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상품' 전성시대]대기업이 中企 제품 베끼기도…법적 분쟁 끊이지 않아

입력 2012-08-0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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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음료업계도 미투 골머리

지난 1일 회사원 김모씨는 평소 즐겨 마시는 비타민 워터를 사러 대형마트에 들렀다가 잠시 혼란에 빠졌다.

진열대에 외양이 흡사한 코카콜라의 ‘글라소 비타민 워터’와 롯데칠성음료의 ‘데일리 C 비타민 워터’가 나란히 진열돼 있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겉모양이 너무 비슷해 자세히 보고서야 두 상품이 서로 다른 회사 제품인지 알았다”며 “어떤 것을 사야 할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식음료업계가 ‘미투(me too)상품’ 으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몇년 동안 개발해 내놓은 상품과 기능에서부터 디자인까지 비슷한 제품이 마구 출시되면서 원조업체 들이 노력이 헛수고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식음료업계에서 남의 것을 베껴 제 것처럼 내놓는 사례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성분만 알면 비슷한 맛을 만들어 내기 쉽고, 제품끼리 품질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코카콜라의 ‘글라소 비타민 워터’는 지난 2006년 미국에서 단일 제품으로 3억1500만달러 매출을 올리는 등 세계적 인기 음료로 떠오르며 2009년 6월 한국에 상륙했다.

가격이 타 음료보다 비싼 데도 인공 감미료가 첨가되지 않은 데다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소와 수분을 공급해 준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매년 세 자릿수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칠성의 비타민 워터 제품은 코카콜라 제품과 병 모양, 색깔 등 외양과 성분이 비슷해 큰 차이가 없다.

롯데칠성은 제품 출시와 함께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유통매장에서 기존 코카콜라 제품과 나란히 배치하도록 하는가 하면 “우리 제품에 사용된 비타민은 생산 공정 등 위생을 꼼꼼하게 검증한 퀄리C(Quali-C) 인증을 받은 100% 영국산 비타민”이라며 원조인 코카콜라 제품과 비교 광고까지 진행했다.

또 과거 코카콜라가 했던 것과 유사한 소비자 샘플링 활동을 진행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1974년 오리온이 쵸코파이를 내놓고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자 5년 후 롯데제과가 ‘롯데 쵸코파이’ 상표를 등록하고 판매를 시작했다. 이 때문에 양사는 상표 등록을 놓고 법정 공방까지 벌였다. 결국 법원에서 롯데 측의 상표권을 인정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양사 간 앙금은 가라앉지 않은 상태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이 잘나가자 대기업이 미투 상품으로 시장을 잠식하는 경우도 있다. 경진식품‘꾸이맨’이 히트하면서 농협목우촌, 빙그레, 팔도 등 대기업이 어포 시장에 뛰어들면서 현재 시장 규모가 100억원대로 커졌다. 하지만 경진식품은 올해 초 빙그레가 선보인‘꽃게랑 꾸이’여파로 반년만에 매출이 30~40% 이상 떨어졌다.

뿐만 아니라 지난 5월 팔도가 ‘꾸이꾸이’라는 이름의 미투상품을 출시하면서 경진식품은 위기를 맞고 있다. 경진식품은 빙그레, 팔도 등 미투 상품을 낸 대기업을 상대로 상표권 및 노하우 표절 혐의로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렇게 미투상품이 많아지면서 그에 따른 법적 분쟁도 끊이지 않고있다.

오리온은 2003년 롯데제과 ‘자일리톨’껌의 미투상품인 ‘오리온 자일리톨’을 출시했다. 그러나 롯데제과가 소송을 제기해 승소하는 바람에 상품을 폐기하고 디자인을 쓰지 못하는 판결을 받았다.

2010년 8월 남양유업이 빙그레의 ‘참 맛좋은 우유 NT’에 대해 자사의 ‘맛있는 우유 GT’를 따라 했다는 이유로 부정경쟁행위 소송을 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카피 상품이 범람하고 있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한다. 첫째로 식음료산업이 저성장 산업인 데다 제품 1개를 개발하는 데 소요되는 연구 개발비와 조사 비용 등 투자해야 되는 자금과 시간이 많다 보니 기업들이 인기 상품을 모방 출시해 적은 노력을 가지고 이익을 얻으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또한 식음료의 특성상 트렌드를 반영한 제품은 쉽게 구매로 이어지기 때문에 유통 과정에서 프로모션 이벤트를 벌이거나 가격을 인하해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면 원 브랜드 상품을 추월할 수도 있다는 점이 모방의 중요 원인이라는 것이다.

한 전문가는“인기 있는 상품을 모방하면 어느 정도 보장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좀 더 편하게 시장 진입을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기업들이 모방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이 양질의 제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와 제품에 대한 신뢰를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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