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주먹구구 기름값 정책 시장 혼란만

입력 2012-04-12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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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유 산업부 기자

최근 쏟아지고 있는 정부의 기름값 인하 정책들이 도마 위에 올랐다. 정책 차제가 관련 업계의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데다, 허점도 많아 시장 혼란만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논란이 되고 있는 정책은 혼합석유 판매 확대다. 주유소들이 계약 정유사의 기름과 함께 타 정유사 기름을 섞어 팔수 있게 한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 정책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상표권을 무시한 처사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펩시콜라’와 ‘코카콜라’를 섞어 팔고, ‘참이슬’과 ‘처음처럼’을 혼합해 팔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정유사들 입장에선 브랜드 전략은 물론 경영계획 자체를 무색하게 만드는 조치다.

상표권은 기업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도 중요하다. 소비자를 위한 해당 기업의 책임과 의무가 포함돼 있기 때문. 하지만 혼합석유 판매가 허용되면 제품의 하자에 책임을 져야하는 주체가 모호해진다. 향후 정유사와 주유소, 정유사와 정유사 간의 품질책임 시비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업계의 현실을 고려치 않은 정책이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현재 정유사와 주유소 간에는 전량구매 계약이 관행처럼 이뤄지고 있다. 계약을 위반하면 주유소는 페널티를 물게 된다. 실제 최근 정부의 알뜰주유소로 전환한 일부 주유소 업주들도 페널티를 물 정도다. 정유사와 주유소의 이 같은 관계를 개선하지 못하면 혼합석유는 물론, 야심차게 추진 중인 현물전자상거래도 성공하기 힘들고 시장 혼란만 자초할 뿐이다.

정부는 기름값 정책 추진 과정에서 업계와의 소통에도 무관심했다. ‘일단 만들고 보자’라는 식으로 기름값 정책들을 쏟아냈다. 설익은 정책들은 기업들은 물론 소비자들에게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정부는 기억해야 한다.

기름값 인하를 위한 온갖 처방이 모두 무효로 드러났지만, 정부는 여전히 유류세 인하 카드는 꺼내들 생각조차 없는 듯 하다. 타이밍을 놓친 정책은 효과가 그만큼 반감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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