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5세만 특혜?…무상보육 시행 앞두고 곳곳서 불만

입력 2012-02-14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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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부터 무상보육이 시작된다고 해서 아이를 맡기고 바로 복직할 생각이었는데 이 정도로 구하기 어려울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마냥 기다릴 수도 없고 답답하기만 하네요.”

육아휴직 후 복직을 준비하고 있던 A(32)씨는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당장 다음 달 부터 직장에 복귀할 예정이었지만 만 0세 아이를 받아주는 보육기관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만 0~2세와 만 5세 아동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 시행을 보름여 앞둔 14일 곳곳에서 허점이 드러나고 있다. 만 0세를 받아주는 보육기관이 없어 애만 태우는 학부모들이 속출하고 여기에 뒷전으로 밀려난 보육교사들은 처우 개선을 해달라며 연일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어린이집 “만 0세는 안 받아” = 만 0세의 경우 다른 연령대에 비해 손길이 많이 가고 안전사고에 노출되기 쉽기 때문에 보육 어려움이 많다는게 보육기관들의 주장이다. 부딪히거나 넘어지는 사고, 이물질 삼킴 등 큰 사고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어 그만큼 보육교사의 심적 부담이 크다는 얘기다.

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영아의 특성상 보육교사들의 노동 강도가 셀 수밖에 없다는 점도 만 0세 기피 사유 중 하나다.

강남의 한 어린이집 원장은 “만 0세의 아이에게서는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게 사실”이라며 “받아주는 곳을 찾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보육기관에서 자칫 ‘천덕꾸러기’로 전락할 수 있는 만 0세 영아를 둔 부모의 심정은 타들어갈 수 밖에 없다. A씨는 “젖먹이 아이를 두고 생계 전선에 뛰어드는 엄마 의 심정이 어떻겠느냐. 보육기관을 엄선해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들어갈 곳을 구하기 어렵다니 속이 터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YMCA연맹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만 0세 기피현상은 예견됐던 일”이라며 “차별 없는 무상보육을 지원할 수 있도록 현실을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상보육 지원에 보육교사는 뒷전 = 임채민 보건복지부 장관이 만 5세 누리과정을 담당하는 보육교사에게 월 30만원씩의 수당을 다음달부터 지원하겠다고 밝힌 이후 0~4세를 담당하는 교사들이 반달하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 교사들은 “정부는 재정이 없다며 지난달 우리 임금을 3년째 동결했다. 그러면서 5세 누리과정을 담당하는 교사들만 혜택을 주기로 했다”며 복지부 웹사이트에 항의 글을 올리고 있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정부가 임금수준을 결정하기 때문에 복지부가 돈을 올려주지 않으면 처우개선이 어렵다. 복지부는 문제가 돼자 일단 다음 달부터 0∼5세 아이를 맡은 보육교사 모두에게 ‘보육환경개선비’ 명목으로 5만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지만 오히려 더 큰 반발을 사고 있다. 복지부는 주 40시간제 도입 등에 따른 어린이집 교사 처우개선비를 월 10만원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끝내 월 5만원 지원에 그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육교사들의 저임금 구조 자체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평균 임금은 2010년 기준 126만1000원이다. 가정형 어린이집은 이보다 더 낮아 100만 원 선이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9.5시간이지만 실제 일하는 시간은 12시간에 가깝다.

권미혁 한국여성단체연합 대표는 “보육전문가들과 대화가 없었다. 여성계에서 제시한 국공립어린이집 확충이라는 내용도 없다. 총선을 겨냥한 선심정책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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