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용 前 외환銀 수석부행장 뼈있는 고별 이메일

입력 2012-03-07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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借屍還魂(차시환혼) … 하나금융 편입돼도 정신 차리면 부활 해석

지난달 28일, 을지로 외환은행 본점 1층에는 외환은행 직원들이 한가득 모였다. 이날 퇴임식을 한 박제용 전 외환은행 수석부행장을 비롯 떠나는 임원들을 환송하기 위해서다. 그들은 서로 악수를 나누며 등을 두들겼다. 눈시울이 붉어지는 이도 있었다. 어찌됐건 한솥밥을 먹은 동료와의 이별이란 누구에겐가는 슬픔일 수 밖에 없을 터.

외환은행이 하나금융 자회사 편입 승인이 난 뒤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박 부행장을 포함한 9명의 임원을 해임했다. 인사 적체가 심했던 외환은행에는 “숨통이 틔었다”는 평가가 있었다. 론스타가 대주주인 시절 지냈던 경영진들이 물러나는 것은 당연지사란 업계의 목소리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박 부행장이 떠나며 외환은행 전 직원에게 남긴 이메일은 가슴에 여진을 남기고 있다. “‘借屍還魂(차시환혼)’이란 말을 뒤로하고 이제 다시 떠나려 합니다.” 그가 남긴 말이다. 차시환혼은 중국의 병법서인 36계 가운데 14계에 해당한다. ‘주검을 빌려 영혼을 찾아온다’는 뜻이다. 이용할 수 있는 것을 이용해 원하는 바를 이룬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이 명구에 대한 그의 해석은 이러했다. “강한 정신력과 의지만 있다면 죽은 시체의 몸속에 들어가서라도 다시 태어날 수 있다.” 은행 내부에서는 하나금융에 인수 됐지만 경쟁력을 갖춘다면 외환은행의 명맥을 이어갈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고 있다. 인수 주체가 누구인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고객을 끌어당기는 은행의 본질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한 내부 관계자는 “직원들 사이에서 주검을 하나금융으로, 영혼을 외환은행으로 표현하며 ‘영업력 회복’을 강조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박 부행장은 1980년 외환은행에 입행했다. 이후 2005년 한국투자공사로 적을 옮겼다. 외환은행에 수석부행장으로 돌아온 건 지난해 8월이다. 그는 이메일에 “외환은행을 떠난지 6년 만에 다시 돌아와 여러분과 함께한 짧은 6개월 이었습니다만, 늘 행복했었습니다”라고 적었다.

박 부행장은 임원들 중 가장 먼저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자진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은 임원에 비해 떠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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