뿔난 산부인과 “의료분쟁조정법 전면 거부”

입력 2012-02-27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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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시행 의료분쟁조정법 시행 난항 우려

“의사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요하는 의료분쟁조정법을 받아들일 수 없다.”

뿔난 산부인과 의사들이 결국 집단행동에 나섰다. 오는 4월 의료분쟁조정법 시행을 앞두고 의료분쟁제도를 전면거부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특히 ‘의사 무과실 분담금제’등 의사들에게 불리한 독소조항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헌법소원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제도 시행까지는 적지 않은 난항이 예상된다.

대한산부인과학회와 대한분만병원협회는 26일 서울 중앙대병원에서 ‘의료분쟁조정법 전면 거부 선포식’을 열고 강제출석 현지조사, 의사 무과실 분담금제, 배상금 대불금제 등의 폐지와 의료사고 과실감정 의료전문가 시행 등을 주장했다.

결의문을 통해 의사들은 “의료사고로 인한 피해를 신속, 공정하게 구제하고 보건의료인의 안정적인 진료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원래의 목적과는 달리 오히려 의료분쟁을 조장하고 의사들의 일방적인 희생만을 강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위헌적인 독소조항에 대한 합리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으면 의료분쟁 조정절차에 일체 응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이 조정절차 전면거부라는 최후의 통첩카드까지 꺼내든 까닭은 무엇일까. 최근 산부인과에서 지난해 11월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의료분쟁조정법 하위법령안을 거부하면서 파장은 예고됐다. 법령안 중 의료계와 정부간에 가장 쟁점이 되는 사안은 ‘무과실(불가항력 의료사고)의 보상 재원 마련’에 관한 것이다.

정부는 산부인과에서 의료사고가 일어났을 때 분만과 관련해 무과실이 입증되더라도 보상비용의 절반을 의사들이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측은 “과거에도 과실이 없는 경우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이 비공식적으로 일정금액을 보상비로 환자에게 지급해 왔다”고 그 근거를 제시했다. 아울러 불가항력 의료사고 보상금 재원을 국가가 부담하는 경우 모럴해저드를 유발할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들은 산모 분만시 불가항력적인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경우 과실 여부와 상관없이 의사에게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정부 측 의견에 크게 반발했다.

결국 복지부는 의료분쟁조정법 전면거부를 막기 위해서 산부인과에 보상기금 분담비율을 기존의 5대 5에서 7(정부)대 3까지 조정안을 제시했지만 산부인과 측이 이를 거부하면서 현재로서는 합의점을 찾지 못한 상태다.

강중구 분만병원협회장은 “무과실 의료사고에 대해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곳은 세계 어느나라도 없다”면서 “분만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산부인과가 전면에 나서고 있지만 의료분쟁조정법은 전 의료계의 문제로 확산될 것”이라 말했다.

한편 산부인과 의사들은 의료인이 분쟁조정절차에 불참할 경우 사문화된 법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의료계의 동참을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이미 산부인과에 이어 성형외과와 이비인후과 의사들도 의료분쟁조정법의 부당함을 지적하며 거부 선언에 뜻을 모은 상황이다.

김암 산부인과학회 의료분쟁TFT 위원장은 “의료분쟁조정법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알리면서 국회를 통해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문제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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