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비즈니스의 위기]인프라 구축 없이 단기성과 목매다 ‘공급과잉’직격탄

입력 2012-07-02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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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어려워졌나

그린비즈니스는 무슨 색일까. 지난해부터 그린비즈니스에 대한 거품론이 제기되고 있다. 발단은 미국 정부로부터 5300억원의 예산 지원을 받은 신생태양광업체 솔린드라의 파산 때문이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 사건을 놓고 2000년대 중반부터 새로운 미래 동력으로 여겨온 그린비즈니스의 거품을 확인할 수 있는 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2008년부터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그린비즈니스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사업 중 하나인 태양광 부문이 좌초를 하면서 그린비즈니스 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일고 있다.

▲글로벌 메이저업체들이 하이브리드차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지만 비싼 차량가격에 고전을 몇니 못하고 있다. 일본 이와테현의 도요타 공장에서 하이브리드차 아쿠아를 조립 생산하고 있다. ⓒ블룸버그
◇그린비즈니스 사업 성숙도=한국그린비즈니스IT협회가 자동차, 전자, 조선 등 3개 업종에 대해 국내 100개 기업으로 대상으로 그린비즈니스 성숙 수준을 조사한 결과 5점 만점에 2.53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기업들의 그린비즈니스 성숙 수준을 도입 전, 도입, 확장, 성숙, 최적화 등 5단계로 구분하면 도입단계를 지나 확장 단계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비즈니스 영역별 조사에서는 걸음마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로세스(운영) 영역이 3.42점으로 가장 높았다. 그러나 제품과 서비스 2.60점. 조직 2.19점, 전략 1.91점 등으로 나타났다.

이는 그린비즈니스를 위한 조직이나 전략영역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 위기로 비용절감에 주력하면서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해 중장기적인 미스매치가 생기고 있는 셈이다.

정작 그린비즈니스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전담조직과 인력 확보에 상대적으로 소홀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기업들이 그린비즈니스를 지원하기 위한 IT부문에서 정보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했지만 정작 가시적인 부분에서의 그린화에 주력한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국내 기업들은 그린비즈니스를 도입하면서 문제점을 안고 시작했다. 그린비즈니스는 단순히 솔루션이나 시스템 구축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다. 한국그린비즈니스협회 조사결과는 기업의 인프라 인력 프로세스, 문화 등 기업 전체의 체질 개선과 관련된 작업임을 간과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일부 사업군에서는 캐즘 현상도 뚜렷하지고 있다. 캐즘은 지각변동에 따른 지질사이에 틈이 생긴 것을 말하는 지질용어다. 경제학에서는 얼리어답터와 이후 다수 사용자간의 인식의 갭을 일컫는다.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소비자의 80%가 친환경 제품 성능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비용보다 환경을 우선시하는 윤리적 소비 인식을 갖고 있지만 상품 선택에서는 가격과 품질을 따지는 합리적 소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부 업종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대형 자동차 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하이브리드카는 비싼 가격 때문에 시장에서 이렇다할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시장의 딜레마=그린오션의 직접적인 문제는 정부가 시장의 역할보다 크다는 점이다. 가장 대표적인 그린비즈니스사업 부분이 태양광이다. 지속적인 성장세가 예상되던 태양광발전 산업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

2000년대 후반 고성장세가 지속되던 태양광 산업은 유럽의 재정위기로 수요비중이 가장 높았던 독일과 이탈리아 정부 보조금이 축소되면서 수요가 급감했다. 또 2010년 중국을 중심으로 발전설비가 급증했지만 최근 글로벌 금융 문제가 불거지면서 수요가 둔화되고 있다.

특히 대기업들은 고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잇따라 막대한 투자에 나섰다가 수요둔화에 따른 공급과잉이라는 문제에 봉착해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공급과잉에 따른 제품가격 급락으로 기술력과 원가경쟁력이 낮은 업체들의 퇴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집중적인 투자를 했던 일부 대기업들도 사상 최대의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는 정부의 주도적인 재정지출 없이 시장의 성장세를 유지하기 어려운 것을 방증하고 있다.

반면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도 그린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례도 있다. 미국의 풍력발전 사업이다. 미국 연방 정부와 캘리포니아주는 1980년대초부터 신에너지와 관련해 세액공제제도를 도입했다. 세액공제액은 사업 비용의 50% 수준에 이를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이에 따라 풍력발전소가 우후죽순식으로 건설됐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공급이 과잉되면서 가동률이 떨어진 것이다.

이에 대해 경제학자들은 정부가 혜택 대상자 심사를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과 지원이 일회성에 그친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또 기업들이 정부의 지원만 믿고 수익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이 제도는 1990년대 폐지됐다.

그린비즈니스의 최대 시장인 유럽에서도 심상치 않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영국은 2020년까지 에너지의 15%를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전망은 밝지가 않다. 영국의 계획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주요 6대 에너지 기업의 투자가 보다 적극적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인프라의 노후화, 기술 부족, 부진한 경제 성장은 신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의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국내는 그린비즈니스에 대한 명확한 개념도 정립이 되지 않은 상태다. 컨설팅사인 언센트앤영 (Ernst & Young)의 정의에 따르면 ‘경제 전 영역에 걸쳐 저 탄소, 자원 효율적 경제, 재 제조 상품, 공정, 서비스, 사업모델의 도입을 위해 노력을 기하는 비즈니스’로 그린 비즈니스를 폭넓게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이렇다 할 정의가 없다. 이런 국내 사정은 기업들의 인식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그린비즈니스 도입을 위한 솔루션적인 표면적인 투자와 기술개발은 활발하지만 정작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대세는 ‘그린’=그린비즈니스가 글로벌 트렌드인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이미 미국, EU,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그린 뉴딜’ 정책에 천문학적인 액수를 지원할 계획을 밝혔다. 각국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믿고 그린비즈니스에 뛰어드는 기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린비즈니스와 관련이 없는 대기업들도 뛰어들면서 과잉 경쟁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그러나 산업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는 그린비즈니스의 특성을 고려하면 과잉경쟁이 산업 발전을 가속화시키는 좋은 기회라는 평가도 만만치가 않다.

업계 등에 따르면 글로벌 그린비즈니스 시장은 오는 2020년까지 총 3조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시장전망은 삼성그룹과 LG그룹의 2020 프로젝트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삼성은 오는 2020년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LED 등 '친환경 그린비즈니스'부문에서 매출 50조원 달성을 추진하고 있다. LG그룹은 2015년까지 그린 비즈니스 분야에서 10조원 매출을 달성한다는 ‘그린 2020 전략’을 지난 2010년 발표했다. 중장기 전략은 구본무 회장이 직접 챙기고 있다.

정부는 그린비즈니스 산업에 99조원을 투자해 현재 부가가치생산액 116조원을 2013년에는 253조원, 2018년에는 576조원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한 신규 일자리는 5년간 88만개, 10년간 226만개가 늘어날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 기사 마지막 부분에 전문가 멘트가 한 문장 들어갈 예정입니다.(목요일 오후 중으로 수정)

* 사진설명=사진은 미국 몬타나주 풍력 발전소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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