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7년만에 다시 돌아온 서울샤프중공업…생생한 한국유턴記

입력 2012-06-12 12:11 수정 2012-06-12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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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한국 복귀까지 A~Z

“해외 나간다면 말리고 싶다. 남들보다 앞서 나간다고해서 앞서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해외 진출이 어렵다. 마찬가지로 돌아오는 것도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더 쉽지 않다. 신중해야 한다.” 지난 2009년 7년 만에 중국에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에너지·환경설비 업체 서울샤프중공업이 앞으로 중국으로 진출할, 그리고 한국으로 유턴할 기업들에게 건넨 첫 마디였다.

너도나도 거대시장 중국으로 진출했던 2002년. 샤프중공업도 예외는 아니었다. 중국 천진에 천진한성하보환보설비유한공사를 설립, 중소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2만평 부지의 대규모 투자를 공격적으로 단행했다. 국내 탈황설비시장의 95%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에너지·환경분야에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샤프중공업에게 중국 진출은 또 하나의 도약이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를 철칙으로 여기는 이근우 샤프중공업 회장은 탄탄한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과 강한 추진력으로 중국에서의 사업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거침없던 이 회장의 뚝심도 이국땅 중국에서의 도전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샤프중공업은 2009년 청산을 완료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샤프중공업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고 볼 수 있는 7년 만의 한국 복귀의 배경에는 어떤 속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또 여타 기업보다 빨리 국내 유턴을 감행하면서 어떤 메시지를 후발 주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것일까.

◇샤프중공업 한국으로 유턴한 이유는 = 중국은 일을 멀리 내다보고 처리해 신중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속도는 느린 만만디(慢慢的) 문화다. 또 중국 특유의 인간관계를 중시하는 ‘꽌시(關系)’ 문화로도 유명하다.

이는 어떤 상황에서도 납기일에 일을 완수하는 ‘빨리빨리’ 문화에 젖어있는 한국 기업에겐 고역인 일일 수 있다. 한국에선 일사천리로 진행될 일도 중국에서는 차일피일 미뤄지는 연이은 상황은 신뢰를 목숨처럼 여기는 이 회장의 국내 복귀 결심 시기를 앞당기기도 했다.

땀 흘려 쌓은 기술력을 중국에 고스란히 넘어갈 뻔 한 일도 샤프중공업이 발길을 다시 국내로 옮긴 주요인이었다. 넓은 시장을 바라보고 중국으로 갔지만 경쟁력의 가장 바탕인 기술력 자체를 잃어버릴 뻔 한 경험은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단다.

세부적으로는 언어적 장벽으로 인한 통역 비용 및 위험까지 간과해선 안된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조선족 등 현지 통역사 채용이 불가피한데 이들 대다수가 전문적인 통역사가 아닌 만큼 잘못된 의미전달로 곤욕을 겪는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시장환경 변화가 크게 달라졌다는 점도 전했다. 중국은 임금인상, 위안화 절상 및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국내 생산원가와 격차가 크게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중국의 저렴한 생산비라는 장점도 사라진 지 오래란다.

또 한국이 미국, 유럽연합(EU)과 FTA를 체결함에 따라 국내에 잔존하거나 해외서 유턴할 시에 얻을 수 있는 관세효과도 언급했다. 국가 이미지 개선에 따라 한국에서 만든 제품을 더 선호하는 변화된 국제시장 분위기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이 같은 변화에 따라 중국으로 진출한 많은 한국 기업들이 모국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샤프중공업이 해외 진출 및 U턴 희망 기업들에 주는 메시지 = 샤프중공업은 2006년 중국 철수를 결정하고 공장을 완전히 청산하고 복귀하는 데 3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중국의 각 성(城)마다 법이 다르고 자산매각이 쉽지 않았다.

샤프중공업은 바로 이 자산매각 과정 때문에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국내 유턴이 더 힘들다고 했다. 샤프중공업은 업종 특성상 대형장비가 많은데 보유한 한정된 판로로 중국 현지에서 장비 및 부동산 자산을 팔기가 쉽지 않았다. 대기업들은 넓은 유통망은 물론 해외 각지에 있는 계열사에 자산을 매각하는 방법을 손쉽게 찾았지만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의 경우 일일이 뛰어다니며 팔 곳을 알아봐야 한다는 것. 이 때문에 비싸게 구입한 자산을 헐값에 매각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다. 샤프중공업은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해외진출이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로 돌아오기도 쉽지 않으니 해외 진출 시보다 신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샤프중공업은 또 남들보다 앞서 나간다고해서 앞서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해외로 나간다면 말리고 싶단다. 해외로 나가는 것에 대해 냉정해져야 한다는 것. 정확한 시장조사와 경쟁력을 바탕으로 중국 진출을 고려해야지 무작정 나가는 것은 오히려 시간과 비용만 낭비하는 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연한 말 같지만 그렇지 않은 적지 않은 기업들을 중국에서 직접 봤기 때문에 하는 소리란다.

또 국내로 복귀하는 경우에는 입지 후보지 지자체 및 유관기관과 충분한 행정적 협의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입지하려는 해당 지역의 인적 인프라는 특별히 더 고려해야 할 대상이라고 샤프중공업은 힘주어 말했다.

샤프중공업은 중국 진출 경험을 통해 ‘잃은 것도 얻은 것도 없다’고 총평했다. 국내로 복귀한 이후에도 중국 유수기업들로부터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 받아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전과 달리 핵심파트 공사를 위주로 하면서 이익률도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중국에서의 경험이 해외사업을 꾸준히 확대해 나갈 동력이 된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샤프중공업은 해외진출에 대해서는 ‘신중’에 방점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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