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8일 “세계경제 상황이 어지럽고 불확실한 지금이 자리를 잘 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재는 이날 한은 본관에서 금융협의회를 열고 “미국 등 일각에서는 학자들이 어려울 때 좀 더 적극적으로 나가라고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총재는 “(그렇다면) 여기에 지금 계신 행장님들이 제일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최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도 했지만 지금 자리를 잘 잡는 것이 좋은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풍부한 상황”이라며 “누군가 아이디어를 갖고 나가면 기회다, 내년이 더 기회가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용환 수출입은행장은 “불확성이 커 기업들이 태양광 등 녹색산업에 대한 투자를 축소하고 있다”면서 “조선업의 경우 1980년대 일본이 투자를 줄일 때 우리나라는 투자를 늘려 세계1위에 오를 수 있었던 만큼 녹색산업과 같은 미래산업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이 더 어려워 한다”면서 “중소기업에 많은 지원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총재는 또 유럽발 디레버리징(부채축소)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김 총재는 “최근 유럽은 은행들이 건전성 강화를 위해 기본자본비율(Tier1) 비율을 7%에서 9%로 올려야해 디레버리징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경기도 위축되는데 빚을 갚으라고 하니깐 난감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협의회에서 일부 은행장들은 “수급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주택시장이 내년에도 뚜렷하게 회복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올해 10월중 가계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났으나 이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대한 중도금 대출 취급 등 일시적 요인에 크게 기인했다”고 전망했다. 이어 “앞으로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은행장들은 또 “앞으로 경기 상승세가 둔화되더라도 그동안 경기 상승기중 확보한 내부유보금 등으로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크게 상승하지 않을 수 있다”며 “중소기업 자금사정 판단시 연체율 외에 매출 및 이익 동향 등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은행장들은 “국내 중소기업이 성장해 일정규모 이상으로 커지면 중소기업에게 주어지는 혜택이 일시에 중단되는 경우가 많은 마늠 관련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은행장들은 국내에 유입된 외화자금 가운데 유럽계 자금 비중이 높다는 점을 감안, “유럽지역 금융불안이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외화자금 조달원을 일본, 동남아시아, 중동 등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한편 이날 김 총재는 금융협의회에 앞서 “래리클래인 외환은행장에게 ‘오늘 아마 나보다 더 (기자들의) 관심을 받을 것’이라고 했더니 ‘앞으로 자주오게 될 듯하다’고 답했다”고 언급해 여운을 남겼다. 이날 오후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강제 지분매각과 관련해 금융위원회 임시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날 금융협의회에는 민병덕 국민은행장, 이순우 우리은행장, 서진원 신한은행장, 조준희 중소기업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래리클래인 외환은행장, 리처드힐 SC제일은행장, 김용환 수출입은행장, 이주형 수협 신용대표이사 등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