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월급 빼고 다 오르는데…"노후준비? 그게 뭐예요"

입력 2011-11-22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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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적 고물가…봉급 생활자 '죽을 맛'

#1. 경기도 용인 수지에서 강남으로 출퇴근하는 박기범 과장(40세, 직장인)는 걱정이 태산이다. 물가는 오르는데 봉급은 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회사 방침상 인상폭이 제한됐기 때문이다. 작년 연봉협상을 할 때도 올해 경기가 어떻게 될 지 모른다는 회사의 판단에 따라 3%대로 맞췄다. 올 연봉은 이마저도 올리기 힘들것 같다는 애기가 들리면서 막막하기만 하다.

중견 IT기업에 다니고 있는 박기범씨의 월 급여는 370만원이다. 그나마 연봉이 괜찮다고 하는 박씨는 모르는 소리라고 손사래를 친다.

박씨의 한달 생활비를 따져보면 그가 손사래를 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만도 하다.

그가 받는 급여에서 건강보험료 등 4대보험을 제외하면 약 345만원 정도가 실질소득이다. 우선 아파트를 구입하기 위해 받은 대출금에 대한 원리금 150만원, 아파트 관리비 20만원, 초등학생인 두 자녀 교육비 등 80만원, 차량 운행 및 버스교통비 차량 운행과 세금 등 유지비로 들어가는 비용 30만원, 가족 보험료 40만원, 통신비 등 15만원, 기타 생활비 50만원 등 고정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335만원이다. 여기에 경조사비 등을 포함하고 나면 동료들과 소주한잔 마실 여력이 없다.

일주일 내내 끌고 다니던 자동차는 이제 2~3번 정도만 운행하고 한달에 서너번씩 했던 가족들과의 외식도 두차례로 줄였지만 사는 것은 더 힘들다. 내년부터는 차량운행을 아예 접고, 외식도 한달에 한번으로 줄일 생각이다. 아끼고 조이고 있지만 생활하기는 더욱 더 힘에 부친다는 박씨는 “왜? 이렇게 힘든지 모르겠다. 노후자금은 꿈도 못꾼다”고 하소연 했다.

#2. 박기범씨의 사정은 그나마 낳은 편이다. 김영현씨(34세, 직장인)의 경우는 더욱 힘들다. 강북 노원구에 반전세로 살고 있는 김씨는 잠실로 출퇴근 한다. 그의 연봉은 2800여만원. 3년 전 결혼 후 슬하에 한명의 자녀가 있다.

그의 순수 월급은 4대보험료를 제외하고 215만원 가량이다.

박씨의 한달 생활비는 대충 이렇다.

아파트 월세 30만원, 아파트 관리비 17만원, 차량 운행 및 교통비 25만원, 두살배기 자녀 분유값ㆍ기저귀ㆍ의료비 등 30만원, 통신비 14만원, 점심값 등 용돈 25만원, 가족 보험료 35만원, 난방비 등 각종 세금 20만원, 외식비용 10만원, 기타 생활비 20만원 등 226만원이다. 월 급여에서 15만원 정도를 초과한다.

아내는 자녀 출산 이후 회사에서 퇴직 한 뒤 지금은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활비를 돕고 있지만 빠듯하기는 마찮가지다.

이에 따라 김씨는 간간히 운행하던 자동차 운행을 가을부터 전면 중단했다. 전세 대신 반전세로 돌리면서 가계지출 비용이 늘고, 빠듯한 생활비와 급등하는 기름값을 감당하지 못해 내린 결정이다. 또 겨울부터는 불필요한 생활비를 줄이기로 했다. 외식도 가급적 하지 않는다는 것이 김씨의 내년 가계 생활 포트폴리오다.

김씨는 “마이너스 인생을 살고 있다. 금융위기 이후 월급은 동결되다 시피 했지만 물가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분유값, 라면값 등까지 오른다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살지 막막하기만 하다”고 푸념했다.

- 줄줄이 오르는 의식료품비…체감경기 최악

- 아끼고 안쓰지만 생활은 여전히 ‘팍팍’

봉급생활자 등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최악이나 다름없다. 물가는 급등하고 있지만 경기 불확실성으로 인해 대기업을 제외한 대다수 기업들이 급여를 동결하고 있다. 올린다고 하더라도 물가 인상폭 수준이어서 체감 생활지수는 형편없다. 그동안 물가 급등에 따라 정부가 반 강제로 억제해오던 생필품과 식료품비가 급등하면서 직장인들의 가계생활은 더욱 어려워 질 전망이다.

게다가 우유값이 인상된 이후 연일 오르고 있는 유제품과 커피 등 가공식품으로 인해 소비자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실제 헬리코박터 프로젝트 윌의 소비자 가격은 1200원에서 1300원으로 8.3% 올랐고, 불가리스와 이오 등도 8~10% 상승했다. 바나나맛 우유와 요플레 등 유제품도 6∼9% 인상됐다.

탄산음료인 콜라와 사이다 등도 7~10% 가량 올랐다. 서민생활의 애환을 달래주는 맥주 가격도 출고가격을 9~10% 가량 인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 알려진 라면가격의 경우 1000원대의 신제품이 출시되면서 라면 한봉지 가격 1000원 시대를 열었다. 대표 브랜드인 신라면의 가격이 730원임을 감안할 때 무려 신제품은 무려 37% 가량이 비싸다.

하지만 문제는 전기요금과 도시가스, 기름값, 쌀, 전·월세, 대중교통비 등 반드시 쓰여져야 할 공공요금이다. 우선 한국전략의 천문학적 적자 보전을 위해 지난 7월 4.9% 오른 전기요금은 연말이나 내년 초 추가 인상이 불가피하다. 원유 등 수입원자재 가격의 오름세가 심상찮게 움직이면서 내년 추가 인상 가능성이 점쳐진다. 쌀값은 작년보다 17.7% 비싸졌고 기름값과 도시가스 요금도 10%에 육박한 상승률을 보였다. 집세는 지난 2011년 11월 이후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달보다 4.9% 올랐다.

서울시가 지난달 임시회 교통위원회 상임위를 통과한 대중교통 요금도 내년 초 일괄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 불안으로 가뜩이나 인상폭이 작아지고 있는 급여와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서민 가계에 주름살이 패이고 있는 것이다.

최근 통계청에서 발표한 명목소득과 실질소득의 격차를 보면 서민 봉급자들이 얼마나 팍팍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3분기 가계동향에 따르면 전국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소득은 389만8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5% 증가했다. 그러나 물가급등으로 실질소득은 1.6%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명목소득 증가율과 실질소득 증가율의 격차는 지난해 4분기 3.6%포인트에서 1분기 4.4%포인트, 2분기 4.2%포인트, 3분기 4.9%포인트 등으로 확대됐다. 명목소득과 실질소득의 증가율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생활지수가 감소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가 급등은 교통, 의류·신발, 식품·비주류음료 등 주요 12개 품목의 지출을 모두 늘렸다. 교통비 지출의 경우 12.6%가 늘어났고 식료품·비주류음료 지출 역시 지난해 3분기보다 7.0% 늘었다. 의류와 신발 등 지출은 전년동기 대비 9.4%, 주거·수도·광열 지출 역시 6.1%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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