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과천담론]정부만 옳고 시장이 나쁘다?

입력 2012-04-19 0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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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규 경제팀장

휘발유값이 100일 넘게 연속으로 오를 때까지도 알뜰주유소와 석유 전자상거래제 활성화 등의 정책을 믿었던 정부의 체면이 말이 아니다. 국제 원유값은 안정됐지만 국내 석유류의 가격이 계속 고공행진을 하면서 정부의 대책이 전혀 약발이 먹히지 않는다는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열린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특유의 ‘떠넘기기’ 인상을 주는 발언을 했다. 지속적인 오름세에 있는 기름값이 혹시라도 공급이 과점형태여서 이런 일이 계속되는 것은 아닌지 유통체계 등 제도개선 방안을 주문한 것이다.

기름값 인상은 경쟁 중심의 시장이 전혀 기능을 하지 못한 것이니, 이를 꼼꼼히 체크해서 시정하라는 말의 다른 얘기다. 정부정책의 실효를 점검하지 않은 채 무조건 시장의 과점적 구조에만 문제를 떠넘기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일까? 오늘 정부가 내놓은 유가 안정대책도 석유제품시장 경쟁 촉진과 유통구조 개선방안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결국 기존의 석유전자상거래시장과 알뜰주유소 활성화 방안에서 그다지 나아진 건 없어 보인다. 결국 정부 정책은 옳은데 시장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기본 전제는 변한 게 없는 것이다.

‘떠넘기기’·‘네탓’ 공격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올해 2월 서울시가 교통요금을 150원씩 인상하겠다고 발표한 다음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공개석상에서 이례적으로 서울시를 타박하고 나섰다.

박 장관은 “많은 지자체가 공공요금 인상 요인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서울시만 교통요금을 큰 폭으로 인상했다”며 “연초부터 물가 불안심리를 자극해 다른 지자체에 연쇄 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올초 물가불안의 가장 큰 요인을 서울시가 교통요금을 올린 탓이라는 전형적인 떠넘기기로 생각된다.

박 장관은 당시 “기왕 인상키로 했으면 사고로 시민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이 없도록 했으면 좋겠다”며 당시 지하철 사고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던 일을 상기시켰다. 서울시에 물가 상승의 책임을 돌리면서 국민들의 감정까지 건드는 작심발언을 한 것이다.

반대로 잘한 것에 대해서는 자화자찬을 아끼지 않는다. G20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춘계회의 참석 전 기획재정부는 실업률 관련 자료를 배포했다. 우리나라의 고용사정이 G20 회원국 가운데 가장 양호한 수준으로 선진국들은 대부분 글로벌 위기이전 실업률을 회복하지 못한 반면, 우리나라는 G20회원국 중 가장 낮은 실업률을 보였다고 자랑했다. 청년실업의 경우에도(2010년 4분기) G20 국가 중 최저수준(7.5%)을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MB 4년 성과를 정리했던 KDI와 청와대서 발표한 내용과 다를 게 없다. 박재완 장관이 어제 미국 워싱턴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물가는 개별기업과 일부 지자체의 책임으로 떠넘기고 실업률 낮은 건 정부의 공으로 돌리고 난 후 그의 몸은 하늘을 나는 비행기처럼 가벼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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