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범의 시선파괴]‘건강한 연예계’는 언제…

입력 2012-04-20 08:41 수정 2012-04-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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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연예팀장

여러 연예인 커플의 연이은 파경 소식으로 4월의 잔인함이 다시금 확인됐다. 이 같은 분위기가 채 가라앉기도 전에 충격적인 사건 하나가 ‘잔인한 달’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 연예기획사의 연습생 성폭행 사건이다. 회사 대표가 소속 연습생들을 상습적으로 성폭행했다는 내용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건은 양파껍질 벗겨지듯 그 충격파를 더해나갔다. 소속 아이돌 그룹 멤버로 하여금 성폭행 지시까지 했단다. 대표의 지인으로 알려진 한 30대 전직 가수도 성폭행에 가담했다. ‘연예계’를 ‘딴따라판’으로 부르는 혹자들의 비아냥이 무색할 정도다.

이런 상황이 왜 나왔을까.

이는 연예계 태생때부터 뿌리내린 성상납 실태에서 찾아볼 수 있다. 연예인들과 스폰서 관계 루머 및 연예인 X파일 등은 유명하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루머의 실체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채 확대 재생산돼 제2, 제3의 피해자를 만들어 낸 점이다.

물론 극히 일부에 한정돼 있겠지만, 자발적인 성상납 로비에 따른 스타 지망생들이 더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 이들을 일러 ‘캐스팅 카우치’(Casting Couch)라고 부른다. 즉, 작품 배역 책임자와의 성관계를 대가로 배역을 얻어내는 사례를 일컫는 용어다. 할리우드 황금시대에 여배우들이 제작자에게 자신의 성적 매력을 제공해 배우로 입문했다는 풍문에서 유래한 것.

이 현상을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풀어보자. 수요자인 연예 관계자들은 한정돼 있다. 반면 스타를 꿈꾸는 ‘연습생’들은 1년에만 수십만 명이 쏟아진다. 지난해 한 케이블방송에서 진행한 오디션프로그램에는 총 지원자 수가 200여만명에 달했다. 결국 한정된 수요 시장에 공급과잉이 지속되니 수요자의 힘만 커지는 기형적 구조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몸을 담보로 해서라도 일단 데뷔를 하자는 ‘스타열병’ 지망생들과 이들의 열망을 이용해 도덕적 잣대의 기준으로는 절대 해석 불가능한 파렴치한 행위를 저질러도 된다는 연예계 종사들의 양산은 정비례 관계로 흐를 수밖에 없다. 이 가운데 순수한 열정과 목표 그리고 꿈을 쫓는 대부분의 지망생들이 이번 사건의 피해자로 전략되고 마는 것이다.

물론 이번 사건을 ‘쌍방 유죄’로 몰고 가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문제의 기획사 대표가 저지른 행위는 어떤 이유로도 정상참작이 불가능한 범죄행위다. 그럼에도 이 같은 문제를 단순히 한 몰지각한 연예 관계자의 행위로만 규정지을 수 없는 이유가 연예 권력의 폐단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사회적 파문을 일으킨 고(故) 장자연 사건만 기억한다고 해도 연예 권력의 문제점을 더 이상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 아닌가.

한류 열풍을 넘어 K-POP의 세계화가 진행되는 중요한 시점이다. 일부 해외 언론이 제기하는 ‘한국 연예계 성추문’ 의혹이 더 이상 사실로 드러나서는 절대 안 될 일이다. ‘국격 격하’의 우려를 넘어 인간적인 차원, 그리고 보다 건강한 한국 대중문화의 성장을 위해서라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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