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김인철 성균관대 교수 "좋은 투기, 나쁜 투기"

입력 2012-07-06 10:33 수정 2012-08-0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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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독자 입장에서는 경제용어가 너무 많은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때로는 정반대의 뜻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용어가 많은 것이 더 심각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런 용어 중 하나가 투기다. 투기 하면 아파트투기처럼 나쁜 것으로 보통 사람들은 알고 있다.

그래서 환투기도 나쁘고 와인투기도 나쁘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특히 국민들의 먹거리를 갖고 매점매석을 통해 장난치는 농산물 투기는 죄질이 매우 높다.

투기에 대한 경제학자의 입장은 다르다. 역설적으로 오히려 투기가 있어야 시장의 효율성이 올라가고 경제가 활성화된다고 주장한다.

경제는 정말 알다가도 모르는 것이라고 손사래를 치는 사람들이 많은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투기자들은 우월한 정보력을 가지고 시장의 흐름을 미리 알아 투기매입이나 투기매도를 시도하는데 그 결과 초과수요와 초과공급 문제가 빨리 해소된다.

예를 들면 가을에 마늘이나 배추의 작황이 좋지 않아서 김장철 마늘과 배추 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바로 그 시점부터 투기자들은 마늘과 배추를 사들이기 시작한다.

마늘과 배추값은 김장철 훨씬 전부터 오르기 시작하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농부들은 재배기간이 짧은 배추는 즉시 증산을 시도하며 수입업자들은 중국 등 가까운 이웃 국가로부터 마늘과 배추를 수입해온다.

결과적으로 김장철이 닥치면 주부들은 그리 큰 부담 없이 예년처럼 김치를 담을 수 있게 된다.

원칙적으로 환투기도 부동산투기도 시장에서의 순기능 때문에 좋은 투기에 해당한다.

문제는 시장에서의 역기능 때문에 나쁜 투기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정보흐름을 차단하고 거짓정보를 유포한 후 남보다 발 빠른 투기를 통해 시장 질서를 해치고 부당한 이익을 취한다면 나쁜 투기가 될 수 밖에 없다.

이때는 정부가 개입하여 부당한 정보독점을 예방함으로써 시장에서 투기의 순기능을 강화시켜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제 시장에서 정부의 선도 기능은 매우 제한적이다.

아무리 정보력이 강한 정부라 하더라도 미래의 적정가격을 확실하게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투기의 원조는 17세기 네델란드에서 있었던 튤립투기였다.

당시 튤립가격이 소수 투기세력에 의해 단기에 ‘청룡열차’를 탄 것처럼 급락과 급등을 계속해도 네덜란드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그러나 환차익을 노린 환투기나 국가 간 금리 차익을 노린 증권투기와 같이 거시경제와 관련 있는 투기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다.

환율에 영향을 주는 양국의 통화량 차이, 인플레율 차이, 금리 차이 등은 통화당국의 정책에 달려 있다.

만일 통화당국이 이러한 거시경제 정책을 소홀히 하여 권위와 중심을 잃고 근시안적인 여론에 밀리다보면 국민경제는 엉망이 된다.

국제금융의 흐름을 선제적으로 알아 금리수준을 결정할 것은 물론이고 일단 중장기 목표 인플레율을 합리적 수준으로 결정한 후 이를 달성할 수 있으며 또 반드시 이를 달성할 것이라는 강한 의지의 신호를 시장에 내보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들이 모든 투기는 나쁘다는 인식을 버려야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당국 주도로 시장에서의 투기의 순기능을 높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중앙은행으로서 국내 화폐가치의 안정을 유지하면서 통화량의 안정적 공급이 따라주어야 새 일자리가 생겨나고 그동안 위축되었던 실물경제가 회복될 것이다.

시장에서 거짓정보의 흐름을 차단하고 정보의 독점을 막음으로써 가격안정을 유지하고 시장 질서를 지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김인철 성균관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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