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정흥모 이야기너머 대표 "아이들과 함께하는 자전거 여행"

입력 2012-08-09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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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참 많이 더웠다. 마지막 가는 더위에 몸을 달궈보기로 했다.

9일 아침, 달팽이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이 자전거 여행을 시작한다. 나도 따라나설 참이다. 안양시청에서 출발해 강화로, 강화에서 다시 난지도를 거쳐 안양시청으로 돌아오는 2박3일 코스다. 70여명이 함께 출발한다. 어지간히 자전거를 타 보신 분들은 별거 아니다 할 수 있을 테지만 나로서는 적잖이 걱정이다.

중고등학교 때 자전거를 타본 실력이 전부다. 함께 가는 이들 중에는 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이 여러 명 있는데다 요 며칠 동안에 자전거를 처음 배운 선생님과 아이들도 상당수다. 내가 걱정인지, 아이들이 더 걱정인지 모를 지경이다. 이 대부대를 리딩하는 이준우 선생은 내게 ‘짐이나 되지 말라’고 면박을 준다. 야속한 말씀이다. 기필코 아이들을 쓰다듬으려 하는데, 넘어지면 일으켜 세우고, 늦으면 밀어주고 끌어주기도 하려는데, 돌아오는 핀잔이 벌써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번에 내가 자전거를 타기로 한 것은 순전히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어서다. 지난 1년간, 같은 건물 아래 위층을 오가면서도 아이들과 친해지지 못했다. 부끄럽지만 벌써 2년째 이곳 ‘빚진자들의 집’ 운영위원을 하면서도 정작 한 일이 없다. 이번에 역할 좀 해보려는 뜻도 있다. 이곳 아이들의 대부분은 결손가정 아이들이다.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 ‘불우하다’기보다 ‘불운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아이들이다. 불운해서 보살핌이 적고, 보살핌이 적어서 다른 아이들은 겪지 않는 무수한 차별과 폭력을 경험한다.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폭력은 상상 이상이다. 안됐다는 시선이 그렇고, 사고뭉치라는 편견이 그렇고, 무관심이 그렇고, 자전거 한 대 기부하고 크게 생색내려는 어른들의 과한 제스처가 또한 그렇다. 이 모든 게 아이들에게는 무자비한 차별이요, 폭력이 아닐 수 없다.

최소한 출발선은 같아야 한다고, 그게 정의라고, 현실을 정의하는 세상의 말들은 밤하늘의 별만큼 많아서 늘 성찬이지만, 세상은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기 어려운가보다. 감당해야 할 몫은 언제나 누군가의 외로움으로 남는다. 함께 하는 힘이 부족하면 할수록 결국 이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

아이들이 자전거를 연습하는 과정은 참 재미있었다고 한다. 열의가 넘쳤단다. 가르쳐주신 선생님들이 전하는 바에 따르면 이렇게 열심히 하는 아이들은 처음 보았다고 할 정도다. 하지만 애기들이다. 뙤약볕을 달려야 하는 만큼 경험하지 않은 길은 생각보다 더욱 힘겨운 여정이 될지도 모른다. 한 사람도 낙오하지 않고 꼭 극복해 냈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넘어서는 한계는 비단 길에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닥친 길을 극복해가는 오늘 한 걸음이 살아가면서 무수히 만나야 할 차별과 폭력을 이겨나가는 첫 걸음이 되었으면 좋겠다. 두고두고 숨은 에너지를 발산하며 세상을 이겨나가는 ‘위대한 성공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살아가면서 닥쳐올 수많은 고비들 앞에서 주눅 들지 말고, 삶에 가해지는 폭력과 차별 앞에 당당히 맞서 나가는 밑거름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디 혼자 잘나서 출세하지 말고, 그래서 신문기사에 나지 말고, 이웃들과 함께 오순도순 살아가면서 가끔은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 어떻게 기여할까 고민도 할 줄 아는 ‘큰 시민’으로 우뚝 자랐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타는 자전거 길이 내게도 오래도록 아름다운 여행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정흥모 이야기너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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