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블랙아웃’ 초비상]원전 건설, 타이밍 놓치고…전기료, 표심에 발 묶이고

입력 2012-06-05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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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수급 대책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의 절전대책이 연례행사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여름, 겨울 계절 구분도 없다. 전력당국 관계자들은 날씨가 무더울까봐 또는 겨울 한파가 올까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

최근 2~3년 전력난이 되풀이되고 있음에도 뾰족한 대책도 없다. 발전소 하나를 짓는데 5~10년이 걸리다 보니 당장 전력공급을 늘릴 수도 없다. 정부가 전력난 해소 책임을 국민과 기업에 전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전력수급이 최악의 상황을 맞은 원인으로 정부의 안일한 전력수요 예측과 에너지 포퓰리즘에서 찾고 있다. 한 마디로 정부가 제 발등을 찍었다는 것이다.

정부의 안일한 전력수요 예측과 달리 실제 전력수요는 지난 10년간 80% 가량 폭증했다. 같은 기간 석유나 가스 등 다른 에너지 소비량이 20%도 채 늘어나지 않은 것과는 확연한 차이다.

이러한 전력수요 폭증의 원인은 정부가 전기료 인상을 억누른데 따른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전기료 인상이 공공요금 상승을 불러와 물가안정을 해친다는 이유를 들지만 실질적으로는 표심(票心)을 의식했다는 설명이다. 그 어떤 정권도 전기료 현실화란 ‘총대’ 메기를 주저했다는 것이다.

▲때이름 무더위로 전력수급에 비상이 걸린 전력당국이 예년보다 한달 앞서 하계 절전대책을 내놨다. 낮 기온이 30도에 육박하는 가운데 전기료 인상을 앞두고 전력 소모가 적은 선풍기가 여름 특수를 누리고 있다.
◇ 주먹구구 전력수요 예측…2010년대 전력난 지속 = 작년 9월15일 사상 초유의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 전국 수백만 가구가 예고도 없던 순환정전으로 인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전문가들은 정전대란의 원인으로 정부의 주먹구구식 전력수요 예측과 계획대로 발전소를 건설하지 못한 점을 들고 있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정부가 발표한 제3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06~2020년)은 2006~2011년 연평균 전력수요 증가율이 2.4%인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실제 증가율은 그 두배인 4.8%에 달했다. 당시 계획에서는 2011년 최대 전력수요를 6594만KW로 잡았으나 작년 최대 수요는 7313만KW였다. 이것은 2020년 예측량 7180만KW 보다도 많은 것이다.

더군다나 제3차 수급계획상 2010~2013년 건설 예정인 민간발전설비의 82%(4650MW)가 취소 또는 6개월 이상 지연되고 있다. 보고서에서는 적극적인 수요관리 정책이 없다면 2015년까지 설비예비율이 6.6% 이하로 유지되고 그 이후에도 설비부족에 따른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수일 KDI 연구위원은 “적극적인 수요관리 대책이 없다면 전력수급 불안은 2010년대 내내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어 “안정적 전력수급을 위해 2020년까지 계획돼 있는 10기(1만2800MW)의 원전은 원자력에 대한 안전규제 기능 강화와 병행해 원안대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전기료 현실화 늑장에 전력대란 연례행사로 = 정부의 전력수요 예측을 빗나가게 한데는 원가보다 저렴한 전기료가 한 몫을 했다. 물론 전기료 인상을 억제한 것은 정부다.

현재 전기요금은 전기 생산 원가의 90% 수준에 불과하다. 2010년 기준 한국의 가정용 전기요금은 미국보다 KW당 1.4배, 일본은 2.8배, 독일보다 3.9배 저렴하다. 산업용도 주요 선진국에 비해 저렴하다.

그러나 한국의 전력 소비량은 영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들보다 2~3배 많다. 고유가 시대에 저렴한 전기로 수요가 몰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런 탓에 지난 4년간 한국의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전력은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를 봐 적자 규모는 8조원대에 이르렀다. 또 산업계는 누진제가 없는 산업용과 상업용 전기를 평펑 쓰면서도 정부가 전기료를 인상한다고 하면 반발하는 등 값싼 전기 사용을 마치 권리처럼 오판하게 됐다.

그럼에도 정부는 전기료를 쉽게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전기료가 물가의 ‘잣대’이기 때문이다.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고는 하지만 서민들의 체감 온도는 여전히 좋지 않다.

더불어 올해는 총선과 대선이 함께 있는 ‘선거의 해’다. 서민생활에 밀접한 전기료 인상은 민심(표심)과 직결된다.

공기업 부채 증가에 속타는 정부가 지난해 전기료를 두 차례나 올린 것은 올해 전기료를 인상하기 어렵지 않겠냐는 의식이 반영된 결과다. 또 대선을 앞두고 또 다시 전기료를 인상하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반증과도 같다.

김현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의 전력난은 표를 의식해 요금 인상을 자제했던 정부에서 자초한 측면이 있다”며 “지역난방 같은 경우는 요금을 잘 올리지만 유독 전기료는 강력하게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원은 “우리나라가 자랑할 만한 공기업 중 하나인 한국전력이 수조원의 적자가 나서 국민세금으로 메꾼다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라며 “소비자가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게 전기료를 적정 수준이 될 때까지 매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이수일 KDI 연구위원도 “요금기반 수요관리를 위해 연료비 연동제 실시, 계절별·시간대별 차등요금제 강화, 최대피크 요금제 등 부분적 실시간 요금제 도입이 필요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판매경쟁을 도입해 소비자들의 선택 가능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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