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희망은 있다]값 비싼 희귀질환 의약품으로 틈새시장 뚫어라

입력 2012-02-0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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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고부가가치 니치버스터 주목 “녹십자·영진·부광 등 시장 선점 치열”

“신약의 경우 다국적 제약사의 글로벌 블록버스터와 경쟁이 불가피합니다. 이에 따라 개량신약이나 희귀의약품 등 해외 제약사와의 경쟁이 비교적 적은 분야에서 성과를 창출하려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지요.”

한 제약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일괄 약가인하 정책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제약업계가 니치버스터(Niche Buster; 커다란 틈새시장)’ 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질환에 대한 특성화, 전문화를 통해 시장성이 높은 틈새 의약품 시장을 겨냥하겠다는 것이다. 질병이 매년 세분화됨에 따라 의약품 하나당 잠재 환자수도 1~100만명 수준으로 줄어들고 있다. 제약업계에 블록버스터 모델도 한계에 직면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니치버스터는 블록버스터보다 유병률은 낮지만 약가 면에서 유리해 저가약 시대 생존을 위한 해법으로 각광받고 있는 추세다.

정윤택 보건산업진흥원 팀장은 “희귀의약품 등 니치중심의 신약은 신약개발에 있어 규제기관의 규제강화, 임상시험의 고비용 등을 고려할 경우 상대적으로 신약개발의 실패율을 낮출 수 있는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제약사, 희귀·특정질환시장 공략 잰걸음 = 니치버스터에는 특정질환치료제, 개량신약, 미충족 의료수요 중심의 희귀질환 및 맞춤의약품 등이 있다. 국내 제약사들도 약가인하 극복방안으로 장기적으로 높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이러한 니치버스터 공략에 강한 시동을 걸고 있다.

녹십자는 지난달 11일 세계에서 두번째로 개발한 헌터증후군치료제인 ‘헌터라제’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 헌터증후군은 특정 효소가 결핍돼 세포에 뮤코다당이 축적되는 유전성 희귀질환이다. 남성 10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며 국내에는 약 70명의 환자가 있다. 지금까지는 헌터증후군 치료제는 전세계적으로 미국 샤이어사가 개발한 엘라프라제 단 1개의 제품만이 개발돼 독점적 시장을 형성해왔다. 엘라프라제 6mg 한 병 가격은 279만원으로 1년에 드는 약값이 3억원이 넘는다. 녹십자는 이번 치료제 개발로 연 300억원 이상의 치료제 수입대체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녹십자는 올 하반기 국내 출시를 시작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해 헌터증후군 치료제 시장의 절반을 점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간 11%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헌터증후군 치료제 세계시장 규모는 현재 약 5000억원에 이르며 수년 내 1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효능이 입증된 치료 신약이 없는 아토피치료제 시장을 잡기 위한 제약업계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국내 아토피치료제 시장 규모는 1000억원, 보조용 화장품 등까지 포함하면 5000억원에 이른다. 하지만 뚜렷한 치료제 없이 가려움증 등의 일시적 증상완화를 위해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계 약물이나 화장품만이 출시돼 있는 상황이다. 또 기존의 아토피치료약물들은 유·소아에 대한 안전성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KT&G의 자회사 영진약품은 바이오벤처인 바이오피드를 통해 아토피치료제 ‘KT&G101’을 개발 중이다. 이 치료제는 사람의 몸에서 100% 수용되는 천연인지질로 만들어 안전성을 높였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국내 최초로 임상3상을 마치고 현재 식약청에 신약허가 신청을 제출한 상태다.

한올바이오파마도 지난해 9월 아토피 치료신약 ‘HL-009’에 대한 국내 임상2상을 마치고 임상3상 신청을 준비 중에 있다. 회사 관계자는 “HL-009는 비타민 B12 유도체 중 하나인 아데노실코발라민을 주원료로 자사의 리포좀 기술을 이용해 제제화한 아토피 치료신약”이라며 “인체에 필수적이고 무해한 비타민을 주원료로 사용했기 때문에 영유아와 소아에서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제약사들은 약가인하 극복방안으로 높은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니츠버스터 연구개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사진은 연골재생ㅇ르 위한 줄기세포치료제 '카티스템'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 모습.
◇맞춤치료 활성화로 줄기세포치료제도 각광= 맞춤의약품인 줄기세포치료제도 니치버스터의 대표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최진영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질병의 치료방식이 표준약물 처방에서 개인의 유전적 소인과 체질 등을 고려한 맞춤 치료로 전환됨에 따라 줄기세포 등 맞춤치료제 등의 니치버스터가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최근 국내 업체가 개발한 토종 줄기세포치료제가 세계 1~3호 타이틀을 거머쥠으로써 세계 시장 선점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식약청은 메디포스트의 연골재생 치료제 ‘카티스템’과 부광약품 관계사 안트로젠의 크론성누공치료제 ‘큐피스템'를 각각 국내 2·3호 줄기세포치료제로 품목허가했다. 지난해 7월 에프씨비파미셀이 개발한 심근경색 치료제 ‘하티셀그램-AMI’가 세계에서 처음 줄기세포치료제로 허가받은데 이은 성과다.

