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과 금융수장]정치권 입김에…황영기 '단명' 강정원은 취임도 못해

입력 2012-04-04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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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은 쓴맛 본 금융수장

▲왼쪽부터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금융권은 뚜렷한 주인이 없다보니 정치 바람에 휘청휘청한다. 그만큼 크게 영향을 받는다.

금융회사 수장이 바뀔 때마다 ‘외풍(外風)’을 막아줄 적임자라며 하마평에 오르는 관료출신 및 친정권 인사들의 이름이 이런 사실을 방증한다.

권력의 입맛에 맞는 인물은 함박웃음을 지으며 왕좌를 차지하지만 그렇지 못한 금융수장들은 쓴맛을 보며 자리를 내놔야만 한다.

황영기 KB금융지주 전 회장과 강정원 전 KB국민은행장은 권력의 쓴맛을 제대로 봤다.

국내 금융계 거목이자 ‘범 이헌재사단’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들은 MB 정권의 입맛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며 뒤로 밀려났다.

‘이헌재 펀드’ 출범에 도움을 주기도 했던 황 전 회장은 2004년 이헌재 당시 경제부총리에 의해 우리금융 회장으로 발탁됐다.

청와대는 삼성 출신인 황 회장의 우리금융행을 탐탁지 않게 생각했지만 이헌재 부총리가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황 회장은 우리금융에 입성하게 된다.

황 회장은 취임 전부터 구체적인 구상을 밝힐 정도로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취임 후에는 특유의 공격적인 경영스타일을 뽐내며 우리금융의 외형성장을 이끌었다.

그러나 공격적이고 거침없는 황 회장의 스타일은 금융당국의 심기를 건드렸고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와의 마찰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황 회장은 공공연히 민간 출신 첫 금융당국 수장이 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고 다녔다. 예보에 대해서는 ‘상머슴에 불과하다’고 표현했다.

또 분기마다 예보에 경영이행약정(MOU) 이행 정도를 보고하는 것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나타냈다.

예보는 황 회장에게 초과 성과급 지급 문제로 수차례 경고와 징계, 선지급 격려금 회수 등의 조치를 내렸다.

이런 갈등은 황 회장의 우리금융 회장 연임 불가로 결론지어졌다.

당시 예보 내부에는 ‘황영기만 아니면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했고 황 회장은 화려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연임을 위한 면접조차 보지 못했다.

이후 잠시 금융권에 적(籍)을 두지 못했던 황 회장은 이명박 대통령 선거캠프에 몸을 담은 후 2008년 KB금융회장으로 낙점되며 금융권에 화려하게 복귀한다.

부활한 ‘검투사 황영기’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금융당국은 2009년 9월 황 회장에 대해 우리은행 재직시설 무리한 투자 확장으로 1조원대 손실을 발생케 했다며 직무정지 처분을 내렸고 황 회장은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정치권 파워 게임에서 밀려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황 회장과 금융당국은 이 문제를 놓고 법정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강정원 행장은 황 회장이 물러난 KB금융 회장 자리에 내정됐지만 금융당국의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내정자로 선택을 받은 지 한달여만에 사퇴했다.

황 회장 퇴임 후 KB금융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하고 회장 선임절차에 들어갔다. 최종 후보로 선정된 세명의 후보 중 김병기 전 삼성경제연구소장과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이 면접에 불참한 후 금융당국은 회장 선임 일정을 연기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KB금융은 강 행장 단독 면접을 강행했고 2009년 12월 3일 KB금융회장에 내정했다.

이후 금감원은 KB금융과 국민은행에 정기 감사에 앞선 사전 검사란 명분으로 일주일간 대규모 인력을 동원해 전례 없는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KB금융 사외이사와 임직원의 컴퓨터, 심지어 강행장 업무용 차량의 운행일지와 주유 카드를 조사하고 운전기사도 수차례 면담했다.

또 같은해 2월 ‘경영 유의’ 조치로 종료된 사외이사들의 개인비리까지 다시 파헤쳤다.

당시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내정된 신임 회장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쫓아냈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어윤대 회장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밀려났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증권가에서는 이정환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정부의 전방위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물러났다.

이 이사장은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직후인 2008년 3월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선임됐다. 하지만 정부가 원한 인사가 아니었다.

이사장 선임 당시 이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이팔성 현 우리금융회장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이 이사장 취임 직후부터 정부의 파상공세가 시작됐다. 취임 한달여도 되지 않은 4월 초 금융위원회는 거래소가 골프 등으로 접대비를 과다 지출했다며 관련 임직원 중징계를 요구했다.

검찰은 5월 중순부터 한국거래소의 부산본사와 서울사옥에 대한 압수수색을 벌였다.

이 일로 국내 기업의 국외 기업설명회 참석차 출국했던 이 이사장은 중간에 돌아와야만 했다.

검찰은 3개월여의 조사 끝에 관련 사건을 무혐의 종결 처리했다.

이 이사장을 사퇴로 몰아간 결정적 계기는 2009년 1월 거래소에 대한 공공기관 지정이었다. 이 조치로 거래소는 정부로부터 예상통제와 국정감사를 받게 된다.

이 이사장은 자신이 버티면 조직이 더 망가질 수 있다는 판단으로 자리에서 물러난다.

그는 거래소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직간접적 사퇴 압력을 많이 받았다”며 “평소에 존경하고 좋아하던 선후배까지 동원됐고 증권 관련 단체와 사외이사 , 직장 내부의 몇몇 인사들까지 회유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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