
    • +7.33%
    • 리플
    • 720
    • +2.56%
    • 솔라나
    • 218,000
    • +9.05%
    • 에이다
    • 628
    • +4.49%
    • 이오스
    • 1,110
    • +4.52%
    • 트론
    • 176
    • +0%
    • 스텔라루멘
    • 149
    • +4.2%
    • 비트코인에스브이
    • 88,250
    • +6.9%
    • 체인링크
    • 19,360
    • +6.37%
    • 샌드박스
    • 608
    • +6.6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