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발목잡힌 금융시장]대형 IB, CCP·ATS 등 자본시장 인프라 확충 ‘스톱’

입력 2012-05-02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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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길 먼데…답답한 금융투자업계

▲금융투자 업계가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숙원이던 자본시장법 개정까지 기약 없이 미뤄지면서 시름이 더해졌다.
최근 대형 증권사 전무 A씨는 하루에도 몇번씩 깊은 한숨을 내쉰다. 오매불망 기다려온 자본시장법 개정은 요원한데 새로운 규제들만 늘어나면서 영업활동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기업실사 및 배상에 대한 증권사들의 책임 강화, 수수료 인하, 옵션시장 규제 등 자본시장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

게다가 금융투자업계의 숙원이었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달 말 열린 임시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하면서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은 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을 계속하게 됐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로 수익 확보가 더욱 어려워진 상황에서 새 먹거리를 제공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자본시장법 개정까지 미뤄지면서 금융투자업계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한국의 골드만삭스가 되기 위해 전력질주를 해도 모자랄 판에 뛰어 넘기도 힘든 장애물만 늘어나 목표에 다가가기도 전에 다리에 힘만 빠져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물 건너간 자통법 개정…증자한 증권사 ‘발등에 불’

정치권 및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연말에나 가능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19대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황이지만 상임위 구성 등에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대선을 앞두고 있어 법안 처리가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 19대 국회에서는 정무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대부분 바뀌게 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등이 개정안 통과를 위한 정무위원 설득 작업을 사실상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좌초 되면서 18대 국회에서 자통법 통과를 예상하고 투자은행(IB) 업무를 위해 준비 작업을 진행해 온 증권사들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KDB대우증권과 우리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현대증권 등 5개 대형증권사들은 투자은행 업무를 위해 적게는 4000억원에서 많게는 1조원이 넘는 증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프라임브로커리지 서비스(PBS) 계약을 맺은 헤지펀드에 초기자금을 투입한 것을 제외하고 대부분 증자대금은 쓸 곳이 없어 단기자금으로 운용되거나 차입금 상환에 사용되고 있다.

증권사들이 임시방편을 쓰고 있기는 하지만 나중이 더 문제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들 증권사의 자기자본이익률(ROE) 하락이 불가피하고 사업계획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본시장 인프라 선진화도 ‘정지’

대형IB 육성과 함께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었던 자본시장 인프라 개혁도 당분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개정안에는 장외파생상품 중앙청산소(CCP) 도입과 대체거래소(ATS)와 등이 포함돼 있다.

자본시장법 개정에 맞춰 설립될 예정이었던 CCP 설치가 지연되면서 국제적 신뢰도 하락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CCP는 장외파생상품의 거래결제업무를 담당하는 곳으로 글로벌 금융위기의 원인인 장외파생상품 거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09년 G20 정상회의에서 올해말까지 설치하기로 약속했다.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법 개정에 맞춰 올해 7월 CCP를 출범할 계획이었었다.

또 한국거래소가 독점하고 있는 주식 유통시장을 경쟁체제로 전환시켜 투자자들에게 수수료 인하 등의 혜택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ATS도입도 제자리걸음을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금 거래의 투명성 확보 등을 목적으로 추진됐던 금 거래소도 마찬가지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개정안에 담겨 있는 자본시장 인프라 혁신은 국내 자본시장의 기초체력을 증진하고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시행이 시급하다”며 “자본시장법 개정 지연은 국내 투자은행 활성화 지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CCP설립 등도 미뤄지면서)국내 은행의 영업에 불이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발목엔 올가미만 잔뜩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활로는 꽉 막혀 있는데 규제만 더해지면서 앞으로 나갈 방법을 찾지 못할 지경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규제가 시장 활성화보다 통제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다.

최근엔 ELW시장에 대한 과도한 규제로 ELW 시장은 고사위기에 직면했다.

ELW시장 과열을 이유로 지난달부터 3차 규제방안이 시행되면서 ELW에서 손을 떼는 증권사들이 늘어나고 있고 외국계 증권사 직원들은 일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불안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펀드 수수료 등 각종 수수료 규제 및 증권사의 자기자본투자(PI) 규제도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B증권사 상무는 “전자제품 회사가 냉장고 가격을 정하는 것처럼 수수료는 금융투자회사가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가치를 책정하는 것”이라며 “서비스로 얻을 수 있는 수익의 한계가 정부에 의해 규정되면서 업계의 경쟁은 과열되고 수익성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해서도 규제가 많아 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지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형 헤지펀드에 대해 수탁고·자기자본 등의 외형 위주의 규제가 많아 자산운용시장 육성이란 제도 도입취지에 부합하고 있지 못하다”며 “설립·운용·투자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감독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형 자산운용사들도 헤지펀드 도입 이전부터 규모를 이유로 시장 진입을 원천봉쇄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자본이득에 대한 과세가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자본이득세가 도입될 경우 주식 거래 뿐 아니라 금융상품 판매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증권사들은 수익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대부분 증권사는 총 수익 중 거래수수료 비중이 40% 수준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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