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인문학'열풍]'인간'을 읽어야 '경제'가 보인다

입력 2012-03-1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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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후 경영학적 문제해결 방식에 한계 느껴…CEO도 인문계 출신 대세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인문학 강의 열풍이 불고 있다. 사진은 하나금융그룹의 드림소사이어티 강연회.
금융권에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후 최고경영자(CEO)들 사이에서 인문학 학습열기가 불더니 이제는 인문학 배우기가 유행처럼 확산되고 있다. 소수 CEO 중심으로 시작된 인문학 사랑이 전체 조직으로까지 번진 것이다.

한국은행은 신입사원을 뽑으면서‘가족·결혼관에서 세대간의 가치가 차이가 나는 이유를 논하라’는 인문학 문제가 나오기도 있다.

특히 최근 1~2년 사이에 선임된 은행권 CEO 중 전발 이상이 대학에서 인문학을 공부했다. 다소 과장하면 금융회사 면접에서 홀대받던 사람들이 최고 경영자에 오른 것이다. 과거 경제·경영학과 출신들이 싹쓸이 할 때와 비교하면 상전벽해와 같은 변화다.

‘위기의 인문학’이 금융권에서 각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경제위기 상황을 겪으면서 전통적인 경영학의 문제 해결 방식이 한계를 드러내자 인문학의 지혜에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효율과 수익을 추구하는 기존의 경제학이나 경영학으로는 21세기 금융 자본주의를 설명하기 못한다는 것이다.

세계 경제와 금융지도를 바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단기 성과에 과도한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대출 건수를 늘리면 보너스를 줬으며, 설사 대출에 문제가 생겨도 처벌은 없었다. 심지어 세계경제가 망가지고 회사가 망하는데도 경영진은 인센티브 잔치를 벌였다.

류상영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2008년 금융위기는 제도나 시스템이 아닌 인간의 비도덕성이 문제였다”면서 “ 왜 돈을 벌어야 하고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인문학적 고민이 없었기 때문에 그런 비극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의 직원 대상 '클래식의 이해' 강연 모습.
이같은 흐름에서 금융권 CEO나 임원, 직원은 최근 인문학 배우기 열풍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하나금융그룹은 인문, 과학, 경제 등 다양한 주제의 강연을 접할 수 있는 ‘드림소사이어티’ 강연회를 월 1회 운영 중이며, 우리금융그룹도 인문학, 과학 등의 주제를 전하는‘우리금융 포럼’을 매월 개최 중이다. KB국민은행도 웹사이트 내 ‘KB 레인보우 인문학’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금융은 더 이상 경영학·경제학 전공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문학, 역사, 수학, 물리학 등 이른바 기초학문을 배운 사람이 상대적으로 두각을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최근 1~2년새 새롭게 선임된 금융 CEO의 절반 이상이 인문계열 전공자들이다. 인본주의 경영이 아니고서는 시대의 흐름을 읽고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반영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수요자의 욕구를 읽어낼 수 있는 능력은 인간중심 학문, 즉 인문학의 토대 위에서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태영 현대카드·현대캐피탈 사장은 오늘날의 자신을 있게 한 배경으로 “대학에서 인문학을,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배워 접목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 사장은 지금도 영화와 음악, 문학 등에 대한 넓은 관심사가 금융에 감성적 요소를 가미하는 동력이 된다고 역설한다.

실제로 인문학 중심의 경영을 잘 실천하는 비즈니스 리너가 좋은 실적을 내고 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등 인문학 출신의 금융 CEO들 대다수가 ‘영업통’으로 불리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영자들이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기능 그 자체에만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하면 할수록 인문학적 소양은 더욱 가치를 인정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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