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원의 여의도1번지] 박지원, ‘2인자의 비애’

입력 2012-07-31 10:26 수정 2012-07-31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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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에 있을 때는 국가정책만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2인자의 자리에 있을 때는 정책보다 먼저 상관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경쟁자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생각해야만 한다.” 영국의 총리를 지낸 윈스턴 처칠이 한 말이다. ‘2인자의 비애’로 잘 알려진 명언이다.

개그콘서트 박성광씨가 한 말도 떠오른다. 그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멘트로 인기를 끈 바 있다. 이어 노회찬 의원과 공지영 작가가 같은 제목으로 책을 내놔 세상의 관심을 끌었다. 최근 정치권에서 2인자의 비애와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의 간극을 보는 듯했다.

지난 2006년에 야당이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2인자였다. 같은 해 6월 국회에서 벌어진 일이 떠오른다. 당시 새누리당은 사학법 재개정을 이유로 모든 법안 처리에 옥쇄를 걸었다. 사학법이 재개정되어야만 모든 법안 처리에 협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 새누리당은 ‘2인자의 비애’를 충분히 경험했다.

2012년 7월, 1위와 2위의 자리가 역전된 상태다. 이때 검찰이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의 체포영장을 청구하면서 새누리당은 1위의 자리를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여야는 내달 2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 원내대표 체포동의안 처리를 위한 표결에 들어갈 전망이다.

민주당은 제1야당 원내대표에게 체포동의안이 발부된 것은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라며 반발했다. 민주당이 비록 제1야당이긴 하지만 여당이 아니기 때문에 ‘2인자의 비애’를 피해가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검찰이 제1야당 원내대표의 체포영장을 청구하는 것을 보면서 ‘정치권의 도의’가 땅에 떨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낚시를 좋아하는 사람은 어린 물고기를 잡았다면 풀어주는 게 도의다. 경영권을 행사해 인수·합병(M&A)을 실시하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부는 남겨두는 게 상도의다.

이번 조치를 보면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3권 분립’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초등학생보다도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검찰의 국회 견제가 일방적인 것처럼 비쳐졌다.

새누리당은 “검찰이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을 구속기소했고 정두언 새누리당 의원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며 박 원내대표 체포동의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압박했다. 민주당은 “검찰이 증거가 없는데도 무조건 박 원내대표를 체포해서 자백을 받아내겠다는 의도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1·2위의 위치가 바뀐 상황에서 야당은 원내대표가 대선을 앞두고 검찰에 출두하는 모습을 걱정하는 분위기다. 반면 새누리당과 정부는 야당 원내대표를 피의자로 만들어 대선에 유리한 정국을 만들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대선을 앞두고 검찰의 야당 원내대표 체포동의안으로 인해 ‘2인자의 비애’가 발동해 정책이 실종될 것 같아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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