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파리의 연인' 가수 이현 "뮤지컬 첫 도전 무조건 잘해야죠"

입력 2012-04-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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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오르는 각오 배우 못지않아…뮤지컬 출연, 좋은 자극제 될 것"

“휴….” 생애 첫 뮤지컬, 첫 커튼콜 후 무대에서 내려온 이현은 참았던 긴 숨을 내뱉었다. 배우 이현으로 관객과 첫 데이트를 마친 소회는 한 문장으로 명료하게 정리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었다. 그룹 에이트, 옴므 등으로 가수로서 무대에 오른 적은 많았지만, 그와는 다른 먹먹함이었을 터다. 동명의 드라마를 원작으로한 뮤지컬 ‘파리의 연인’의 수혁을 통해 뮤지컬 무대로 발을 넓힌 이현을 최근 신사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뮤지컬 ‘파리의 연인’이 지난 5일 문을 열었다. 억척신데렐라 강태영과 까칠재벌남 한기주 그리고 이들의 사랑을 지켜보는 윤수혁의 삼각 러브스토리를 그린 원작은 57.4%라는 기록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신드롬이라 표현할 만한 뜨거운 인기의 중심에는 기주의 “애기야 가자” 그리고 수혁의 “이 안에 너 있다”라는 명대사가 있다.

◇이 안에 너 있다 = 요즘 말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대사들이지만 대한민국 여심은 이 두 남자의 한 마디에 자지러졌다. 덕분에 당시 연애중인 남성들은 때 아닌 고생도 참 많이 했다. 그 어떤 마초라도 당시에는 연인의 요청에 못 이겨 한번쯤은 ‘애기야’라는 애칭과 ‘이 안에 너 있다’라는 고백을 해봤을 법하다.

연습기간, 무대 위에서 수십번의 ‘이 안에 너 있다’와 만나야 하는 이현은 어떨까. 이현은 “아, 사실 나도 오그라든다”며 장난스럽게 운을 뗀 후 “관객들이 더 오그라들게 만들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원작 덕분에 관객도 ‘애기야 가자’나 ‘이 안에 너 있다’ 등이 닭살이 돋는 대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다”면서 “원작 당시를 회상할 수 있게 느낌을 더 잘 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원래 대본에서는 수혁의 대사 ‘이 안에 너 있다’를 대사로 차용하지 않았다. 그의 대표적인 넘버 ‘빌리 앤 애니’에 “내 안에 네가 있어”라는 가사로 풀어낸 형식이었다. 이는 이현을 비롯해 장우수, 런 등 수혁 역을 맡은 배우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대사로 옷을 바꿔입었다.

이현은 “원작이 워낙 큰 인기를 끌었던 덕분에 상당수 관객이 스토리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다”면서 “수혁의 경우에는 특히 스토리를 과감히 생략한 부분들이 있어 캐릭터의 매력을 더 강조해야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어 “뮤지컬에서도 ‘애기야 가자’는 잘 살아있지 않느냐”고 반문하며 “원작 속 수혁의 명대사도 최대한 살리고 싶었다. 앞으로 더 고민해 볼 부분이다”고 부연했다.

▲그룹 에이트, 옴므 등으로 활동하며 가창력을 인정받은 가수 이현이 뮤지컬 '파리의 연인'의 윤수혁으로 분해 발을 넓혔다.(사진=고이란 기자)
◇나는 프로다 = ‘파리의 연인’에는 뮤지컬 팬이 아니라도 이름을 잘 알 법한 두 배우가 출연한다. 감성 발라더에서 배우로 승승장구 중인 이지훈 그리고 에이트, 옴므 등 그룹 활동을 통해 실력파 보컬리스트로 이름을 알린 이현이다. ‘파리의 연인’은 이현의 뮤지컬 처녀작으로 뮤지컬계, 가요계 양 측에서 모두 비상한 관심을 받고 있다. 더욱이 최근 뮤지컬계에서 ‘핫’한 남자보컬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장우수와 런이 트리플 캐스팅이 돼 수혁을 함께 연기한다.

이현은 “1등으로 잘해야 한다는 생각 뿐”이라며 “다른 배우들과 비교하면 뒤처지는 부분이 분명히 있겠지만 ‘처음이니까’라는 합리화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원래 성격이 뭘 하든 1등을 하자는 식이다”면서 “경험이 없다보니 제일 잘하겠다는 생각으로 해야 다른 배우들을 따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열정은 결과로 모습을 드러냈다. ‘파리의 연인’에 참여한 뮤지컬계의 명장 구스타보 자작은 이현이 연습을 시작한지 단 4주 만에 그를 프로 배우로 인정했다. 실제로 무대 위 이현은 객석에서 그의 상기된 얼굴, 꽉 쥔 주먹이 보일 정도로 열연을 펼치고 있다. 특히 록스타 수혁의 솔로 넘버 ‘빌리 앤 애니’를 부를 때면 단독 콘서트 무대를 보는 듯하다.

올해 서른이 된 이현은 뮤지컬 출연을 자극제로 삼을 각오다. 그는 “뮤지컬 ‘파리의 연인’은 어떤 의미를 담은 움직임이라기보다는 ‘시도’라고 봐야한다”면서 “새로운 자극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내 인생에 있어서 해보고 싶었던 것들 중 하나였던 연기를 이제는 해봐도 좋을 시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거창한 의미를 담지 않았다고 엄살을 피웠지만, 무대에 오르는 각오만큼은 그 어떤 배우 못지않다. ‘처음이라서, 연습기간이 짧아서’라는 사정이 관객에겐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현은 자신의 가수활동 전반에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는 방시혁 프로듀서의 말을 빌려 단단한 각오를 내비쳤다.

“박찬호 선수가 어깨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그래서 그날 공을 제대로 못던졌다고 보자. 관중이 ‘아, 오늘은 박찬호 선수가 몸 상태가 안 좋지’라며 이해해줄까? 아니, 남는 것은 그날의 성적이다. 그것이 프로의 무대다.”

뮤지컬 ‘파리의 연인’은 오는 5월30일까지 서울 신도림 디큐브아트센터에서 만나볼 수 있다. 문의는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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