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할아버지의 무너진 꿈

입력 2012-07-26 09:09 수정 2012-07-26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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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희 지니어스 인베스트먼트 재무설계팀장

대망의 2012년도 어느덧 하반기를 향하는 지금,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올 한해 하루하루는 진땀나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주로 재무설계를 의뢰하는 고액 자산가들과 상담을 계속 하다보면 유로존 재정위기를 시작으로 코스피 지수 폭락, 부동산 반토막 등의 이슈에 민감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증시에서 하루에 증발한 돈이 수십조가 넘고 아파트 가격이 반토막이 났다는 기사가 연일 신문의 헤드라인을 장식하다보면 의외로 투자 상담이 더욱 많이 접수된다. 고액 자산가들에겐 이 상황이 또 다른 기회로 다가오기 때문에 주가가 폭락했으니 이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 주식 상품에 더 투자하길 원하고, 부동산 폭락시 장기적인 관점에선 저렴하게 부동산을 매입해놓을 수 있는 기회라고 판단한 분들의 투자 상담이 연이어 이루어지는 것이다.

아무래도 이렇듯 고액 자산가들과의 상담은 공부하고 고민해야 할 일들이 많기에 부담이 되지만 사실 나를 더 긴장시키는 투자 상담은 바로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과의 상담이다. 고액 자산가들은 수익을 더욱 극대화시키기 위해 나를 찾지만, 나와 같은 서민들은 살기 위해 찾는다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서민들의 경우 경기침체의 영향을 바로 받기에 소득이 줄어들다보면 지출을 줄일 수 밖에 없고 지출을 줄이기 위해 제일 먼저 하는 선택이 바로 보험의 해약이다.

보험은 어려운 상황일수록, 어려운 사람일수록 꼭 있어야 하는 든든한 바람막이가 되어야 한다고 확신하기에 기존에 유지중인 보험을 해약하겠다는 분들이 계시면 가급적 오랜 시간을 들여서라도 설득을 하고 있지만, 증권을 가지고 찾아오시는 분들의 증권분석을 하다보면 가슴 아프게도 나 역시 해약에 동의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종종 발생된다.

최근 강남 사무실에 여느 때처럼 구두를 수거하기 위해 할아버지가 웃으며 들어오시더니 갑자기 보험증권을 내놓으신다. 어렵사리 모은 돈으로 손자를 위해 몇 년 전부터 보험사의 저축상품을 가입해놨다고 웃으며 봐달라신다. 손자의 교육자금으로 준비했다고 내놓은 보험증권을 보니 손자가 사망해야만 보험금이 나오는 종신보험에 가입이 되어있었다.

이처럼 질병이 생겨도 치료비는 나오지 않고 치료를 실패해서 반신불수가 되어야만 받을 수 있는 보험 등 막상 필요한 상황엔 보장이 되지 않는 이상한(?) 보험을 가입한 분들이 생각 외로 너무 많아 질문을 해보면 주로 비슷한 상황에 놓인 것을 알 수 있다.

지인의 부탁으로, TM의 홍보전화를 받고, 홈쇼핑에서 싸니까 그냥 가입했다는 무책임한 답변이 대다수인데, 그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이렇게 큰 금액을 손해를 본다면 결국 그 책임은 누가 지어야 할까? 당연히 보험가입을 결정한 당사자의 몫이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는 견지에서 준비해야 하는 보험을 아무런 고민 없이 단지 친분이 있다는 이유로, 보험료가 저렴해서 가입을 하고 가입한 것을 후회하거나 정작 필요한 상황에 보장을 받지 못한다면 그건 누구를 위해 준비한 보험일까?

IMF 사태 때 보험 해약이 급증했고 2000년부터 보험업계가 호황에 들떠있었다. 그 많은 사람이 보험이 없는 상태가 되었으므로 다시 처음부터 보험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던 것이다. 최근 경기가 어렵다보니 또 많은 사람들이 보험을 해약하고 있다. 언제나 그렇듯 장기적으로 경기는 회복이 될 것이고 사람들은 또다시 새로운 보험을 가입하게 될 것이다. 속상해하는 할아버지를 건물 앞까지 배웅하며 부디 앞으로는 신중하게 선택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서 빈곤의 악순환의 굴레를 끊게 되는 상황이 오길 간절히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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