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조준희 기업은행장·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 '中企'를 말하다

입력 2012-07-11 13:28 수정 2012-07-11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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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준희 "부담 덜게 금리 인하"…김동수 "우산 뺏으면 안돼"

지난 6일, 100년만의 가뭄을 해갈하는 비가 전국에 내리던날 중소기업을 이끄는 두 명의 ‘대가’가 만났다. 중소기업 대출 금리 인하, 고졸채용, ‘원샷’인사 등 파격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조준희 기업은행장과 50여년간 한 길 만을 고집하며 한국 대표 기업가로 자리잡은 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이 그들이다.

이날 오전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한국도자기 본사에서 열린 ‘한국도자기 명예의 전당 헌정기념비 제막식’에서 조 행장과 김 회장은 조우했다. 한국 도자기는 지난 2004년 기업은행이 선정한 명예의 전당에 1호. 특히 이날 김 회장 뿐만 아니라 한국도자기 창업주인 고(故) 김종호 전 회장의 흉상도 함께 마련돼 그 의미를 더했다.

▲조준희(왼쪽) 기업은행장과 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
◇“中企, 가치있는 기업으로 성장해야”

조준희 행장과 김동수 회장은 ‘가치있는 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데 큰 공감대를 형성했다. 조 행장은 명예의 전당 기념비 제막식 행사를 마치고 한국 도자기 공장 현장을 방문했다. 조 행장은 기계 하나, 직원 한 명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공장내 걸려있는 박정희·김영삼·노태우·김대중 전 대통령들의 한국도자기 공장 현장 방문 모습을 담은 사진을 유심히 보기도 했다.

조 행장은 김 회장에게 “핵심기술은 한국에서 가지고 계시죠?”, “외부에서 기술인력을 뽑아가려는 데는 없습니까” 등의 질문을 끊임없이 했다.

생성 과정에서 도자기에 무늬가 있는 프린트를 붙이는 작업을 하는 직원에게도 “몇 년째 하시는 겁니까? 이 작업은 숙련이 아니면 힘들다. 만만찮은 작업이다. 하루에 몇 개나 하세요?” 라며 궁금한 점을 물었다.

특히 조 행장은 공장내 근로자들을 위해 업무용 테이블 위쪽에 에어컨을 설치한 부분에서 인상을 받는 모습이었다. 공장 내 작업 테이블에 에어컨이 설치된 것은 세계적으로 유일하다는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조 행장은 “기업의 명품은 기업이 직원들을 위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기업을 하는 사람들이 철학을 가져야지 돈만 보면 안된다. 보이지 않는 돈을 생각해야 한다. 우리나라도 이윤이 아닌 가치를 추구하는 회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제가 행장에 있을 때 하세요. 눈 감고 도장 찍어드리겠습니다.”

조준희 행장은 한국도자기의 해외진출사업에도 적극 지원할 것임을 행사 내내 밝혔다. 한국 도자기가 국내에서 이미 입지를 갖춘 만큼 글로벌 시장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도자기 공장을 둘러보던 조 행장은 “스티브 잡스는 생각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아이폰을 만들었다. 한국도자기는 이 같은 가치를 가지고 위대한 기업으로 나아갈 철학을 충분히 갖췄다. 이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등 최고 명품 백화점을 공략해야 한다. 또는 한국 도자기 매장이 명동에 있다면 그곳을 관광 코스로 만들어야 한다. 회장님께서는 무차입경영을 추구하셨지만 자제분들은 투자를 해야 한다. 한국도자기가 해외 진출을 위해 투자가 필요하다면 눈감고 도장 찍어 드리겠습니다.”고 말했다.

◇“기업銀, 금리 인하 대단해…어려운 中企 낙담말라”

이날 역시 조준희 행장이 최근 중소기업 대출 금리를 인하한 것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 한국도자기 본사 직원 식당에서 마련된 점심자리에서 김동수 회장은 조 행장의 ‘금리경영’에 박수를 보냈다.

김 회장은 “(중소기업대출 금리 인하는) 보통일이 아니다. 대단히 잘하셨고, 기업은행이 기업을 살리고 있는 것이다. 금리 인하는 은행장 결단이 없으면 안된다. 중소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인 만큼 은행들은 진짜 우산을 뺏으면 안된다 더 씌여 줘야한다. 날이 개이면 작은 우산으로 바꿔줘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회장은 최근 경기 불황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 경영진들에게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50여년전 빚으로 가득했던 아버지의 회사에 입사해, 빚을 갚으면서 조직 분위기를 다지기 위해 직접 화장실 청소도 마다하지 않았던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어린 조언이었다.

김 회장은 “어려운 상황이 본인한테만 왔으면 문제가 크지만 지금은 우리나라 전체, 세계적으로 왔기 때문에 같은 조건이다. 여기서 얼마나 극복해 나가느냐, 체질을 어떻게 강화시켜 놓느냐가 관건이다. 지금 체질이 약하다고 해서 힘들다 생각하지 말고 똑같은 조건이다. 최선을 다한다면 살아나갈 힘이 생긴다. 중소기업들은 어려움이 수시로 닥친다. 지금 상황은 일시적이니 낙담하지 말라.”고 말했다.

◇“‘명예의 전당’ 노벨상 버금가는 상으로 만들것”

조준희 행장은 김동수 회장을 끝으로 총 23명의 ‘명예의 전당’ 헌정자들에게 흉상을 전달했다. 조 행장은 흉상 제작의 목적을 외국 바이어들에게는 ‘신뢰할 수 있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심어주고, 2세 경영인들에겐 책임감을 고취시키는데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의 ‘명예의 전당’을 누구나 탈 수 있는 상이 아닌 노벨상 처럼 권위있는 상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다. 명예의 전당 흉상에 새겨져 있는 CEO에 대한 글귀를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4개국어로 준비한 것도 동상만으로도 그 기업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의도가 담겨있다.

조 행장은 “명예의 전당을 노벨상보다 더 권위있는 상으로 만들고 싶다. 상의 권위라는 것은 인품, 덕망이 모두 담겨 있어야 한다. 상을 받은 분들이 존경과 신망을 받아야지 다른사람이 받았다고 나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권위가 없다.”고 밝혔다.

53년 전 경제학을 전공했던 청년은 미국 유학후 교수를 꿈꾸지만 어려운 회사를 이끌고 있던 아버지의 권유로 회사에 취직하게 된다. 32년전 역사학자를 꿈꾸던 청년은 가정에 보탬이 되고자 은행원의 길을 택한다. 김동수 한국도자기 회장과 조준희 기업은행장의 인연은 그렇게 각자 품고 있던 꿈이 아닌 도전의 결단을 내리면서 시작됐다.

30여년이 흘러 은행장과 한국의 대표 기업 CEO 위치에서 만난 두 ‘대가’의 위기를 극복하고 가치를 창출하려는 의지는 가뭄을 해소한 단비처럼 침체돼 있는 경제에 자리잡은 희망의 아이콘처럼 비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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