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三重苦' 신음]여야, 대선 앞두고 '재벌 개혁' 공세…"숨 쉬기도 힘들다"

입력 2012-07-23 09:11 수정 2012-07-23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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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리스크 '경제민주화'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공세에 재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대선이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야당은 물론 지금껏 대기업에 대해 비교적 우호적 입장을 보여온 여당마저도 재계를 압박하는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워 대선 승리를 거머쥐겠다는 전략이다.

대기업들은 유럽발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위기경영을 선언하는 등 장기 경기불황에 대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정치권의 공세라는 ‘폭탄’을 안고 가야 하는 입장에 빠졌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대선이 다가오면서 정치권에서는 '경제민주화'를 전면에 내세워 재계를 압박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9대 국회의 '경제민주화포럼'이 출범하면서 재벌 개혁과 경제민주화 정책에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사진=연합뉴스)
◇‘경제민주화’의 다른 이름 ‘재벌때리기’= 정치권은 경제민주화를 통해 균형있는 국민경제 성장 및 안정, 적정한 소득분배,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방지, 경제주체 간의 조화 등을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재벌과 시장 경제에 대한 규제권한을 국가에 무제한으로 부여한다는 의미다. 더 나아가 재벌해체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재계는 우려한다

새누리당의 유력 대선후보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0일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하면서 “영향력이 큰 기업일수록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감하고 단호하게 법을 집행하는 정부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권을 잡은 후 핵심과제 중 하나로 경제민주화를 꼽은 것이다.

대선 예비주자는 아니지만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는 앞서 9일 “민주당은 경제 기조를 재벌 특권 경제에서 민생 중심 경제로 대전환하고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에 당의 명운을 걸겠다”고 말했다.

야권 대선주자인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지난 8일 민주당 당내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공식선언하고 “이번 대선은 재벌을 일방적으로 편드는 세력과 재벌의 부당한 횡포를 막아내야 한다는 세력 간의 대결”이라고 말했다. 대기업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셈이다.

이밖에 민주통합당 대선 예비주자인 문재인, 손학규 상임고문도 지난 5일 국회 연구단체 ‘경제민주화 포럼’ 창립식에 참석해 경제민주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재계 압박에 나섰다.

◇순환출자 금지 압박… 재계 “어쩌나”= 지난 10일 재계는 박근혜 전 위원장이 발언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박 전 위원장이 “순환출자의 경우 거품이 끼어 자기가 투자한 이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는 불합리한 면이 있다”며 “바로잡아 나가야 되지 않겠나” 하고 강조했기 때문.

그는 “기존에 있는 순환출자는 현실성을 감안해서 기업의 판단에 맡기더라도 신규 순환출자 금지는 검토돼야 된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대기업 편이라고 생각했던 새누리당 박근혜 전 위원장에게서 순환출자 금지에 관한 얘기가 나온 데 대해 재계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정치권의 순환출자 금지가 대기업 오너 일가의 경영권 장악을 막기 위한 규제라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대기업들의 기존 순환출자분’마저 해소해야 하는 상황까지 몰리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삼성, 현대차 등 순환출자 규정에 걸리는 대기업들이 계열사와의 출자고리를 끊고 지주회사로 전환하려면 수십조 원의 비용을 떠안아야 한다. 이는 결국 투자 위축으로 이어져 국민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현재 국내기업이 순환출자 형태를 취한 것은 외환위기 등에 따른 구조조정에서 나온 것이라는 게 재계의 입장이다.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지배구조가 도마위에 오르면서 LG·GS·SK·두산·CJ그룹 등은 지주회사가 각각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로 전환했지만 상당수 대기업그룹이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경총 관계자는 “순환출자가 일부 결함이 있는 지배구조이지만 국내에서 기업 경영권 보호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최선책”이라며 “적대적 인수합병 등으로 경영권 위협이 있는 기업 환경을 감안할 때 순환출자 구조를 폐기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전경련 관계자는 “오너 경영이 갖고 있는 장점도 많다”며 “가족지배기업들은 장기적 안목에서 경영계획을 수립하고 신속한 의사결정, 위기상황에서의 구심점이 되는 등 다양한 장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총출제 또 다시 부활하나= 출자총액제한제도(출총제)에 대한 재계 우려가 크다. 출총제는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인 대기업이 순자산의 40%를 초과해 국내회사에 출자할 수 없도록 제한한 제도다.

대기업에 집중된 경제력을 완화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1986년 만들어졌지만 기업의 투자 의욕과 고용창출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실제로 지난 1997년 폐진된 후 1999년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부활했고, 기업에 대한 규제 완화를 이유로 2009년 다시 사라지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다.

민주당은 재벌에 의한 경제력 집중 폐해를 완화하게 위해서는 10대 대기업을 대상으로 총출제를 재도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예외조항을 두지 않고 순자산의 30%를 한도로 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순자산의 30%가 넘는 현재 지분 출자분에 대해서는 3년 이내에 해소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뒀다.

민주당은 3년간의 예외기간을 주는 조건으로 대기업 계열사간 순환 출자를 전면 금지하고, 지주회사의 부채비율 허용 기준을 현행 200%에서 100%로 낮추는 등 지주사 구성 요건도 강화하기로 했다. 대기업 오너 일가가 과다한 외부 차입금을 끌어와서 기업집단을 지배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전경련 관계자는 “정치권에서 골목상권이나 중소기업 영역 침해 등을 이유로 출총제를 다시 도입하려 하고 있지만 규제 대상이 되는 기업은 이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출총제와 같은 규제를 시행하는 국가는 없다”며 “세계에서 유일하게 출총제에 해당하는 주식보유총액제한제도를 시행했던 일본도 지난 2002년 폐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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