카티스템은 제대혈에서 추출한 줄기세포를 이용해 관절염을 앓거나 무릎 연골을 치료하기 위한 약으로, 관련 질환을 앓는 환자는 최대 10만명에 달할 걸로 추산되고 있다. 메디포스트는 이번 허가 승인과 동시에 동아제약을 통해 국내 시판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안트로젠의‘큐피스템’은 환자 자신의 지방조직에서 중간엽줄기세포를 채취해 세포치료제용 GMP시설에서 약 3주간 배양한 뒤 환자의 누공 상처부위에 직접 투여하는 주사제다. 크론성누공은 뚜렷한 치료방법이 없는 희귀병이어서 치료제가 상용화될 경우 그 시장성이 높을 것이란 전망이다. 큐피스템은 지난 2010년 12월 일본 제약기업에 수출돼 일본에서도 개발 중이다.

정부도 니치버스터 육성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초 내놓은 ‘제약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통해 특정 분야에서 니치버스터를 보유한 제약사를 집중 육성키로 했다. 이를 위해 줄기세포치료제, 희귀의약품, 항체치료제 등 잠재성이 큰 전문 특화분야를 선정, 희귀의약품 및 개량신약에 대해 독점 판매기간 부여를 추진할 계획이다.

◇글로벌 신약경쟁 치열…해외선 개량신약이 더 유리 = 개량신약 분야 역시 국내 업체들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대표적 니치시장이다. 국내 제약사들은 지금까지 19개의 신약을 출시했지만 정작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는 개량신약이나 퍼스트 제네릭에서 거두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국내 업체들이 출시한 신약들은 다국적 제약사들의 신약 경쟁에 밀려 일부를 제외하고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서도 상업적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며 “반면 일부 업체들은 비교적 경쟁율이 낮은 개량신약 분야에 투자해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이 개량신약에 주력하는 이유는 또 있다. 개량신약은 기존 제품보다 더 높은 가격을 인정받을 수 있어 수익성 측면에서 기대효과가 크다. 또 하루 2~3회 복용하던 약물을 1회로 바꾸는 등 용법·용량 변경을 통해 약물 과다 복용에 따른 부작용도 줄일 수 있다.

JW중외제약은 최근 혁신신약 Wnt표적항암제에 이어 개량신약 분야에서 새로운 글로벌 프로젝트를 선보였다. 전이성 대장암의 1차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는 엘록사틴을 기존 주사제에서 경구형 제제로 바꾼 나노옥살리플라틴의 전임상을 완료한 것.

JW중외제약은 영국의 임상시험기관인 앱튜이트사와 이 약물에 대한 전임상시험을 완료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시험신청서(IND)를 제출하기 위한 서류준비에 착수했다. 올해 안으로 미국에서 임상1상 시험에 돌입해 임상2상 시험이 끝나는 2015년경에는 제품을 발매한다는 계획이다.

주사제를 경구 제형으로 만드는 기술은 로슈 등 일부 다국적제약사에서 성공한 적이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전례가 없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옥살리플라틴 제제는 전세계에서 연간 20억 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어 이중 5%만 점유해도 연간 1억 달러 이상의 블록버스터 개량신약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도 최근 국내 최초로 개량신약인 항혈전복합제 개발에 성공해 항혈전제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됐다. 신약 개발에는 10여 년이란 장기간에 비용도 많이 들지만 복합제는 3~5년간의 개발기간과 수십억 원 정도 비용으로 높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유나이티드제약이 지난해 말 식약청으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은 ‘클라빅신 듀오(캡슐)’은 다국적제약사인 사노피아벤티스의 클로피도르렐과 아스피린 복합제제로, 급성관상동맥증후군 환자의 죽상동맥경화성 증상을 개선시킨 약이다. 혈전생성 억제제 시장은 기존 클로피도그릴 제제가 2천억원, 아스피린 제제가 400억원대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용어설명> 블록버스터 vs 니치버스터

블록버스터와 니치버스터는 매출과 복용환자 수를 기준으로 구분된다. 블록버스터는 일반적으로 매출 10억달러 이상, 복용환자 수는 1000만~1억명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 니치버스터는 매출 1억~5달러 미만, 복용환자수는 1만~100만명 미만으로 인종별·질환별로 특화된 치료제를 말한다. 니치버스터로 유명한 글로벌 제약사로는 희귀질환 치료제 등에 특화한 세계 13위 의 미국의 암젠(Amgen)이나 인플루엔자 치료제 타미플루를 개발한 세계 22위 길리어드 사이언스(Gilead Science) 등이 대표적이다. 현재 암젠과 길리어드는 각각 한 해 147억달러, 74억달러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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