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뷰-포인트]한국의 희망 IT도 불안하다

입력 2011-09-28 14:41 수정 2011-09-28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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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민호 IT대기자 겸 온라인총괄본부장

애플과 삼성전자의 특허 분쟁은 세계적인 관심사다. 한국의 기술이 세계 최고의 기업을 상대로 밀리지 않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4세대 LTE 휴대전화 서비스 역시 국내외에서 핫 이슈다. 우리 기술이 세계적으로도 톱 클래스임을 알려주는 것은 맞다.

그러나 빅뉴스를 접하면서도 별로 개운치 않다. 왜일까? 한국 IT의 미래가 마냥 밝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산업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 보면 불안할 수 밖에 없다.

IT는 광범위한 저변이 확보되어야 하는데 소수의 대기업이 주도하는 산업구조가 고착화됐다. 지식경제부에서 발표한 올 8월 IT 수출 동향을 보면 휴대폰 반도체 디스플레이 TV(가전) 등 대기업 생산 품목 비중이 10년 전보다 더 커졌다. 4대 품목은 8월 전체 수출액 130.6억원의 76%를 차지한다. 물론 이 팩트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대기업 중심 구조가 악순환의 고리로 변질되는 데 있다. 10년 전에 비해 IT수출 규모는 2배 이상 늘었는데 지식 산업의 상징인 SW와 콘텐츠의 수출은 1,600만 달러로 10년이 지나도록 금액 면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기술 개발의 요람이었던 중소 벤처 기업이 자생할 수 있는 기반은 붕괴된 지 오래다. 대기업으로만 쏠리는, 바람직하지 않은 역삼각형 구조다.

벤처캐피탈의 초기(early stage) 벤처 투자가 갈수록 줄어든다. 양적으로 늘어난 것은 PE(Private Equity)성 투자가 늘어났기 때문. 벤처캐피탈은 이제 상장 또는 코스닥 기업을 대상으로 한 메자닌 또는 바이아웃 투자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과거에는 모든 벤처펀드가 초기 벤처투자로 30% 이상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했었다. 지금은 초기벤처가 벤처캐피탈 문을 노크하는 자체가 버겁다. 오죽하면 초기벤처만을 투자하는 전문 펀드가 생기겠는가?

서비스 부문도 우울하기는 마찬가지다. SKT 등 빅3가 장악하고 있는 이동통신과 독과점 포털 외에 IT서비스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격감했다. 카카오톡이나 쿠팡 등 몇몇 기업만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 마저 대기업들의 영역 침범으로 앞날을 가늠하기 어렵다.

미국 비즈니스인사이더가 발표한 스타트업 기업 중 가치가 급증한 기업의 상위권을 SNS 서비스가 차지하고 있는 것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페이스북, 징가, 그루폰, 트위터가 가치증가 기업 1~4위를 차지, 상위권을 SNS 업체가 휩쓸고 있다. 페이스북은 1년새 기업가치가 250억 달러에서 800억 달러로 뛰었다. 그루폰이 최근 수익구조 악화와 조직 내홍을 겪고 있지만 국지적인 문제일 뿐이다. 내년이면 미국 SNS 업계의 매출이 650억 달러에 달한다고 전망한다. 이미 차세대 SNS까지 부상하고 있다.

IT 트렌드는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데 우리 정부와 정치권은 나몰라라다.

지난주 방통위 국감에서는 종합편성채널과 미디어렙, 통신요금인하, 개인정보보호로 갑론을박만 펼쳤다. 지경부 국감에서는 사상초유의 정전사태에 따른 책임 공방만 난무했다. IT산업 육성 정책은 물론, 의지마저 실종된 듯하다.

정치도 정책도 모두가 그러하니 안철수 교수가 '홧김에'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고 '홧김'은 태풍이 되어 정치권을 휘몰아친 것이 아니었던가. IT의 전도사로서 안철수 교수는 "원칙은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지켜야 한다"면서 "성공하려면 단기적인 이익에 집착하지 말고 장기 플랜을 세울 것"을 강조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IT의 미래를 설계하고 기획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음은 지난 10년의 세월이 입증하고 있다. 세계 기관들이 발표하는 IT 국가 경쟁력 분야별 지수 및 순위는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한국경제 곳곳에 침체의 복병이 도사리고 있는 이때, IT부문 마저 균형 발전을 상실하고 '인재의 보고'라는 우리의 강점을 살려내지 못한다면 IT는 미래 수종산업으로서의 가치마저 상실하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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