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산골 집배원의 작은 희망

입력 2012-04-0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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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상진 집배원

전남 보성 회천면 모원마을 가운데 집에 조그만 택배 하나를 배달하려고 마당으로 들어서자 “우리 집이 머시 왔단가?”하며 영감님께서 방문을 열고 나오신다.

“어르신 약 같은데요. 그리고 청첩장도 한 장 왔네요!” “그라고 본께 약 보냈다고 전화왔드만 빨리도 와부네!”하며 빙긋이 웃는데 그 순간 갑자기 하늘에서 ‘우루루르르!’마치 한 여름날 소나기 쏟아지듯 비가 내리기 시작하였다.

“어야! 이라고 비가 오고 있는디 우추고 편지 배달이나 하것는가? 여그서 비 잔 피해갖고 가소!”하시는 영감님 말씀에 “그렇게 해야 할까 봐요.”

하며 빨간 오토바이를 비가 맞지 않은 처마 밑에 세우고 마루에 앉았는데

“아제! 춥고 그랑께 이것이나 한잔 자셔봐! 내가 타 논 것이라 맛이나 있을랑가 몰르것네!”하며 할머니께서 따뜻한 커피 한잔을 내미신다.

“커피가 아주 맛있네요.” “참말로 그래~에? 나는 커피를 잘 탈지 모른께 으디 가서 커피타라고 그라문 영 성가시드란께!”하시는데 영감님께서

“우리 마을에 청첩장 몇 장이나 왔든가?”

“저쪽 아랫집과 위쪽 어르신께도 왔던데요.” “그라문 몇 장 안 왔는갑구만! 그란디 요새는 자네들을 만나문 옛날 같이 안 반갑드란 마시!”하셔서

눈을 크게 뜨고 “정말요? 오늘도 어르신이 꼭 필요한 약을 배달해 드렸는데 안 반갑다고요?”

“자네도 생각해 보소! 옛날에는 기쁜 소식 슬픈 소식을 전해 준다고 ‘우체부 아저씨’라는 노래까지 안 있었는가? 그란디 요새는 다른 것만 배달하고 댕긴께 누가 자네들을 반가와 하것는가?”

“하긴 그렇기도 하겠네요. 제가 보성읍 쪽에 배달할 때는 저를 보고 무서운 사람이라고 하던데 그래도 회천면에서는 누가 무섭다는 말을 안 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그런 말을 듣게 되네요!”

“으째 자네보고 무서운 사람이라고 그란단가?”

“어르신도 생각해 보세요! 제가 배달하는 것이 기쁜 소식 슬픈 소식이 아니고 청첩장이나 부고장 그렇지 않으면 세금 고지서나 배달하고 있으니 누가 저를 반기겠어요? 어느 날은 한집에 청첩장을 일곱 장을 배달해주고 나오는데 얼마나 미안하던 지요!”

“참말로 그랬어? 물론 자네가 일부러 그라고 할라고 그런 것은 아니제만 그래도 일 곱 장을 받었으문 누군지 몰라도 그 사람 기가 막혔을 것 같구만! 그라고 본께 오늘은 별라도 자네가 무섭게 보이네!”하며‘허! 허! 헛!’웃으신다.

집배원들이 좋은 소식, 기쁜 소식, 반가운 소식만 배달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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