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사교육 세상' 저소득 학생 신분상승 사다리 실종

입력 2012-03-08 08:59 수정 2012-03-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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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시전형=스펙경쟁' 고소득층 자녀 유리…다양해진 입시제도 '계층 대물림' 부작용

“모든 고등학교 교사는 진학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때로는 진학률로 모든 성과에 대한 평가를 받기도 한다. 문제는 이런 성과가 교사의 역량보다는 학부모의 소득과 관련이 깊다는 점이다. 강남의 교사는 서울대에 몇 명을 보내고 ‘능력’을 인정받는다. 강북이나 지방의 교사는 ‘서울대도 못 보낸 진학교사’라는 꼬리표를 달아야 한다.”

서울 강북 지역의 일반고등학교 진학지도교사 권모(41·남)씨의 말이다. 권 교사는 수시모집이 확대되고 입시 전형이 다변화된 지금의 대학입시에서 소득 수준에 따라 상위권 대학의 진학률이 갈리는 불공정한 게임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학생을 평가해야 할 입시제도가 학생 본인보다 그 배경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다.

◇수시모집 확대가 스펙전쟁 불러 = 최근 입시제도의 경향은 ‘수시모집의 확대’로 정리할 수 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13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을 보면 전국 200개 4년제 대학은 올해 전체 모집인원 37만5695명의 62.9%에 해당하는 23만6000명을 수시로 선발할 예정이다. 서울대의 경우 2012학년도 60.8%였던 수시모집 비중을 내년 79.4%로 늘릴 계획이다.

수시모집 인원 비율은 2007학년도에 처음 정시모집 인원을 추월(51.5%)한 이후 △2008학년도 53.1% △2009학년도 56.7% △2010학년도 57.9% △2011학년도 60.7% △2012학년도 62.9% 등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특히 입학사정관제의 비율이 크게 늘어 2012학년도부터 전체 모집인원의 10%를 넘어섰다.

그러나 이 같은 입시제도 변화는 고소득층에 유리하게 흘러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수능점수와 내신성적 외에도 다양한 조건을 요구하는 수시전형은 사실상 ‘스펙경쟁’이 돼 버려 사교육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이다. 상당수 대학이 고교 교육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토익, 토플, 텝스 등 공인영어성적을 반영하고 있다.

게다가 수시모집 확대 과정에서 각 대학들은 사실상 본고사나 다름없는 심층면접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 사교육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서울대 특기자 전형에서 사교육의 기회가 적은 지방 학생의 지원이 급감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라는 지적이 나온다. 학생들의 잠재력을 평가하겠다며 도입된 입학사정관제도 자격관리 컨설턴트나 자기소개서 학원을 낳는 결과를 초래했다.

◇복잡한 입시전형…벌어지는 정보격차 = 지난해 2012학년도 수능성적이 발표된 후 첫번째 일요일이었던 12월 4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은 약 1만명의 인파가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자리를 메운 이들은 학부모와 수험생이었다. 심지어 현직 고등학교 교사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대입 관련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얻기 위해 발품을 팔아 한 자리에 모였다. 대학입시에서 ‘정보’의 중요성을 알기 때문이다.

대학 입시 전형은 과거와 비교해 놀랄 만큼 많아졌다. 수능만 잘 보면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던 예전과 달리 최근 입시는 입학사정관제 등 무려 3600여 가지에 달한다. 학생의 실력뿐 아니라 엄마의 정보력도 입시에서 당락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 셈이다. 경기도 의정부시의 고3 학부모 한금자(48.여)씨는 “엄마들끼리 스터디 모임도 정기적으로 갖는다”고 말했다.

관련한 정보격차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학부모들이 모여 스터디를 하거나 입시설명회에 참석할 수 있는 학부모는 비교적 환경이 좋은 편에 속한다. 저소득층 학부모로서는 그 많은 입시전형을 공부할 시간도 입시설명회를 찾아 다닐 여력도 없는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은 입시제도가 다양해지면서 부모의 계층이 학생에게 결과적으로 대물림되는 부작용이 생겼다고 지적한다.

많은 전문가들이 현재의 입시제도에 조정이 필요하다는 데 큰 이견을 보이지 않는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김성천 부소장은 “대학교의 수시모집 전형을 보면 요구하는 제출 서류 등은 매우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세부적인 차이 때문에 일반 학부모들이나 학생들이 이해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수시모집 전형을 단순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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