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상법 ‘허와 실’]자본시장법 등 기존법과 충돌…일부 조항 위헌 소지도

입력 2012-04-17 09:41 수정 2012-04-17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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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틈 많은 개정 상법 문제점 없나

지난 2005년 7월 첫 입법 작업이 시작된 이래 7년여만에 개정된 상법은 1962년 상법 제정 이후 가장 커다란 개정이라 할 정도로 경제·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그러나 개정 상법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자본시장법 등 기존 법안과 충돌되는 부분이 있어 일부 개정 조항은 무용지물에 불과하다.

또 개정 상법의 주요 골자가 기업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경영의 편의를 제공하는데 있으나, 일부 조항은 경쟁력을 약화하고 의사 결정을 지연시키는 등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구속하게 돼 역차별 규제, 위헌 소지 논란도 일고 있다. 이에 직접적인 이해 득실이 발생하는 당사자들이 법 시행을 바라보는 시각은 제각각이다.

▲7년여만에 개정된 상법의 일부 조항이 자본시장법과 충돌하고 기업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있어 기업들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 기존 법안과의 충돌 = 이번 개정 상법에서는 기업이 시장 환경에 대응해 효율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게 다양한 종류의 주식을 발행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는 증권사들이 판매하는 주가연계증권(ELS)과 같은 파생결합증권도 포함돼 있다. 개정 상법만 적용하면 삼성전자, 현대차 등 일반기업도 ELS 등을 발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개정 상법의 신주 발행 조항은 현재로선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현행 상장사 특례법으로 상법에 우선하는 자본시장법에는 오직 증권사만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하거나 판매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18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서 개정 상법과 충돌하는 부분이 발생한 것이다. 이러한 법적인 충돌 부분은 회사가 자사주를 취득한 뒤 없애는 이익소각과 관련된 조항에서도 발생한다.

상장법인과 비상장법인 사이에서도 이해득실이 달라진다. 상법만 적용받는 비상장법인들은 상법 개정으로 정관 변경 없이도 이익소각과 파생결합증권을 발행하는 등 기업의 자율성을 확보하게 됐다. 그러나 상장법인들은 자본시장법 규율까지 받게 돼 자율성은 커녕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되기만을 목이 빠져라 기다려야 한다.

◇ 기업경영 자율성 침해 = 기업 경영의 자율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상법 개정의 본래 취지와 다른 일부 조항들에 대해 대기업들이 적잖은 부담을 갖고 있다.

대기업들이 상법 개정안에서 부담스러워 하는 조항은 일감 몰아주기나 편법지원 의혹에 대해 원칙적으로 제동을 걸 수 있는 ‘회사기회 유용금지’, ‘이사의 자기거래 승인대상 확대’ 등이다.

회사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업기회를 계열사나 제 3자에게 넘기는 것을 차단하는 ‘회사기회 유용금지’ 조항에 대해 재계는 상당한 반감을 나타내고 있다.

예를 들어 합작투자의 경우 신설회사에 기존 회사의 기회를 이전하고 사업 파트너에게 일정 이익을 귀속하는 것이 규제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

대기업들이 계열사에 물량을 몰아주고 오너 2·3세에게 그룹을 승계하거나 재산을 증식했던 관행에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기업들의 내부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이사의 자기거래 승인 대상을 확대한 것 역시 마찬가지다.

현행 상법은 이사회 승인 대상을 ‘회사와 이사와의 거래’로 한정했으나 개정안은 이사나 그 배우자, 직계존비속, 배우자의 직계존비속은 물론 주요주주간 거래도 사전 승인 대상에 포함했다. 이에 지분 10% 이상의 주식을 보유한 계열사와의 거래도 이사회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수직 계열화가 많이 이뤄져 있는 국내 기업 환경에서 개정 상법 조항을 적용하면 수시로 발생하는 부품 조달 거래 등도 이사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경영상의 부담도 문제지만 의사 결정 지연에 따른 비효율도 만만치 않을 것이 예상된다.

이사회 참석을 위해 사업상 해외에 나가있는 이사들이 이사회 요건을 채우기 위해 중요한 업무를 뒤로 하고 들어와야 할 수도 있다. 해당 조항에 대기업들의 불평이

이어지는 이유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신속 과감한 의사결정과 계열사 간 상호보완을 통한 시너지 창출 등 국내 기업의 장점들이 막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또 이사와 주요 주주의 범위가 직계존비속까지 확대된 것은 헌법의 연좌제 금지 원칙과 상충돼 위헌소지 마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기회 유용의 경우 사업기회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판단하기 어렵고, 규제의 편익이 클지 부작용이 클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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