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정권 나팔수 그만…국가 '싱크탱크'로 거듭나야

입력 2012-04-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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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책연구소 대해부 "정권 입맛에만 맞춘 보고서, 자화자찬 가득 믿는 이 없어"

#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이 1971년 연구원 개원 이래 41년만에 처음으로 연임 원장이 됐다. 현 원장 이전에 12명의 원장이 연구원을 거쳐갔지만 연임은 전례가 없었던 일이다. KDI는 한국 최고의 싱크탱크로 개발 정책 입안의 그림자 역할을 해 왔다. 현 원장은 KDI 원장으로 지내면서 4대강 사업이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여론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국정 현안이 있을 때마다 정부에 높은 충성도를 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 원장이 부른 ‘용비어천가’가 전례가 없던 연임을 이끌어 낸 셈이다.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는 국가 경쟁력을 살찌우고 국력을 키우는데 일조한 ‘싱크탱크’, 소위 국책연구소라 불리는 기관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책연구소는 정권이 바뀌고 나서 가장 바쁜 곳 중 하나로, 선진국 싱크탱크와 같이 미래를 설계하고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는 기능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정부의 입맛에 맞춘 소신없는 보고서는 민간 연구소에 비해 현실분석과 대안제시 등 다방면에서 뒤처지고 있으며 경쟁력과 효율성도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보고서는 성과와 효과만 나열하고 문제점은 감추고 있으며 연구소 돈벌이를 위해 외부 과제를 수주하기도 한다.

이에 국책연구소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와 발주기관의 논리를 대변하는 ‘나팔수’에서 벗어나 국가의 미래를 혜안으로 살피고 청사진을 설계하는 싱크탱크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소신없는 결과물 정권 바람막이=국책연구소가 소신 없는 보고서로 여론의 질타를 받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국책연구소 KDI는 지난 2월 이명박 정부 4주년 직후 70쪽자리 보고서를 통해 “MB정부는 불운했으나 국민소득 2만달러와 무역규모 1조달러 돌파 등의 성과를 거둬 선방했다”며 현 정부를 적극 두둔했다. KDI가 낸 보고서만 보노라면 우리나라 경제가 어려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국민 생활에도 문제가 없는 듯 하다.

그러나 KDI가 낸 보고서를 곧이 곧대로 믿는 이는 드물다. 정책 실패와 그에 대한 반성은 없고 성과만 나열된 자화자찬 격의 분석에 KDI는 국책연구소임에도 정권 홍보에만 치우쳐 있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또 MB정권의 임기가 아직 1년 남았음에도 이뤄진 치적 평가도 비난을 받았다. 5년 임기가 끝난 뒤면 몰라도 정권 영향력이 지대한 국책연구소에서 임기중 지난 4년간의 치적에 대한 보고서를 낸다는 건 스스로의 신뢰성을 무너뜨렸다는 지적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국책연구소들이 정부출연 자금으로 설립됐고 정부 예산과 연구용역 수주로 운영 재원을 마련한다는 점에서 연구의 독립과 창의적인 의제 설정이 어려운 마늠, 재정과 조직, 학술적으로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받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것이 이뤄져야만 국가적 과제를 개발하고 공익을 위한 연구가 가능할 것이란 설명이다.

◇낙하산·정부 인사 배치 독립성 훼손=정권이 바뀐다고 국책연구소 운영의 연속성과 연구의 일관성까지 훼손된다면 국책연구소로서의 사명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현 정부는 국책연구소 기관장들까지 소위 MB 인맥들로 채우면서 ‘코드인사’, ‘보은인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지난 2008년 4월 국무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는 소속 국책연구기관장들에게 재신임을 이유로 일괄사표를 요구했고, 일부 반발 분위기 속에서도 결국 물갈이 인사를 진행했다. 그 뒤 교체된 신임 원장들은 현 정부 관련 인사들이 적지 않았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나 정책자문단, 인수위, 뉴라이트계열 학자들이 속속 발탁됐고 총선 공천에서 밀려난 인사도 한자리를 차지했다.

또 정부출연 연구기관 23곳을 총괄 관리하면서 연구원의 예산 배분과 원장 임명권을 틀어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의 이사회 구성도 도마에 올랐다. 인사를 책임지는 이사회의 절반 이상이 정부측 인사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인선은 공모로 진행되지만 심사를 하는 이사회의 절반 이상이 정부측 인사로 채워진 만큼 ‘낙하산’과 함께 정부 입맛에 맞는 연구원장이 결정될 확률이 높다.

이와 관련돼 전문가들은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요구되는 국책연구기관장의 임기 보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대부분 공모제를 통한 선발과 임기보장, 자율성을 제도적으로 명시하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것이 더 문제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독일의 연구기관 인사시스템을 들며 엄격한 검증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독일의 경우 후임 기관장을 정하는데만 3년이 걸릴 정도로 엄격하고, 자타가 공인하는 연구자가 기관장이 되기 때문에 행정직 채용이나 낙하산 인사는 상상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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