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왜 고유가 주범" 정유업계 속앓이

입력 2012-02-03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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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시장감시단 "국제가격보다 더 인상"…정유업계 "분석기간에 오류…덜 올렸다"

▲최근 국내 기름값이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은 서울시내의 한 주유소.
국내 정유업계가 최근 ‘고유가 주범(?)’으로 몰리면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엔 정부가 정유사들을 압박하더니, 이번엔 소비자단체들이 나서 정유사들이 국제 휘발유 가격 상승폭보다 가격을 더 올렸다며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소비자시민모임(이하 소시모) 석유시장감시단은 최근 지난해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격을 조사한 결과, 국제 가격에 비해 정유사 공장도 가격은 리터당 25원, 주유소 판매가격은 50원 더 인상했다고 밝혔다.

석유시장감시단 관계자는 “지난해 석유시장 가격이 오를 때는 정유사와 주유소가 빨리 올리고, 내릴 때는 천천히 내리는 비대칭 현상이 심했다”면서 “유가가 내리는 시점에 인하 폭이 작아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이에 정유업계는 대한석유협회를 통해 즉각 반박에 나섰다. 대한석유협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석유감시단의 자료는 지난해 1월 첫째 주에서 12월 넷째 주를 비교한 것으로 분석 기간을 앞뒤 1주일 씩을 변경하면 오히려 국내 가격이 국제 가격보다 덜 인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비교 기간을 지난해 1월 둘째 주에서 올해 1월 첫째 주로 한 주만 늦춰도 국제 가격 변동폭(73.32원)이 정유사 공급가 변동폭(44.13원)보다 29원 가량 많다는 설명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가격과 국제 가격 비교 시 의미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단기간이 아닌 장기적인 추이를 분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정유업계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여전히 세간의 시선은 ‘정유사=고유가 주범’이다. 일각에선 국제 유가가 오르면 정제마진도 커져 정유사들이 ‘떼돈’을 벌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정유업계로서는 이 같은 시선이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다. 실제 최근 들어 고도화비율을 높이고 윤활기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출을 확대하는 등 해외 매출을 통해 실적을 견인했는데 단순히 국내 기름값 상승에만 관심을 두는 여론이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유업계에 대한 세간의 인식이 너무 부정적이다”면서 “실제 정유사들이 지난해 정유사업으로 인한 수익성은 거의 없었고, 대부분 윤활기유나 석유화학사업에서 수익을 낸 것인데 고유가로 실적잔치를 했다니 참으로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내 정유사들의 정유사업 이익률은 2%에 남짓. 정유사들이 정유사업으로 실적을 이끌기엔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정유사들의 지난해 최대 실적 행진은 최대 31% 이익률을 보였던 윤활기유 및 석유화학 사업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업계 사람들이 모이면 지난해 실적은 좋았지만 그만큼 어려웠던 해가 없었다고들 얘기한다”며 “정부의 기름값 압박, 여론의 기름값 상승 주범이란 인식 등이 정유업계를 가시방석에 앉게 했다”고 말했다.

이에 정유업계는 지난해부터 적극적인 이미지 쇄신에 나서고 있다. 정유업계를 향한 여러 부정적인 시선을 사회공헌활동 등을 통해 적극 개선하려는 모습이다.

실제 정유업계는 지난해 말 취약계층의 난방유 지원과 에너지효율 개선사업 등을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40억원을 기부했다. 이는 정유업계의 기부금 중 가장 큰 규모다.

이어 올 초엔 20억원 상당의 내복을 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전달하고, 정유사 관계자들이 직접 서울의 한 양로원을 찾아 내복을 선물하기도 했다. 이는 소외계층 10만여명이 입을 수 있는 양이다.

‘고유가 주범’이라는 부정적인 꼬리표를 달게 된 정유업계가 향후 어떻게 여론의 인식을 바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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