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우리나라 기업하기 어렵다”

입력 2011-11-09 10:22 수정 2011-11-09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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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적합업종 지정·백화점 수수료 인하 등 제재 많아

연말이 다가오면서 국내 주요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한창이다. 대내외 경제상황이 불투명하다보니 기업들은 일찌감치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내년에도 이같은 입장을 유지하면서 대내외 경제상황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보다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현 정부의 대(對)기업 관련 정책이다, 현 정부가 집권 후반기 들어가면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백화점 입점 수수료 강제인하 △건설업계 최저가 낙찰제 등 정부의 강압적인 기업관련 정책이 기업경영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권 막바지로 향하면서 검찰을 선두로 사정당국의 기업사정 여파가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신임 박원순 서울시장이 공약으로 내건 사회투자기금도 결국 기업의 협찬을 이끌어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동반성장이 대기업 사업제한으로 변질= 이명박 정부의 정권 후반기 화두는 ‘공생, 동반성장’이다. 그동안 고질적 병폐로 자리잡았던 대기업들의 중소기업에 대한 횡포를 없애겠다는 취지로 출발했지만, 정부는 과욕을 부리면서 대기업에게 사업기회를 제한하는 ‘중기적합업종 선정’으로까지 확대됐다.

기존에 진출한 사업을 철수하거나 확대하지 못하게 하고, 신규진입은 원천봉쇄했다. 한발 더 나아가 국회는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하면서 대기업들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이번 중기적합업종 지원 특별법은 과거에 폐해가 많아 폐지된 ‘중기고유업종제도’를 부활시키는 것”이라며 “동반성장위원회를 중심으로 한 자율적 민간합의 방식의 동반성장 정책을 제대로 시행해 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행 위원회 방식을 2년간 시행한 후 민간차원에서 제도개선을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재계 관계자들은 현행 동반성장과 중기적합업종 지정방식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대기업 관계자는 “중기적합업종제도로 보호받은 중소기업들도 규모가 커지면 언젠가는 대기업이 된다”며 “그러면 그 때 해당업종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확장해서는 안된다는 논리”라고 말했다.

일부 중소기업의 경우 국가에서 중소기업에 부여하는 각종 혜택을 누리기 위해 일부러 사업을 키우지 않는 병폐도 발생하고 있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은 대규모 구조조정과 연구·개발(R&D)투자로 생산성과 수익성을 향상시켰지만 중소기업은 정부지원 확대 및 구조조정의 지연으로 부실이 누적되고 생산성 및 수익성이 악화됐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의 자생능력 확보를 위한 도움이 더 필요하다는 것. 그는 “부실 중소기업들이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백화점, 공정위 압박에 결국 수수료 인하= 정부의 대기업 압박의 전형적인 사례는 최근 롯데, 현대, 신세계 등 소위 백화점 ‘빅3’의 납품 수수료 인하결정이다.

그동안 대형백화점들의 수수료 횡포가 이뤄진 점을 부인할 수 없지만, 공정위가 발벗고 나서자 결국 유통대기업들이 두 손을 든 셈이다.

공정위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대형마트, TV홈쇼핑에 대해서도 납품수수료 인하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공정위는 자율적 인하를 유도한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강압적인 인하나 다름없다”며 “중소기업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대기업들의 이익을 강제로 억제하는 것은 반시장적 권력행사”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최저가 낙찰제도 정부의 대표적인 강압적 대기업 정책으로 꼽힌다. 지난 9월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모두 최저가낙찰제 대상 공사를 현행 300억원에서 100억원으로 확대할 경우 정부의 의도와 달리 중소건설사의 부도 확산을 우려했다.

이용섭 의원(민주당)은 “최저가낙찰제 시행으로 대형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방 중소건설업체의 수주감소가 불가피하고 지역의 건설 일자리 또한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입찰금액을 낮출 경우 건물에 대한 안전성도 보장할 수 없다는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최저가낙찰제 논란의 확산은 정부 정책이 얼마나 근시안적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에 불과하다”며 현장감이 없는 정부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 사정 등 보이지 않는 사회적 압력까지 가세=최태원 SK그룹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 등 대기업에 대한 사정을 바라보는 재계의 시선이 곱지 않다. 정권 말기마다 레임덕을 해소하기 위해 동원하는 수단이 재계 사정과 공직기강 확립이라는 점 때문이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 조차 사회투자기금을 마련하겠다면서 대기업에게 당연하다는 듯 부담지우겠다는 태도다. 가뜩이나 준조세부담이 큰 상황에서 추가적인 부담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대기업 관계자들은 “정부와 정치권이 대기업들에게 끊임없이 희생 만을 강요한다”며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이라는 정부의 출범초기 취지는 이미 훼손된 지 오래됐다”며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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