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cine 해부학]영화 ‘사물의 비밀’ 속 감정의 소용돌이

입력 2011-11-15 08:57 수정 2011-11-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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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남성, 개념적 정의로 풀어본 사랑이란<br>두 남녀의 일탈과 욕망…결국은 사랑?

트랜드의 반영일까. 최근 극장가에 연상연하 바람이 거세다. 누나를 넘어 이모쯤은 됐음직한 연상 여인과의 로맨스가 대세로 자리 잡기 위해 기지개를 켠다. 연상 여인들에게는 일탈, 연하남들에겐 ‘마더 콤플렉스’를 충족시켜 줄 대체재로 말이다. 영화 ‘사물의 비밀’을 보면 이런 욕구 충족에 대한 가감성이 적나라하다. 일탈과 불륜에 대한 정당성 부여기능과 함께 인간 감정의 솔직한 고백을 주장한다.

영화 스토리는 뻔하다. 연상의 여성과 그보다 한참은 어린 남성의 감정적 충돌을 그린다. 충돌의 파장은 사랑이다. 사랑이란 단어 자체의 여운이 주는 느낌은 여러 가지다. 아련함과 달콤함, 또는 애절함. 하지만 ‘사물의 비밀’에선 여자와 남자의 사랑이 뚜렷한 구분점을 갖는다. 우선 여성의 입장에선 성적 욕망에 대한 마음의 흔들림이자, 위선의 탈출구 정도. 반면 남성의 입장에선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의 변질이다. 물론 종류에 상관없이 감독은 이 모든 감정이 전부 사랑이라고 말한다.

주인공 ‘혜정’(장서희)은 40세 대학 사회학과 교수. 사회적 명망과 이름값을 위해 자신의 사생활은 거짓으로 점철시킨 인물이다. 이미 남남이나 다름없는 남편과의 결혼 생활에서 오는 권태는 온라인 속 적나라한 아이디를 통해 얻는 오르가즘으로 대신한다. 공교롭게도 그가 준비하는 논문 주제도 ‘기혼여성의 혼외정사’. 자신의 막힌 분출구를 대신한다. 그런 그에게 그 ‘대리’를 ‘직접’으로 바꿀 기회가 찾아왔다. 바로 20세 연하의 제자 ‘우상’(정석원)이다.

이름처럼 우상은 혜정과 비슷한 처지의 또래들이 느낄 수 있는 판타지적 요소를 모두 갖춘 인물이다. 오죽하면 이름이 우상이겠는가. 감독의 의도일지는 모르지만 말이다. 혜정역시 처음 우상의 모습에서 설렘을 느끼면서도 짐짓 자신을 속인다. 하지만 이내 풀어져 가는 감정의 실타래로 신세를 한탄한다. ‘왜 하필 마흔이냐’는 절규와 함께.

단순히 영화적 구성에서만 본다면 ‘사물의 비밀’은 일종의 불륜 영화쯤으로 한 줄 정리가 가능하다. 타인의 성적 해방을 통해 자신의 마음 속 자물쇠를 풀어나가는 혜정의 모습은 내적 갈등의 이유를 외적 요소로 정당화될 수 있다고 말한다. 쉽게 말하면 불륜은 그 또래 여성들에게 정정당당한 선택이라는 것처럼.

혜정이 결국 마음을 풀어헤친 결정적 변환점도 그렇다. 혜정과 우상이 논문 취재 중 만난 횟집 여주인(윤다경)의 경험담이 그것. 6분여에 걸친 롱테이크의 노골적 섹스신은 볼거리 이상의 목적 보단 혜정 마음속 응어리의 해결책이 바로 이것이라고 돌려 말한다.

반면 우상의 입장에서 보자. 우상은 혼외정사를 망설이는 기혼녀들에겐 모성본능을 자극하는 판타지의 최종판이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버림 받은 트라우마를 가진 그는 모든 연상녀들에겐 연인이자 곧 보듬어 주고 싶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영화 포스터 안 곰 인형을 끌어안은 채 잠든 우상을 바라보며 ‘왜 더 다가오지 않냐’고 아쉬워하는 혜정의 모습은 연인에 대한 눈길보단 안타까움이 서린 엄마의 그것에 가깝다. 단순히 우상의 모습을 그렇게만 설정했다면 그의 이름값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래서 낮과 밤의 구분 점으로 모습을 이분화했다.

‘낮의 우상’이 여성의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그것이라면, ‘밤의 우상’은 기혼 여성의 섹스판타지를 위한 도구다. ‘밤의 우상’을 만든 대상이 혜정의 절친이란 설정은 결국 우상의 태생적 존재가치가 그 또래 여성의 ‘환상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닐까’라며 돌려 말하는 듯하다.

결국 영화는 욕망에 대한 충실함이 자신에 대한 예의라고 말하고 있다. 보는 이에 따라선 ‘사물의 비밀’이 말하는 사랑과 감정 그리고 욕망에 대한 개념이 다소 불편해 보일 수 있다. 감정과 생각, 그리고 마음은 분명 구분돼야 한다는 이들에게는.

영화는 제목처럼 사물의 시각으로 혜정과 우상의 감정을 쫒는다. 1부의 혜정을 대변하는 복사기, 2부는 우상의 마음인 디지털 카메라. 설정의 독특함은 있지만 다소 거추장스런 느낌이 강하다. 감정에 대한 스토리라면 좀 더 단순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란 기대감이 컸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 영화로 장편 데뷔를 한 이영미 감독은 “사물이 인간보다 오히려 솔직하고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들여다본다는 느낌을 가졌다. 복사기는 다가가기 힘든 40대의 사랑, 디카는 20대의 사랑을 말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사랑을 표현하려고 했다”며 연출 의도를 밝혔다. 개봉은 오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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