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품값 '1원 낙찰'의 역설

입력 2012-07-1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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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병원에 수천만원어치 1원 공급 관행화…납품 성공하면 원외처방시장서 본전 뽑아

제약업계가 ‘1원 낙찰’로 깊은 시름에 빠졌다. 병원 의약품 입찰에서 약값이‘1원’에 낙찰되는 비정상적 관행은 올해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일괄 약가인하로 영업환경이 더욱 어려워진 탓이다. 급기야 의약품 저가공급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던 제약·도매업체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근절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병원 처방시장에 사활을 걸어야 하는 현실에 업계의 자정노력은 난관에 부딪힐 공산이 큰 데다, 이를 관리감독해야 할 정부 역시 규제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어서다.

◇알면서도 수천만원 약을 1원에 공급(?) =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말 보훈복지의료공단 산하 5개 병원에 대한 연간 소요의약품 품목별 입찰에서 295품목 중 79품목에서 1원 낙찰이 확정됐다. 올해 입찰이 진행된 서울대병원, 충남대병원 등 국·공립병원에서도 1원 낙찰이 속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병원은 환자들에게 처방할 약을 경쟁입찰을 통해 조달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제약사들은 도매상을 통해 낙찰경쟁을 벌여 수천만원에 달하는 의약품을 단 1원에 공급해 왔다. 올해도 이같은 업계의 고질적 관행은 어김없이 되풀이됐다. 이유가 뭘까.

제약업계가 막대한 출혈에도 상식 이하의 낙찰 가격을 감내할 수 없는 것은 병원 처방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한다. 병원 입원환자에게 약을 공급하는 ‘원내 시장’과 병원에서 받은 처방전으로 인근 약국에서 구매하는 ‘원외 시장’의 처방 코드는 동일하다. 때문에 대형병원에 약품을 납품하면 외래환자에게도 같은 약을 팔 수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1원에 약을 원내에 공급하더라도 원외 시장에서 제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저가입찰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현재 제약사 매출의 80% 이상은 원외 처방시장에서 나온다.

또 다른 관계자는 “특히 최근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고 일괄약가인하로 오리지널과 복제약간의 가격차가 없어지면서 1원 낙찰이 업체들이 생존을 위해 유일하게 선택할 수 있는 영업수단이 됐다”고 말했다.

◇ 업계 자정노력 나서…효과는 ‘글쎄’ = 상황이 이렇자 제약협회는 최근 의약품 저가공급으로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업체에 대해 윤리위원회에 회부하는 등 강력한 제제를 가하기로 합의했다. 또 국공립병원에서 어떠한 품목이 얼마나 낮은 가격에 낙찰됐는지를 철저히 규명해달라는 의견을 보건복지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현재로선 제약협회와 도협이 공급된 제품과 공급가격에 대한 자료를 요구하더라도 제약·도매업체들이 거부하면 확인할 방법이 없어서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1원 낙찰’ 이 근절될 지는 미지수다. 조헌제 신약연구개발조합 이사는 “이미 병원처방 시장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정을 위한 내부 공감대 없는 일방적인 제제는 실효성을 거두기 힘들 것”이라며“품목구조조정 등을 통해 업체별 공급품목을 전문화·특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복지부 역시 이 같은 상황에 개입하기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의약품 입찰 과정에서 약사법·건강보험법 등의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규제가 가능하지만 저가 낙찰 자체를 막는 것은 권한 밖의 일”이라고 말했다.

제품 입찰관련 규제를 소관하는 기획재정부도 “시장경쟁질서를 준수하는 국가계약법상 1원이 아닌 0원에 입찰하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없어 현재로서는 1원 낙찰을 주도하는 업체나 병원에 대해 제재를 가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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