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민주화 유효 수단" vs "관치 통한 재계 압박 포석"

입력 2012-07-09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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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국민연금 주주권 행사 찬반 논란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선잔화된 자본주의로 나가는데 마련돼야 할 제도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문제가 재점화 됐다. 불씨를 당긴 주인공은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그는 지난 6월 국민연금이 투자한 대기업에 대해 주주권 행사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재벌개혁에 대한 대립이 뜨거운 시점에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문제까지 불거지는 등 대한민국에는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고 있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1가 S타워에서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토론회'가 열렸다.
◇상장기업 중 50여개 지분 9% 확보 = 국민연금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국민연금기금은 364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국내총생산량(GDP) 대비 약 30%에 이르는 규모다.

국민연금은 이렇게 마련된 기금을 바탕으로 수익을 내기 위해 금융시장, 부동산 시장, 기업의 자금조달 등에 투자하고 있다.

이 중 국민연금은 주식시장에서만 62조원 가량을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이 주식시장에 투자하면서 이미 상당수 우량 기업에서 1~2대 주주 자리를 꿰차고 있다.

국민연금이 보유한 재벌기업들의 지분을 살펴보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의 지분율은 각 그룹 총수인 이건희 회장, 정몽구 회장의 지분율보다 높다. 특히 국민연금은 포스코의 최대주주다.

국민연금이 현재 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장기업은 190여개, 9% 이상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50여개에 이른다. 국민연금은 전체 상장사 1819개 중 591개(32%)에 투자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보유 지분이 이처럼 높게 나타나자 정계에서는 재벌들의 독주를 막기 위한 가장 우선적인 수단으로 재벌기업들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연금을 카드로 내세우고 있다.

그동안 일부 기업들은 상장회사와 계약 관계에 있는 변호사나 회계사 등 이해관계인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하면서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국민연금 목소리 점차 커져 = 하지만 국민연금은 주주총회에서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시달렸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지난해 열린 주주총회에서 총 2175건의 주주총회 안건 중 153개 안건에 대해 반대해 반대비율이 7.0%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까지 전체안건 2281건 가운데 407건을 반대해 비율이 17.8%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지난해 2월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 개정안을 심의해 의결하면서 주주권 범위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 2월 국민연금은 SK그룹의 임시 주주총회에 참석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처럼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대한 개정의 목소리가 커지고 김재원 의원의 개정안 발의로 인해 재계가 잔뜩 긴장하고 있다. 김재원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을 살펴보면 국민연금은 법률자문, 경영자문 등의 자문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등 회사와의 이해관계로 인해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이 훼손된다고 판단되는 자의 사외이사 선임을 반대할 수 있다.

기존에는 해당 회사 또는 계열회사의 최근 5년 이내 상근 임직원이었거나 이사회 참석률이 60% 미만이었거나 사외이사 재직 연수가 10년을 넘은 후보에 대해서만 사외이사 선임 때 반대할 수 있었다.

그동안 일부 기업들은 상장회사와 계약 관계에 있는 변호사나 회계사 등 이해관계인을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할 수 있었지만 이번 개정안은 자문 계약 등 회사와 수임 관계에 있는 사외이사 후보를 선임 과정에서 배제해 거수기 사외이사 선임을 원천 차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병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은 “주식회사는 주주가 주인이며 주주권이 제대로 행사돼야 하지만 주식이 분산되면서 주주가 한자리에 모여 주주권을 행사하기 힘들어졌다”라며 “자연히 소액주주를 대변하는 세력이 필요한 가운데 대표적인 세력이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여서 제대로 해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업들 “기업 가치 훼손” =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강화에 대해 기업들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표정이다.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에 대한 문제는 주주의 가치문제를 넘어서 정치권의 재벌 개혁의 수단으로 여긴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기업들은 국민연금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의결권 행사의 전제 조건으로 꼽고 있는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현재 지배체제는 정치적인 입김이 작용하는 상태다”라며 “국민연금이 국민들의 실질적인 의견을 반영해 줄지도 미지수지만 정부의 입김이 작용하는 국민연금으로 인해 낙하산 인사가 나올 가능성 등도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반대 이유는 현재 국민연금이 다양한 기업의 경영판단을 할 만한 전문성을 갖췄느냐는 점에서다. 급격하게 바뀌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기업은 신속한 투자결정을 해야 하는데 국민연금이 이를 제대로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 명확히 분석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금융회사 한 관계자는 “증권사나 투자사들을 보면 기업에 투자하기 위해 수많은 인력이 확보돼 있는데 국민연금은 이러한 인력도 갖추고 있지 않다”라며 “이런 상태에서 제대로 된 의사결정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긍정적인 결과도 가져올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모 그룹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의결권이 행사될 경우 적대적 인수합병(M&A)에 대한 방어와 안정적인 기업 경영전략을 수립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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