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조업 지각변동]불 꺼진 ‘주식회사 일본’화려한 비상 카운트다운

입력 2012-04-03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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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진·태국 홍수 등 악재 딛고 전자업계 ‘선택과 집중’‘경영진 쇄신’

“시련은 끝났다”

일본 제조업이 화려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3·11 대지진 발발 이래 불이 꺼졌던 공장이 가동되고 떠났던 노동자들이 일터로 되돌아오고 있다.

기업들은 앞다퉈 신제품을 선보이며 그동안 재워 뒀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다.

얼어붙었던 소비심리가 되살아나면서 제조업은 한층 분주해졌다.

경제지표들도 지속적으로 개선되며 제조업의 부활을 알리고 있다.

1년 전 대지진 쓰나미로 열도 전체가 실의에 빠졌을 때와 사뭇 대조적인 모습이다.

일본 제조업은 1980년대 우수한 기술력과 자본력을 세계에서 인정받으며 기술 및 수출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동일본 지역에 있는 도요타자동차의 소형 하이브리드카 '아쿠아' 생산 라인에서 근로자가 조립에 열중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대지진은 금융 위기로 체력이 약해져있던 일본 제조업에 치명상을 입혔다.

대지진으로 서플라이체인(공급망)이 끊기고 여름에는 전력대란 우려로 골머리를 앓았다.

사상 최고 수준까지 치솟았던 엔고와 끝이 보이지 않는 유럽 재정위기도 수출을 압박했다.

소니 파나소닉 도요타자동차 같은 간판 기업들은 3월 끝난 2011 회계연도에 거액의 손실을 기록했다.

세계 3위 D램 제조업체였던 엘피다메모리는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끝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일본 제조업이 재기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도 득세했다.

일본 제조업은 그럼에도 지난 1년을 ‘역량을 시험받은 한 해’로 평가하고 있다.

전대미문의 위기가 실의에 빠져 있던 제조업에 오히려 도약의 발판이 된 셈이다.

일본 제조업체들은 복합적인 위기의 원인을 분석했다.

언론들이 지적하는 엔고·높은 법인세율·수요 침체·대지진·태국 홍수 등 핸디캡을 탓할 수 만은 없었다.

자연 재해는 차치하고 신흥국의 대두를 도외시한 것과 디지털 시대를 따라잡지 못한 것을 반성했다.

자동차 업계의 경우 핵심 시장인 미국은 2008년 금융 위기가 발발하자 경기가 침체됐다.

반면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은 위기 속에서도 기복은 있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현대자동차 등이 일본을 따라잡은 것도 이들 신흥국을 적극 공략했기 때문이다.

전자업계는 빠르게 진행되는 디지털화를 등한시한 것이 실수였다.

일본 전자업계는 부품 제조에서부터 조립까지 담당하는 ‘수직통합’ 모델을 고집해왔다.

아날로그 시대에는 이것이 기술력을 발휘할 수 있는 유효한 수단이었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가 가속화하면서 제아무리 첨단 제품이어도 못 만드는 기업이 없었다.

대량 생산이 가능한 전문 업체에서 부품을 모아 완성품으로 만드는 ‘수평분업’ 모델이 수직통합 모델을 가격 경쟁력에서 앞서면서 업계의 명암이 엇갈렸다.

자동차 업계는 지난날의 반성과 함께 거대 소비시장을 거느린 중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을 중심으로 신흥국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도요타를 비롯해 닛산 혼다 같은 대형 자동차업체들은 일석이조 효과를 노리고 신흥국에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

자연 재해 재발과 환차손 리스크를 줄이는 한편 유망한 신흥국 공략으로 수요를 환기시키겠다는 것이다.

도요타는 올해 중국과 브라질에 신공장을 지을 계획이며, 닛산은 최근 저가차 ‘다트선’을 30년 만에 부활시켜 신흥국 전용 브랜드로 자리매김시키기로 했다.

타격이 심했던 전자업계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종업원을 줄이고 채산성이 떨어지는 사업은 과감하게 접었다.

파나소닉은 TV용 LCD 패널 생산 공장을 2개로 통합했고, 샤프는 대주주 자리도 내주며 대만 혼하이정밀공업과 분업체제에 돌입했다. 소니는 삼성전자와 합작사였던 S-LCD에서 8년 만에 손을 뗐다.

경영진도 쇄신했다. 소니 샤프 파나소닉 등 3대 가전업체는 올들어 최고경영자를 모두 물갈이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노력에 힘입어 일본 제조업은 전반적으로 회복 기조에 오르고 있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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