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작 계약할 걸…집값 3주만에 1500만원 올랐어요"

입력 2011-09-27 00:58 수정 2011-09-27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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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되는 '집값 바닥론’, 부동산시장 살펴보니…

지난 23일 경기도 산본신도시의 한 중개업소. 이곳을 방문한 회사원 최정현(38)씨가 한 숨을 내쉬고 있었다. 최씨는 “불과 3주 만에 집값이 1500만원이 올랐지 뭡니까”라며 기자에게 하소연했다. 최씨는 추석 전에 2억2000만원짜리 D아파트(85㎡)를 ‘찜’해 뒀다. 약 3주간 자금 마련을 마치고 계약서에 도장을 찍으려 했는데 그새 동일평형 매물가격이 1500만원이나 뛰었다고 푸념했다.

“집값이 내리막을 걷고 있다는 생각에 여유를 갖고 결정하려던 게 화근이 됐다”고 후회하는 최씨에게 중개업자는 “10% 이상 싸게 나왔던 급매물은 다 팔렸다고 보면 된다”며 “지금이라도 사지 않으면 더 오를 수 있으니 서두르는 게 좋다”고 설명했다.

자동차로 30여분을 달려가 경기도 안산시 본오동에 도착했다. 인근 S공인을 방문했다. 찾아오는 손님이 많지는 않았지만 전화문의가 이어졌다. S공인 관계자는 “올 들어 수도권 집값이 떨어졌다고들 하는데 이곳은 해당사항이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작년 말에 방 3개짜리 20평형 신축빌라가 1억4000만원에 팔리는 걸 봤는데 요새는 비슷한 물건이 1억9000만~2억원에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신도시·수도권 중저가 주택 ‘꿈틀’ = 최근 서울·수도권 지역 ‘집값 바닥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거래량이 확연하게 늘지는 않았지만 부쩍 높아진 전셋값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매매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면서 급매물이 어느 정도 소화됐다는 얘기도 들린다.

오랜 경기 침체와 금융불안 등 여파로 주택 매수심리가 얼어붙었던 주택시장에 “이제는 떨어질 만큼 떨어졌다”는 인식이 시장에 강하게 자리 잡기 시작한 듯 보인다. 1년 이상 계속된 전셋값 급등세 속에서도 꿈쩍 않던 매매가가 최근 들어 지역·가격대에 따라 서서히 살아나는 모습이다.

서울보다 신도시·수도권, 고가보다는 중저가(6억원 미만) 아파트에서 이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전세금에 3000만~1억원 정도만 보태면 매입이 가능한 매물이 매매전환 수요자들의 주요 타깃이기 때문이다.

경기 화성시 병점동 B공인 관계자는 “추석연휴를 지나면서 둔화됐던 매매 상승세가 되살아나고 있다”며 “전세물건 부족으로 전세 호가가 꾸준히 오르고 있어 이참에 내 집을 사겠다는 매매전환 수요가 늘어난 게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 중계동 H공인 관계자도 “급매물을 찾는 문의가 늘어나는 추세”라며 “실거주·중소형 위주로 거래가 종종 이뤄지는 가운데 최근 500만~1000만원 가량 호가를 높인 집주인들이 꽤 있어 가격조정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수도권 일대 빌라(다세대·원룸·투룸 등)의 몸값도 부쩍 높아졌다. 극심한 전세난 속에서 전셋값 정도로 매입 가능한 빌라가 대안으로 자리 잡으면서 아파트를 능가하는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 신축빌라의 분양가가 올 들어 20~30% 가량 오른 지역도 포착될 정도다.

◇ 고가 아파트도 ‘저점 인식’ 확산 = 10억원 내외의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는 매매전환 움직임을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강남과 목동 등 주요 재건축 단지의 경우 매매가 대비 전세비율이 30%를 밑돌 만큼 매매-전세 격차가 크기 때문에 “집값이 오른다”는 확신이 동반되지 않는 한 매매수요가 늘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대다수 현지 전문가들은 현재 가격이 저점이라는 데에는 동의하는 분위기다.

약 1년6개월 전 13억~14억원에 팔렸던 목동2단지 115㎡(35평형)의 매매가는 현재 10억~10억5000만원 안팎에 형성돼 있다. 사려는 사람이 많지 않아 간혹 급매 위주로만 거래가 성사되면서 약보합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제는 더 떨어지진 않을 것”이라고 현지 전문가들은 말한다.

목동2단지 인근 D공인 관계자는 “현 시세보다 비싸게 주고 들어온 소유자들이 많기 때문에 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곤 대부분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하다”며 “재건축에 대한 기대심리도 강해 가격이 더 떨어지진 않을 것으로 보이며, 금융시장 회복 및 정부정책 등 긍정적 신호가 뒷받침될 경우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6억~10억원 사이의 아파트가 많이 몰려있는 잠실·송파권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수요가 없진 않지만 ‘지금 팔면 손해’라는 인식이 강해 막상 계약을 목전에 두고도 가격조정이 쉽지 않다는 게 현지 전문가들의 얘기다.

현재 잠실엘스 109㎡(33평형)는 9억5000만원, 84㎡는 7억5000만원 전후로 거래되고 있으며, 최고가 대비 1억원 가량 떨어진 가격이다.

잠실엘스 인근 J공인 관계자는 “지금이 바닥이거나, 바닥에 근접했다고 보여진다”며“더 떨어져봐야 올해 말까지 1000만원 안팎에서 조정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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