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재계 라이벌 열전]소리없이 강하게…차세대 사업 진두지휘

입력 2012-06-04 10:10 수정 2012-06-0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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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사장

재계 1, 2위 라이벌인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이들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오너 3세 차세대 리더의 보이지 않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사장과 정몽구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이다. 이 사장은 정 부회장보다 2살 형으로 사석에선 호형호제하며 절친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각각 전자업종과 자동차업종이 주요 사업이다 보니 이들이 부딪칠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블루오션으로 꼽히는 차량용 반도체 사업을 놓고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다. 향후 재계를 대표하는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이 시작된 것이라는 게 재계의 해석이다.

할아버지인 고(故) 이병철 회장과 고 정주영 명예회장,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과 정몽구 회장이 그랬듯이 이재용 사장과 정의선 부회장도 ‘라이벌’이라는 숙명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다소 늦게 경영 전면에 등장한 이재용= “아버지의 도전정신을 배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이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2011’에서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2010년 12월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 첫 해외 공개 행사였다. 이건희 회장의 도전정신을 배우고 경영 전면에 나서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이재용 사장은 사실 정의선 부회장에 비해 경영행보가 늦었다. 나이는 두 살 많지만 현 직급도 사장과 부회장으로 차이가 있다. 이 사장은 2003년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한 이후 4년 연한을 다 채운 2007년 전무로 올라섰다. 이후 부사장과 사장을 차근차근 밟으며 현 위치에 섰다. 아버지 후광이 아닌 철저한 경영 수업을 마친 후 승진이 이뤄졌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1968년 6월23일 서울에서 태어난 이재용 사장은 경기초등학교와 청운중학교를 거쳐 1987년에 경복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이 사장은 학창시절 버스를 자주 이용하는 등 재벌가 도련님 티를 전혀 내지 않았다고 지인들은 전한다. 매사에 성실하고 리더십도 강했다. 정·재계 인사들의 자제가 많이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던 경복고에서 반장을 맡을 정도였다.

이 사장은 1987년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에 입학했다. 경영학이 아닌 인문학을 전공으로 택한 데는‘경영’에 앞서 ‘사람’을 먼저 공부하라는 이건희 회장과 이병철 선대회장의 뜻이 반영됐다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

이 사장은 일본 게이오대학원과 미국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공부를 더 한 후 삼성전자 상무보로서 공식적인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2009년 부사장 승진과 함께 COO(최고운영책임자)를 맡아 본격적인 경영에 참여했다. 이어 2010년에는 삼성전자 사장으로 승진하며 입사한 지 꼭 20년 만에 경영전면에 나서게 됐다.

◇국내외 행보 가속화= 정의선 부회장은 디자인을 내세워 기아차의 성공 신화를 쓰고 있다는 평가를 받지만, 이재용 사장은 특별히 내세울 만한 경영 성과가 아직 없다. 오히려 2000년대 초반 e삼성 실패라는 쓰라린 아픔만 있을 뿐이다.

이런 이재용 사장의 행보가 지난해부터 바뀌었다. 과거 이재용 사장이 아버지 이건희 회장을 수행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는 ‘그림자’행보에 그쳤다면 이제는 경영전면에 적극 나서고 있는 양상이다.

이재용 사장은 최근 전세계를 누비며 글로벌 CEO들과 잇달아 회동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 영업전선에 나섰고 차세대 먹거리 사업 육성을 위해 경영 전면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다.

특히 이 사장은 지난해 팀쿡 애플 CEO와의 단독 회동을 갖고 삼성 부품의 최고 고객인 애플의 부품 추가 공급을 성사시켰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재용 사장은 ‘갑’의 위치인 세트 부문이 아닌 ‘을’의 입장인 부품 부문에서 더욱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며 “오너 3세로서 스스로 어려운 일을 자처하면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서는 이재용 사장의 부품 부문 보폭 확대가 후계 수업을 위한 의도도 상당부분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 보고 있다.

실제로 이재용 사장은 최근 2~3년 간 세트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최지성 부회장과 함께 하며 TV, 휴대폰 등 세트 사업을 크게 성장시켰다.

부품은 지속적인 품질관리와 생산효율이 중심이고, 세트는 히트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 창조성이 중시된다. 업의 본질이 다른 양쪽을 모두 알아야 삼성을 이끌 수 있다는 주장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엔 자동차 삼매경에 빠졌다. 세계 굴지의 자동차 회사 CEO를 모두 만나기 위해 지구 한바퀴를 돌고 있다. 자동차용 전자부품 사업을 삼성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우기 위한 광폭 행보다.

자동차 사업과 전자 사업의 연관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부품 확대에 따라 삼성의 향후 먹거리로 자리잡게 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진다.

이 사장의 야구장 리더십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 5월 중 두 차례나 야구장을 찾았다. 지난달 20일에는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가족과 함께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삼성 라이온즈 경기를 관전했다. 이에 앞서 유럽 출장에서 돌아온 지난달 11일에는 구본무 LG그룹 회장 조카사위인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과 함께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재계 관계자는 “뭔가 우리와 다른 생활을 할 것 같은 오너가 직접 야구장을 찾는 모습을 보이면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젊은 직원들의 애사심 고취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은… = 경복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1992년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 학사 과정을 마쳤다. 일본으로 건너가 1995년 게이오기주쿠대학교대학원 석사학위를 땄다. 2000년에는 하버드대학교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이 사장은 해외에서 유학하며 구축한 다양한 인적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이멜트 GE회장,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미래학자 엘빈토플러 등 해외 유명인사와도 교분을 쌓아왔다.

삼성 내에선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대표이사),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 등과 친분이 두텁고 삼성커뮤니케이션팀을 총괄하는 이인용 부사장은 이재용 사장의 대학선배다. 재계에서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과 동갑내기 사촌지간이자 함께 경복고를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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