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브 시니어’가 뜬다]"소녀시대·티아라 부럽지 않아"…나이 잊은 ‘할매돌’

입력 2012-04-2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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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추고 노래하는 ‘노년은 아름다워’

“보핍 보핍 보핍 보핍 보핍 보핍 보핍 아- ”

24일 오후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에 위치한 동대문문화원 지하 1층 강당. 원더걸스, 티아라, 시크릿 등 인기 걸그룹 노래에 맞춰 10여명의 여인이 몸을 흔들고 있었다.

평균연령 65세. 바로 서울 동대문문화원이 운영하고 있는 실버 공연단 ‘왕언니클럽’이다. 60대로 보이지 않는 절대동안 외모를 자랑하는 이들은 26일 지방 공연을 앞두고 연습에 한창이었다.

연습 시간에 맞춰 하나 둘 모여든 이들은 즐거운 수다와 함께 춤을 추기 시작했다. 힘에 부쳐 숨을 헉헉 대는 사람, 아직 동작이 서투른 사람 등 각양각색이었지만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것은 하나같이 똑같았다.

▲걸그룹 뺨치는 실력을 자랑하는 평균연령 65세의 실버 공연단 왕언니클럽이 양로원, 장애인시설 등은 물론 지역행사, 대학축제에 이르기까지 활동반경을 넓히며 전 연령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왕언니클럽이 걸그룹의 노래에 맞춰 공연하는 모습.
◇걸그룹 뺨치는 실력, 젊은층에도 인기 =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60세 이상의 어르신 16명으로 구성된 왕언니클럽은 2007년 동대문구와 동대문문화원이 지원하는 어르신문화교실을 통해 처음 결성됐다.

동대문문화원 강임원 사무국장은 “난타, 무용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기 위해 모인 어르신들이 뜻밖의 실력을 보여 지역 어른들을 위해 공연해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60세 이상 실버문화 교실이라고 해서 2008년에 본격적으로 공연단을 꾸몄다”고 설명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르신들이 일을 냈다. 첫 무대였던 2008년 평생학습축제에서 인기상을 받고 전국실버문화축제에서는 최우수상을, MBC 어르신가요제에서는 금상을 받은 것.

이들은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2010년에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위촉까지 받게 된다. 이후 한국문화원연합회가 문광부의 지원을 받아 추진한 어르신문화나눔봉사단 사업의 일환으로 형식을 바꿔 활동하기 시작했다.

결성 후 200회가 넘는 공연을 해온 왕언니클럽은 연간 최대 60~70회까지도 공연을 한다. 양로원, 장애인시설 등은 물론 대학로·동대문 쇼핑타운 등 지역행사, 각종 지방행사, 대학축제에 이르기까지 활동 반경도 넓다.

지난해에는 경희대 축제에서 공연을 했고 홍대클럽에서도 공연을 했다. 다음 달에는 서울시립대 축제 공연이 예정돼 있다. 이 정도면 소녀시대도 부럽지 않은 인기다.

왜 이렇게 인기가 있나 물어보니 공연의 주요 레퍼토리가 아브라카다브라, 보핍보핍, 노바디 등 걸그룹의 인기곡들인데다 노래와 춤 모두 100% 라이브만을 고집하기 때문이라고.

강 국장은 “어르신문화라고 하면 보통 국악, 사물놀이 같은 전통적인 것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면서 “하지만 왕언니클럽은 올드팝송부터 최신 인기 걸그룹 음악까지 라이브로 공연하기 때문에 파격적이고 신선해 다양한 연령층에서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버 세대, 자신감 갖고 문밖으로 나와라” = 왕언니클럽은 지난해 Mnet 슈퍼스타K-시즌3(이하 슈스케3)에 서울 지역 최고령 참가자로 출연, 본선까지 진출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예선 때 심사 위원이었던 가수 싸이가 뒤집어졌다는 팀이 바로 왕언니클럽이다.

오금자(63·회장)씨는 “슈스케3 방송 후 사람들이 많이 알아봐 놀랐다”며 “그 당시 어려움도 있었지만 젊은 사람들과 연습하고 공연을 하다 보니 진짜 스타가 된 기분이 들어 무척 즐거웠다”고 회상했다.

집에서 살림만 하니 나태해지는 것 같아 왕언니클럽 오디션을 보게 됐다는 박화금(65)씨는 “활동을 하고난 후 더 젊어진 것 같고 몸도 건강해진 것 같다. 삶에 활력이 생겼다”며 “슈스케3에 출연한 이후 주변 반응도 뜨거웠다”고 말했다.

박씨는 “열심히 배워서 아프고 힘든 사람들한테 이 나이에도 뭔가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행복을 전달하고 싶다”며 “더 많은 사람에게 더 많은 것들을 보여주고 행복을 전달하다 보면 나도 덩달아 행복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1월 들어왔다는 신입생 김석순(67)씨는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몸이 힘들고 무대에서도 긴장되지만 재미있고 좋다”며 “몸이 안 따라준다, 무릎이 아프다는 둥 자신 없어하는 사람이 많은데 일단 자신감을 가지고 도전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활동 후 남을 더 많이 사랑하고 포용할 줄 알게 됐다는 왕언니클럽은 더 큰 무대에 서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오씨는 “양로원이나 요양원 등에서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위해 공연하다 보니 남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마음이 더 커진 것 같다”며 “앞으로 더 큰 무대, 더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연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어떻게 저 나이에 저렇게 하지, 나는 못 하겠어 라며 망설이는 사람이 많은데 요즘 복지관이나 구청 등 문화시설도 잘 돼 있으니 일단 도전부터 하라”며 “시작하고 나면 즐겁고 재밌는 삶, 의욕적인 삶을 살 수 있으니 더 늦기 전에 문밖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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